정밀농업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떠오르는 분야이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KPMG의 이안 프라우드풋(Ian Proudfoot)은 농업식품 분야가 4차 산업혁명 변화의 중심이 될 것이며,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농업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밀농업의 현재 상황과 향후의 과제들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정밀농업,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가 되다

농업은 현대문명을 유지하게 하고 사람의 생명을 영위하게 하는 기초산업이며, 농업이 튼튼할수록 국가경제 체질이 강건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농업강국인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이 위기를 잘 견뎌냈던 것을 비추어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농업강국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드론, 사물인터넷, 5G 네트워크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의 농업 분야 적용을 시도하며 이른바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을 육성하고 있다.
정밀농업은 농업 분야 가치사슬(Value Chain)인 재배·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에 첨단 ICT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전통적인 투입 자원인 노동력 및 투입재를 최소화하면서 생산량을 최대화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글로벌 통계포털서비스 스태티스타(Statista) 자료에 따르면, 정밀농업 세계 시장은 연평균 12~1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정밀농업 시장 가치는 2018년 약 5,900만 달러에서 2023년까지 94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야말로 엄청난 성장세이다.

사실 농업은 지난 230년간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농업도구의 기계화 보급과 3차 산업혁명에 의한 수확물의 온라인 판매 혁신이 이루어졌으나 아직까지 노동집약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농업을 새롭게 도약할 미래 산업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듯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Google)의 ‘Farm 2050 Project’ 진행 소식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몬산토(Monsanto)의 첨단 정밀농업 분야 공동투자 등 기업들의 시장 참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정밀농업은 1980년대 등장한 개념이다. 넓은 면적에 대한 균일한 농작업 효율성 증대를 위한 기계화 농업과는 다르게 작은 면적의 위치 특성에 맞는 변량 농자재 처방을 의미하는 것이다. 동일한 지역에서도 토양의 성격, 성질, 물 빠짐, 일사량, 비료량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최적화하기 위한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이를 위해 항공사진, 토양도, 비료의 변량 살포 장비, 1990년대 위성항법장치 등을 통해 농업 현장에 정밀농업이 구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술적인 제약으로 인해 엄밀한 의미에서 정밀농업을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미국 등에서도 정밀농업의 일부 기술만 현장에서 적용되는 수준에 그쳐왔다.
최근 상황은 급변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드론, 사물인터넷 등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정밀농업 역시 기술적 한계 상황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성촬영과 대비하여 비용 효율성이 높은 드론촬영 기술의 부상, 사물인터넷 센서 가격의 하락과 단일 칩 내 다양한 센서 및 기능을 포함되는 등 다각도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드론과 사물인터넷을 통해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공간정보 빅데이터를 분산·처리할 수 있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이 뒷받침되고, 더불어 인공지능 기술도 발전하면서 정밀농업의 구현이 가시화된 것이다. 다시 말해 엄청난 양의 공간정보 기반 농업 빅데이터를 수집·처리·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것이다.

인공지능, 정밀농업 분야에 접목되다

앞서 논하였듯 농업은 공간정보 기반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혁신의 기회가 무궁무진한 산업이다. 노동집약적인 산업구조 특성상 재배·생산, 수확, 유통 등 가치사슬 전반에 빅데이터 기반 지능정보화가 적용될 수 있다. 농업 가치사슬 단계를 예로 확인해보자. 첫째, 작황이 안 좋으면 작물의 시세가 오르는데, 농민 입장에서는 시세가 높은 고부가가치 작물의 파종을 고민하게 된다. 광역 단위별로 특정 농작물에 대한 수확량 예측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제초 및 해충방제 역시 농업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다. 농작물과 잡초를 구별하여 제초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병충해를 입은 특정 지역을 식별해 정확한 방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수확된 농작물의 등급을 선별하는 작업도 높은 숙련도를 가진 농업인만이 가능한데 인공지능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미래 도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의 연구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기업 간 각축전이 치열하다. 미국의 데카르트 랩스(Descartes Labs)는 위성 및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옥수수 수확량을 99.9% 예측해 작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어떤 작물을 재배해야 될지에 대한 정보를 정책의사결정자와 농민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인공지능 제초 로봇인 레튜스봇(LettuceBot)은 0.02초 만에 0.635mm 반경에 있는 양상추를 정확하게 구분해 잡초만 제거하고 솎아내기도 수행한다. 수백만 개의 데이터에 대한 학습을 통해 97%의 정확도로 잡초를 제거, 하루에 약 5만 평의 농지를 관리함으로써 미국 상추의 10%를 생산하고 있다.
몬산토는 각 지역에 대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공간정보 빅데이터 기반의 농업 지원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시스템을 서비스 하고 있다. 각 농가에 최적의 생육 정보를 제공하고 종자 및 파종 제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토지 비옥도 관리나 토지 건강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농업 빅데이터의 확보가 필요하다

