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프라하는 연간 약 900만 명이 방문하는 유럽 제6의 관광도시로 꼽힌다. 프라하는 도시 전체를 블타바 강이 가로지르고 있는데 밤이 되면 카를교와 프라하성을 비추는 화려한 불빛까지 더해 한층 낭만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이 여행의 도시에 최근 스마트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변화의 바람을 타고 천천히 여행을 떠나본다.

‘스마트 프라하’로의 변신 시작

프라하는 체코를 대표하는 도시로 평가된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수도이자 현재 체코 인구의 12%인 13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대도시이며 체코 GDP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유럽연합통계기구(Eurostat)에 따르면 프라하의 2017년 구매력평가기준 1인당 GDP는 5만 6,200유로(약 7,300만 원), 유럽연합 28개국 평균의 187% 수준이다. 다시 말해 프라하의 경제 수준은 유럽에서도 상위, 유럽연합 도시 중 7위를 차지한다.
이러한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프라하 시는 ‘스마트 프라하’ 프로젝트를 시행 중에 있다. 프라하 시는 2014년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해 첫발을 내디뎠으며, 2017년부터 혁신기술을 도입해 공공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라하 시는 2030년까지 유럽의 대표적인 국제도시로 발돋움 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스마트 프라하는 차세대 모빌리티, 스마티 빌딩&에너지, 쓰레기 없는 도시, 매력적인 관광지, 사람 및 도시 환경, 스마트 네트워크 등 6개 핵심 분야를 정하고 각 목적에 맞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매년 분야별 성과지수를 분석해 보고서도 발행하고 있다.

지속가능하고 편리한 이동을 위해

프라하는 대표적인 도시문제인 배기가스 오염, 교통 혼잡, 주차공간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지속가능하고 편리한 교통 시스템을 꼽았다. 대중교통 통합 결제 시스템인 ‘PID Litacka’를 통해 프라하는 물론 중앙 보헤미아 지역 대중교통 결제 시스템을 통합했으며, 정기 승차권은 은행 결제카드 또는 체코 철도카드(In Karta)와 연동하거나 모바일에 저장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관광객이나 일회성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해서는 PID Litacka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여정을 검색하고 그에 맞는 교통권을 바로 구입할 수 있게 했으며, 지난 4월부터는 프라하의 모든 트램에서 비접촉식(Contactless) 결제카드를 사용해 승차권을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한편, 교통 혼잡과 주차공간 부족을 해결함과 동시에 전기차를 포함한 차량 공유 및 자전거 공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P+R 주차장’을 확대했다. 프라하 시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내 공유 차량은 2017년 265대에서 2018년 656대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공유 전기차도 17대에서 61대로 증가했다. 또한 ‘Moje Praha(My Prague)’ 애플리케이션을 통하면 프라하 곳곳의 공유 차량, 공공 주차장, P+R 주차장*의 위치를 비롯해 주차 가능한 공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공공 주차장의 경우에는 요금도 지불할 수 있다.

주) P+R 주차장(Park-and-Ride parking): 도심 내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로 출퇴근하는 외곽 지역 거주자가 집에서 타고 온 차량을 대중교통 정류장 근처에 주차하고 지하철과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조성된 주차장을 말함

효율적인 쓰레기 수거 시스템

도시 문제에 있어서 쓰레기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가 커지고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쓰레기는 필수불가결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프라하도 예외는 아니다. 도시 곳곳에 약 2만 개의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는 데도 불구하고 곳곳마다 쓰레기는 넘쳐난다. 관광지의 경우에는 처리 한계를 넘어서는 쓰레기들로 인해 불쾌감을 주기도 하며, 좁은 골목마다 쓰레기 수거 차량으로 인한 교통 혼잡도 피할 수 없다.
프라하 시는 이러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해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압축할 수 있는 스마트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특히 이 스마트 쓰레기통은 공간이 꽉 찼을 경우 내장된 센서를 통해 쓰레기를 자동으로 압축하고 수거가 필요한 시점을 SIM카드를 통해 알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2017년 6개월간 30개의 스마트 쓰레기통을 프라하 중심지에 시범 설치한 결과를 살펴보면 쓰레기 수거 빈도를 95%까지 감소시킬 수 있었고 83만 코루나(약 4,200만 원)가량의 수거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프라하 시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의 41개의 스마트 쓰레기통을 2018년에는 110개로 확대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프라하 전체 쓰레기통 대비 스마트 쓰레기통의 설치 비율은 0.0056%로 아직 대단히 미미하고 주변의 일반 쓰레기통을 수거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수거 차량이 여러 번 운영돼야 하는 문제점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쓰레기통의 장점은 충분해 최근에는 프라하뿐만 아니라 브르노(Brno), 올로모우츠(Olomouc), 자테츠(Zatec) 등 체코 다른 도시에서도 설치가 확대될 예정이다.


정보 수집과 에너지 절약을 동시에

2018년 7월 프라하 시는 스마트 에너지 프로젝트 일환으로 470만 코루나(약 2억 4,000만 원) 상당의 92개 스마트 가로등을 까를린(Karlín) 지역에 설치했다. 스마트 가로등은 조명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가로등에 설치된 센서로 소음, 먼지, 오존, 탄소 등의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교통 정보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구급차가 차량 혼잡을 피해 빠르게 구조하는 경로를 제안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일부 가로등은 전기차의 충전에도 사용된다.
까를린 지역의 시범 운영이 성공적일 경우에 프라하 시는 도시 전체로 스마트 가로등 설치를 확대할 예정이다. 2018년 말 기준으로 프라하는 전력공급 업체인 PRE에서 운영하는 11개의 스마트 가로등을 포함한 103개의 스마트 가로등이 운영 중이다. 한편 프라하 시는 스마트 가로등에서 수집된 정보의 최종 목표는 시민 공개를 통해 환경이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각도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시민을 위해

스마트 데이터는 스마트 쓰레기통, 스마트 가로등, 스마트 벤치 등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한 후 플랫폼을 구축 및 운영하는 것으로 스마트 프라하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스마트 데이터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 현재 프라하 시는 ‘Golemio(golemio.cz)’라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도시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기본 분석은 물론 API 등도 공개하고 있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있다.
프라하 시는 이 플랫폼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비즈니스 모델은 스마트시티 개념의 일부이자 스마트시티 성공의 중요한 지표라고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Moje Praha(My Praha) 애플리케이션은 그 활용의 좋은 예이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도시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주차 가능한 공간은 물론 도서관, 공원, 놀이터, 화장실, 약국 및 병원, 경찰서나 관광서 등의 시민 생활에 유용한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 발 한 발 스마트시티를 향해

스마트 프라하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이면서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눈에 띄는 큰 변화보다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효과와 실용성을 검증한 후에 확대 적용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다. PID Litacka 시스템이나 스마트 쓰레기통, 스마트 가로등 등은 프라하 시민들의 생활과 관련이 있지만 곳곳에 퍼져있다 보니 ‘이게 바로 스마트 프라하 프로젝트의 일환이구나’ 하고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마트 프라하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시민이라면 언제든지 관련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프로젝트 결과 보고서, 스마트 도시 지표 등의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 마련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관련 데이터를 오픈해 두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지속적이고도 명확한 방향 아래 스마트 프라하 프로젝트가 추진된다면 머지 않아 프라하는 유럽을 대표하는 스마트시티로 우뚝 설 것이다. 프라하의 힘찬 내일을 적극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