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무난하게 잘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인가,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가. 중국산 드론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차별화된 콘셉트와 자체 기술로 ‘산업용 드론’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곳이 있다. 시스테크는 누구든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손쉽게 기체를 운용하고 균일한 품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드론의 신기원’을 열었다.

강점은 키우고 불필요한 요소는 버리고

박성진 대표는 취미와 직업이 같은 사람들을 일컫는 ‘덕업일치’라는 신조어와 매우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20년 이상 국내 굴지 건설사와 협업해 환경 디자인 관련 업무를 수행해왔는데, 그의 취미는 ‘RC’라 불리는 고정익 비행이었다. 사진에도 조예가 깊어 건설 공정 촬영을 도맡기도 했다.
“현업에서 일할 때 실제 헬기를 띄워 조감도와 건설 공정 현장을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경험 덕분에 자연스럽게 산업에서 드론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었어요. 본격적으로 드론 사업을 시작하면서 건설 공정에 필요한 3D 프로그램과 영상 처리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시스테크는 드론 사업에 뛰어든 2014년 이후로 매년 기술력을 더하며 그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선택과 집중’이다. 특히 시스테크는 고정밀·고품질 영상 데이터 취득과 분석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세계적으로 산업용 드론을 만드는 업체가 많이 있습니다. 영상촬영, 농약살포, 드론택배, 산불점검 등 대형 기체들을 개발합니다. 우리 회사처럼 소형 경량 기체를 직접 개발해 공간정보 구축에 사용하는 곳은 흔하지 않습니다.”
시스테크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건설과 산림, 농업 등 산업별 수요처를 명확하게 설정했다. 수요처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최적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기체를 제작할 때도 중요한 부분은 강화하고, 강점을 살리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는 내려 놓았다. 맑은 날씨에 주로 드론을 사용하는 해당 산업 특성상 하드웨어의 강도보다 무게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고, 드론에 장착하는 임무 장비 역시 1kg 이하로 제한했다. 이렇게 방향을 설정하고 무거운 임무 장비가 필요한 동영상 대신 사진 데이터에 집중했다.
“이제 출시되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1억 화소라고 합니다. 그래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DSLR을 능가할 수는 없습니다. 영상 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카메라의 센서입니다. 또한 드론의 위치보다 카메라 주점의 정확한 위치 파악과 카메라의 화각과 심도 등을 얼마나 섬세하게 조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데이터의 품질이 달라집니다. 그게 바로 우리 회사의 차별화 요소이죠.”

국내 기술로 완성한 우리의 드론

시스테크의 대표 제품인 K-Mapper X1은 중량 4kg의 초경량 소형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 제품의 최대 비행시간은 무려 50분. 유명한 중국 제품도 비행시간이 25분 내외에 불과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K-Mapper X1은 1회 40분 임무 비행으로 1k㎡(GSD 3cm) 수준의 영상 정보를 취득한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건설 현장의 공간정보 구축이나 농업 예찰, 도시 모델링, 교통량 조사, 산림 및 환경 감시 등에 사용된다.
멀티콥터인 K-Mapper X1과 수직이착륙 비행기인 K-Mapper V1은 버튼 한 번으로 90분의 실시간 비행을 할 수 있다. 국내 도입된 그 어떤 외국산 기체보다도 뛰어난 성능을 확보한 것이다. K-Mapper V1은 건설 현장의 공간정보 구축이나 농업 예찰과 같은 임무 외에도 도로의 품질 관리와 지적 재조사에도 사용하기 편리하다. K-Mapper V1은 무게를 낮추기 위해 아예 외관을 가벼운 EEP폼으로 제작했다. 설령 파손되더라도 낮은 비용으로 수리가 가능하다.
시스테크의 제품은 2주파 멀티 Gnss RTK 시스템을 탑재해 위치 정확도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탑재 센서를 교체하면 42m의 고해상도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다. 시스테크가 출원한 네 건의 특허 중 드론에 장착하는 임무 장비 키트는 2020년에 등록될 예정이다.
“저희에게 드론은 플랫폼일 뿐입니다. 센서를 바꾸면 대상체를 다른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어요. 일반 RGB 카메라 외에 멀티 스펙트럴(Multispectral) 센서는 농업과 산림 분야에서 식생지수(NDVI)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고요. 열화상 센서는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건축물의 미세한 균열까지 찾아줍니다.”
시스테크는 여러 종류의 센서들에서 취득되는 데이터 융합을 국내 기술로 완성했다.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도 자체 생산한다. 실제로 시스테크는 직접생산증명 인증을 확보했고, 모든 운영기체 역시 KC 인증을 완료했다. A/S도 국내 기술로 이루어진다.


"시스테크의 제품은 2주파 멀티 Gnss RTK 시스템을 탑재해 위치 정확도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탑재 센서를 교체하면 42m의 고해상도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다. "

누가 조작해도 같은 결과를

동시에 시스테크는 조종사 숙련도의 영향이 적은 원클릭 지상통제 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조작은 쉽게 하면서 누가 찍어도 동일한 품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차량 추격 장면을 찍는다면 드론 조종사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그렇게 섬세한 조작을 할 필요가 없어야 합니다. 오히려 누가 언제 사용하더라도 같은 결과물을 낼 수 있어야 하지요.”
실제로 시스테크의 드론은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있다. 2018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드론을 활용한 조류 인플루엔자 정밀 예찰 및 방역 기술개발’ 과제를 서울대학교 농생명대학과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인공지능을 통한 철새 객체 인식 기술과 예찰용 드론을 개발했고, 2019년에는 한국국토정보공사 공간정보연구원과 함께 판교제로시티 항공영상 보정과 품질 개선, 개발제한구역 내 변화 탐지와 훼손지 객체 식별을 위한 드론 영상촬영 및 3차원 모델링, NDVI 데이터 처리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지금도 한국도로공사에 교량 관제용 UAV 시스템을 납품하고 자체 개발한 교량 시설물 분석 소프트웨어로 단사진 분석과 3차원 모델링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건설 공정 관리용 자율 드론 시스템을 개발해 스마트 건설에 필요한 양질의 빅데이터 구축을 지원하는 한편, 수요처에서 기대하는 정제된 데이터 취득과 분석 시스템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박성진 대표는 “특정 임무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한다면, 중국산 드론의 공세에도 승산이 있다”고 강조한다. 트랙터를 타고 도시 한가운데를 달릴 수 없고, 고급 세단을 타고 산길을 오를 수 없듯이 드론도 기능과 사용처에 따라 다양하게 보유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 이 같은 경향이 아직은 자리를 살피는 중이지만, 박 대표는 머지않아 때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이 올 때까지, 시스테크는 부지런히 기술을 연마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지금도 한국도로공사에 교량 관제용 UAV 시스템을 납품하고 자체 개발한 교량 시설물 분석 소프트웨어로 단사진 분석과 3차원 모델링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