미국, 유럽 등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 핵심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 트랙터, 드론 등을 통해 정밀한 비료 및 농약 살포, 잡초 제거, 농작물 수확 등이 상용화 단계를 넘어섰다.
이러한 기술의 핵심 기반은 데이터라 할 수 있다. 특정 작물의 구분, 작물과 잡초의 구별, 농작물 수확량 예측 등 빅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하며, 이에 기반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학습시켜야 정밀농업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정밀농업의 핵심은 바로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수많은 센서와 시스템으로부터 생성된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맞춤형 데이터 분석을 수행해 새로운 통찰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IT 시장조사 기업인 가트너(Gartner)는 빅데이터가 부상하기 시작한 2011년 무렵, 데이터 경제 시대(Data Economy Era)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빅데이터 선도기업들이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별적인 고객 지향 제품, 서비스 분석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127년 전통의 독일 엔지니어링 부품 전문기업인 보쉬(Bosch), 170년 전 전통의 프랑스 판금·철강·군장비 제조회사인 슈나이더 전기(Schneider Electric), 120년 전통의 제조기업 GE(general Electric), 170년 전통의 물류기업 UPS 등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업역에서 탈피해 데이터 기반 서비스(data enriched offerings)를 주 사업 모델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농업 분야에서도 세계 1위 종자기업인 미국의 몬산토를 독일의 제약 및 화학회사인 바이엘이 660억 달러에 인수했다. 몬산토가 보유한 육종-생육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확보해 빅데이터 기반 디지털 농업 분야의 선두기업이 되고자 하는 움직이었다. 데이터 경제 시대에서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고부가가치의 빅데이터를 확보할수록 더 정밀한 인공지능의 구현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자원의 확보에서 차별화가 이루어지면 인공지능 수준에서는 극복할 수 없는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이제 인공지능 기반 정밀농업으로 변화해야 한다. 인공지능 정밀농업을 통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적의 수확과 높은 가격의 농업으로 변모, 생산성의 최대화와 농가 소득의 증대를 꾀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선결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 학습용 빅데이터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신생아와 같은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더 스마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백만 건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농민 개인이나 스타트업 등 기업이 이를 준비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나서야 할 영역이다. 미국은 인공지능 훈련용 데이터셋의 공개, 공공기관의 데이터셋 공개 및 오픈소스 툴킷 개발 등에서 정부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학습용 데이터는 인공지능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데이터를 의미한다. 이러한 학습용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집단지성으로 빅데이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PEOT Technologies의 Plantix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유럽, 남미, 아시아 대륙의 농민들이 인공지능으로 식물 질병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농민들은 Plantix를 사용해 질병에 걸린 작물의 사진을 업로드, 농작물 질병을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집단지성으로 확보하고 있다. 시작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데이터의 부족 또는 품질 문제를 제기한다. 데이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며, 심지어는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 확보는 AI 성능 향상으로 직결되고, 이러한 빅데이터를 먼저 확보할수록 고도의 솔루션을 개발하게 되어 전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패스트 무버(Fast Mover)가 된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 경제’의 원리이다.

