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 스포츠의 발전이 가속화 되고 있다. 스크린 골프에서 시작해 다양한 종목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전국 초등학교에는 ‘가상현실 스포츠실’이 본격 보급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 체육백서’에 따르면 시장 규모 역시 2007년 100억 원 대 수준에서 2017년 5조 원 대로 50배 성장했으며 관련 특허출원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5G와 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에 따라 가상현실 스포츠는 그 영향력을 한층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레저부터 학교 체육 현장까지,
가상현실 스포츠 성장 이끈 스크린 스포츠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가상의 영상과 사용자의 움직임을 결합해 3D로 구현, 생생한 현실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가상현실을 통해 가장 먼저 대중화 된 것은 스크린 스포츠다. 2000년대 초반 급성장한 스크린 골프를 시작으로 현재 야구, 볼링, 테니스, 사격, 승마, 컬링 등으로 종목을 넓혀왔다.
스크린 스포츠 시장의 성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야외체육을 즐기기 힘든 국내 여건이 한몫을 했다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골프, 사격, 승마 등을 직접 즐기려면 공간과 시간, 비용 등의 부담이, 야구나 축구 등은 인원의 제약이 컸다는 것이다. 반면 스크린 스포츠는 이 모든 한계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원격 대결이 가능해 재미를 더한다. PC나 모바일 게임과 마찬가지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동시간대에 접속만 되어 있으면 불특정 대다수와 경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 스포츠의 성장은 학교 체육 현장도 변화시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 서울 옥수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전국 200여 개 초등학교에 가상현실 스포츠실을 보급했고, 현재도 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실내에 마련된 가상현실 스포츠실은 움직임을 인식하는 전방위 카메라와 스크린을 설치해 학생들이 화면 속 신체 동작을 따라하거나 목표물에 공을 맞추는 등 안전한 환경에서 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생동감과 몰입감 높이는 특허기술

스크린 스포츠 대중화에 따라 관련 기술 역시 급격히 발전 중이다. 최근 3년간(2016~2018년) 가상현실 스포츠 분야 국내 특허출원은 357건으로 이전 3년간의 211건에 비해 69%라는 큰 폭의 증가를 나타냈다. 종목별로는 스크린 골프 특허출원이 30%(79→107건), 야구는 179%(24→67건), 사이클은 131%(16→37건), 낚시는 550%(2→13건)로 증가했고, 신규 종목인 테니스, 배드민턴, 수영, 클라이밍은 350%(4→18건)에 달했다. 이와 같은 신기술들은 가상현실은 물론 현실 공간에 가상의 사물과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ugment Reality, AR) 등과 머리에 착용하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이하 HMD), 안경처럼 쓰는 스마트 글래스 등과 결합해 시각적 몰입도를 높여왔다.
실내 어디에서든 산악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으며 날아오는 축구공을 직접 머리로 받아 골대 안으로 넣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홀로그램 기법을 활용해 일상 공간에 3D 영상을 구현하는 방식도 주목받고 있으며, 몸에 웨어러블 기기를 부착하거나 카메라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움직임을 정교하게 측정하고 운동 자세를 평가하는 기술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 테니스의 경우, 사용자의 모션을 감지하고 이전 학습 내용을 토대로 영상 시스템을 제어해 현실에서 테니스 경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강화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5G를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의 출시를 예고했다. 근력, 요가, 필라테스, 스트레칭 등 200여 편 이상의 헬스 콘텐츠인 ‘스마트홈트’가 바로 그것이다. 멀티뷰 기술을 기반으로 4개 각도에서 소개되는 화면 속 강사의 자세를 이용자가 따라할 경우,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자세를 교정해주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신체 부위별 운동시간, 소모 칼로리, 동작 정확도를 자동으로 분석함으로써 ‘홈트레이닝’의 생동감과 효율을 높이게 됐다.

선수와 관중 모두를 위한 ‘스포츠 혁명’의 시작

실제로 프로 스포츠, 특히 미식축구팀들은 이러한 가상현실 기술들을 훈련에 적용해왔다. 미국 버지니아주립대학 폴리테크닉 연구소에서 제출한 보고서는 가상현실 기술이 스포츠 훈련의 두 가지 영역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나는 스포츠 생체 역학이고 다른 하나는 스포츠 심리학이다. 생체 역학 측면에서는 코치들이 담당 선수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 가상현실에서 개인별 맞춤 훈련을 하게 했다. 이를 통해 실제 경기 중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심리학 측면에서는 현실 경기 환경과 같은 상황을 가상현실로 연출해 반복 훈련을 시킴으로써 선수가 고도의 압박을 느끼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했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방식 또한 진화하고 있다. 2018년 4월,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가상현실 스포츠 기술 발달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집안에서 HMD를 착용하고 스포츠 게임을 관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수의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한 경기 현장을 HMD와 결합시키면 현장에 간 것 못지 않게 뚜렷한 영상을 즐기며 현장 분위기까지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경기를 관람하는 경우에도 다양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HMD나 스마트 글래스 등 관련 기기를 착용하면 경기 해설이나 관련 통계 등과 함께 경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가상현실 분야,
공간정보 기술 고도화로 뒷받침해야

이렇듯 스포츠 분야는 가상현실 분야와 결합하며 사용자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을 아우르는 ‘실감형 콘텐츠’ 분야에 활발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국내외 IT기업들도 5G 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가상현실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2023년까지 연평균 77%의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 중 LG유플러스는 구글과 VR 콘텐츠를 공동 제작 중이며 SK텔레콤은 게임사인 넥슨과 함께 테니스, 양궁 등 미니 스포츠 게임을 1인칭 시점에서 즐길 수 있는 VR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현실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기업들의 투자 등을 통한 다양한 기술 발전만큼이나 공간정보 기술의 고도화가 중요하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결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공간정보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상현실 테니스를 즐기는 경우, 테니스 라켓으로 공을 치는 동작에 대한 분석은 물론, 공이 날아가 떨어질 위치 등이 정확히 계산돼야 한다. 다시 말해 현실 공간과 이용자의 위치 등에 대한 관련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산업계에서는 정밀한 GPS 데이터 공개와 함께 정부와 공공기관 내 관련 데이터를 단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