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자동차가 점점 많아지는 만큼 교통 문제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연간 국내 교통혼잡 비용이 30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 SF 영화에서 보듯 도시의 모든 교통망이 한 몸처럼 움직일 순 없을까? 그 힌트는 바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AI는 실제로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 도로에 이식되는 C-ITS

자율주행자동차가 막힘 없이 도로 위를 달린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안전하게 길을 건너고, 교통사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탑승자·보행자·자동차·교통 흐름이 서로 방해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미래 선진 교통체계, 그 출발점은 도로 인프라 구축이다. 자동차에 첨단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은 기본, 신호등·표지판·CCTV 등에도 실시간 상호 작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이식해 길거리의 모든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것. 우리는 이를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ooperative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이하 C-ITS)’라 부른다. C-ITS는 이미 현실에 속속 접목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교통당국은 인공지능으로 교통 혼잡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도시에 적용했다.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 설치된 30여 개의 인공지능 신호등은 향후 도시 전체로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라스베이거스 교통당국은 인공지능 신호등 확산으로 차량 흐름이 최대 40% 개선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2012년, 세계 최초로 C-ITS를 도입했다. 신호등은 미리 입력된 시간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카메라로 교통 상황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인공지능은 이에 따라 최적의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차가 막히면 초록불을 켜고, 차가 없거나 보행자가 나타나면 빨간불을 켜서 도시 전체의 교통이 물 흐르듯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C-ITS 도입 이후 암스테르담의 교통 체증은 약 20% 감소했다.
등록 차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베트남 호치민도 시내 주요 교차로에 스마트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다. 카메라는 차량의 수·종류·교통 흐름을 실시간 파악해 교통 상황을 분석하고, 체증을 피할 수 있는 경로를 각 차량 스마트폰에 전달한다. 운전자는 이를 통해 교통 흐름이 보다 원활한 길로 이동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차량이 여러 길로 분산되어 도시 내 전체적인 교통 상황이 나아지게 된다는 게 시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점점 똑똑해지는 도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교통 체증이 심각한 우리나라도 C-ITS 도입에 적극적이다. 서울시는 SK텔레콤과 힘을 합쳐 5G를 기반으로 한 C-ITS 실증사업을 2019년 1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서울 주요 도로에 5G 센서와 사물인터넷 시스템을 설치하고, 택시·버스 등 대중교통에 5G 차량 통신 단말기를 보급해 정보 활용을 돕는다. 응급차량 접근을 알려 차량들이 길을 빠르게 비켜줄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LTE에 비해 10배 빠른 5G의 응답속도는 실시간 교통 정보를 수신·분석·전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 교통정보서비스센터는 올해 12월, 해운대·동래 일대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주변 주요 교차로 11곳에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의 스마트 교차로 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딥러닝은 관련 데이터를 축적·분석해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나은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부산시 교통정보서비스센터는 스마트 교차로에서 수집한 자료를 경찰청과 도로교통관리공단 등에 전달한다.

경찰은 이 자료를 토대로 유·무선으로 교차로의 신호제어기를 조작해 교통 체증 등을 관리한다. 또한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교통 체증 지역과 도로별 통행 시간, 사고 여부와 같은 교통 정보를 전광판으로 시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편 카이스트와 함께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저변을 넓히고 있는 유니스트는 딥러닝 기술로 도로 정체 원인과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 정보를 5분 단위로 빠르게 알려주는 인공지능 기반 ‘시내 교통 데이터 분석·예측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체 교통 흐름에서 특정 도로가 막히면 주변 여러 도로에 영향을 끼치는 점을 분석·예측 알고리즘에 반영해 정확도를 높인 것이 특징. 기존 교통 정보 예보는 과거 통행량만을 토대로 하다 보니 현재의 정확한 이동시간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반면 이 시스템을 울산시에 적용한 결과, 예측 이동속도 오차는 평균 4km/h 내외로 실시간 교통 상황에 매우 가까웠다. C-ITS의 효용성을 객관적 데이터로 증명한 것이다.

스마트시티의 핵심으로 자리 잡다

C-ITS의 핵심은 인공지능이다. 차곡차곡 쌓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고 신호등·표지판 등 도로의 모든 요소를 자율 조종함으로써 최적의 교통 흐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계학습의 일종인 딥러닝이 가장 많이 쓰인다. 또한 각종 입력기기 및 사물인터넷 기술도 C-ITS의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기술이다. 카메라·센서 등을 통해 차량과 보행자 유무를 파악해야 함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철도 건널목을 올리고 내리는 등 인터넷에 연결된 교통 요소를 직접 제어할 수 있어야 완성도 높은 전자동 교통 체계를 만들 수 있다.
공간정보도 C-ITS의 중심에 서 있다. 교통 체계는 필연적으로 건물 및 도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어디에 어떤 도로가 있으며, 새로운 도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언제 개통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지능형 교통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관련 업계는 공간정보를 다각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에도 상당한 공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C-ITS는 스마트시티와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도시 속에서 유발되는 각종 문제를 해결, 시민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최첨단 도시다.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해서는 반드시 도시의 주요 요소인 교통 문제도 효과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C-ITS는 스마트시티의 필수불가결한 짝꿍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국가 인프라 지능정보화에 힘을 쏟고 있고, C-ITS도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C-ITS가 단순한 교통 문제 해결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니는 이유이자, 앞으로 이 분야에 꾸준히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