정밀농업 빅데이터 구축에 나서는 LX

LX는 정밀농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판으로 농업 분야 공간정보 빅데이터 분석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LX는 2019년 농업 분야 정책과제를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수주하게 되면서 농업 분야 공간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체계 구축을 시작했다. 이는 단순 연구과제 수주를 넘어 농업 분야에 고정밀 무인기 영상 데이터를 획득하고 수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농업 분야 농경지 관측정보 DB 구축을 위해 3대 작물(배추, 마늘, 양파)에 대한 전체 3개년 동안 고정밀 드론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DB화 하여 저장하고 있다. 고랭지 배추는 강릉 안반데기, 태백 귀네미, 매봉산 3곳, 겨울 배추는 해남 산이, 마늘과 양파는 합천·덕곡 2곳 등 5대 주산지가 대상이다. 무인기 영상촬영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의 크기는 연간 약 4TB 이상으로 예상된다. 농작물의 식생 정보 그리고 수확량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는 멀티스펙트럴 센서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저장하는 것이다.
이 데이터는 농업 분야 빅데이터 분석 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이자 필수요소이며, 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 분석 프로세스, 분석 모델, 알고리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포함한 활용방안 등을 본사, 연구원, 지역본부로 구성된 연구진이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빅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데이터 분석 체계 수립,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 비즈니스 모델 설계 등에 탁월한 역량을 보유한 대학과 기업들이 협력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데이터의 생성, 수집, 저장 및 처리, 분석, 활용(비즈니스 모델)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고정밀 무인기 영상을 연구진이 직접 획득하는 것을 시작으로 데이터의 수집, 저장, 분석, 처리 등의 과정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속하게 결과를 도출하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분석 체계를 견고히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법을 ‘애자일(Agile)’ 기법이라고 한다.

위기와 기회의 격변기, 정밀농업 빅데이터 리더십으로 리딩

본고에서는 정밀농업 분야의 성장세와 각 기업들의 움직임을 서술했다. 농업 관련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데이터 경제 시대에서는 자원이자 차별화 포인트이다. 농업은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혁신의 기회가 무궁무진한 산업이다.
정보화 혁명으로부터 거리가 있었던 농업 분야도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주목받는 분야가 되었다. 고도화된 센싱 기술이 적용되면서 농업 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의 획득과 처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 분야는 토양, 작물 등 다양한 대상을 다루고 있고 야외, 경사지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산이 이루어지므로 타 산업보다 이러한 신기술 접목을 통해 생산성, 효율성, 편의성의 획기적 향상이 기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간정보 활용을 중심으로 산업혁명 기술의 농업 접목을 통해 혁신을 추진할 때, 농업의 고품질·고부가가치 달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인력 노하우 중심에서 프로세스, 시스템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고, ABCD(AI, Big data, Cloud, Drone) 등 4차 산업혁명 요소기술 접목을 통한 빅데이터 리더십을 확보해야 세계적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2050년 전 세계 인구는 71억 명에서 90억 명으로 증가가 예상된다. 인구 증가라는 전 지구적 환경 변화를 맞아 저성장·저평가 되었던 농업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하여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Acknowledgement
본 연구는 농업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2019년 어젠다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하였음.
[PJ014274022019, 무인기 영상 기반 농경지 관측정보 DB 구축 및 변동성 평가]
* 참고문헌
[1] Bhaskar Chakravorti, Ajay Bhalla, Ravi Shankar Chaturvedi, “Which Countries are Leading the Data Economy?”, Harvard Business Review, January 2019.
[2] Thomas H. Davenport, “Analytics 3.0”, Harvard Business Review, December 2013.
[3] 김유중, “농업의 4차 산업혁명, 다시 주목받는 정밀농업”, 정보통신산업진흥원 ICT 융합 심층리포트 2017.[4] 배성훈 외, “공간정보 기반 정밀농업 빅데이터 LX의 미래를 열다”, 한국국토정보공사 2019 미래전략 콘텐츠.[5] 이경상, “농업을 재상상하라”, “이것이 미래농업이다”, “농업 신사업기회와 정부의 역할”, KAIST 이경상 You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