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란 단어를 빼고 다가올 미래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드론이다. 단순히 하늘에 띄워 조종하며 즐거움을 찾는 레저 활동부터 항공촬영, 정찰이나 감시, 과학기술 실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이 가진 잠재력

드론이라는 단어는 수벌, 악기의 저음 등의 여러 단어를 파생시킨 ‘낮게 윙윙대는 소리’라는 뜻에서 기인했다. 영어권에서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기계장치, 즉 무인 자율이동 로봇이라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잠수함이나 배, 비행기 등 종류와 관계없이 사람이 타지 않고 움직이는 ‘무인기’는 모두 드론이라고 부른다. 즉 ‘드론=자율이동 로봇’이라고 번역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드론이라는 단어의 뜻이 조금 더 제한적으로 쓰인다. 자율이동체의 한 종류인 ‘무인항공기’를 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드론은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이 한 가지 장점이 드론의 가능성을 무한하게 확장한다. 사람은 지상에서 살아간다. 그러니 과거에는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지도 위에 점과 선으로 표시할 수 있는 2차원 공간만 고려하면 됐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대로는 충분한 공간정보를 담을 수 없게 되었다.
고층빌딩이 수없이 늘어나고, 지상은 물론 지하 공간도 인류의 생활 영역이 됐다. 비행기나 헬리콥터 등 하늘을 날아다니는 교통수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공간정보를 3차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변 공간을 입체적으로 관측하고 측량할 필요가 생겼다. 비행기를 타는 등 제한적으로 3차원 공간도 이용하고 있기는 하나 생활방식은 어디까지나 평면, 즉 2차원이 기본이다. 하지만 드론을 사용하면 인간은 자신의 주변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드론이 가장 흔하게 쓰이는 분야가 바로 항공촬영이다. 과거에는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야만 겨우 촬영할 수 있었던 지상을 지금은 누구나 손쉽게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최근 TV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항공영상은 거의 대부분 드론을 이용한 것이다.

"고층빌딩이 수없이 늘어나고, 지상은 물론 지하 공간도 인류의 생활 영역이 됐다. 비행기나 헬리콥터 등 하늘을 날아다니는 교통수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3차원 공간정보 시대의 해법

‘하늘에서 지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드론만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 바로 드론을 이용해 측량과 지도 제작에 활용하는 일. 이른바 ‘공간정보’ 분야다. 평면 입체지도를 제작하는 건 이미 과거의 이야기다. 지금은 360도 전 방향 카메라를 이용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촬영하고, 첨단 소프트웨어를 동원해 완벽한 3차원 지도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도달해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전라북도와 공동으로 ‘드론을 활용한 공유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드론 관리 기법을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협력해 개발했다. 드론이 넓은 지역을 살피고 관리하는 사례다.
드론을 적극적으로 정밀 계측에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 국내 한 건설업체는 최근 부산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 축조 공사 현장에 스마트 건설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회사는 가장 먼저 현장 상공에 드론부터 투입했다. 360도 파노라마 촬영을 하고, 촬영 정보를 공유해 보다 편리하게 공정을 관리하는 ‘드론 VR 공정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또한 이 회사는 건설 현장의 지리정보 시스템도 드론으로 확보했다. 항공사진을 촬영하고, 관련 프로그램으로 현장 모습을 3D 정보로 바꾸기도 한다. 현재 이 회사는 드론으로 촬영한 입체 영상을 기존의 측량 정보와 비교해 현장 직원들이 시공 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하고 토공량을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드론 측량 3D 현장 관리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드론을 활용한 건설 신기술 이외에도 모바일과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검측 애플리케이션’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장 업무가 보다 편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한 기업도 드론을 이용한 지리정보 시스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 기업은 공간정보 데이터 획득이 가능한 케이엔드론(KnDrone)을 자체 개발했다. 고정밀 카메라가 설치된 드론을 이용, 인공위성 시스템과 접목해 지적 관리용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하늘에 드론을 띄우고 근처를 정해진 순서대로 비행하기만 하면 복잡한 측량을 정밀하게 처리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만든 측량정보도로 건축 인증을 받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드론을 활용하면 사회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간정보까지 관리하고 이를 통한 서비스도 가능하다. 최근 SK C&C는 도시가스 배관 안전관리를 위해 드론과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SK C&C는 SK 계열 도시가스 자회사인 충청에너지서비스와 함께 드론 폐쇄회로TV(CCTV)를 개발하고, 이 시스템을 통해 여러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위험 상황을 파악·경고하는 ‘에이든 드론 관제 플랫폼’을 공동 개발해 지난 10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했다.

2000억 원 vs 150만 원

드론이 공간정보 분야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과거의 방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공간정보가 필요한 공간을 UHD(4K)로 촬영할 경우, 인공위성은 2000억 원 이상이, 항공사진은 3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드론은 150만 원 수준의 장비만 보유하면 비슷한 품질의 영상을 찍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편리성이다. 인공위성이나 항공촬영은 하늘 위에서만 땅을 바라보아야 한다. 하지만 드론은 필요하다면 360도 어느 방향에서나 원하는 방향에서 몇 번이고 지상을 촬영할 수 있다. 자유롭게 비행하며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영상을 촬영할 수 있으며, 실내 공간을 입체 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완전한 3차원 입체 공간정보를 구축하는 데는 복잡한 과정이 요구되지만 드론을 통해 촬영한 사진을 업로드 하면 자동으로 편집해 지도를 제작해주는 인터넷 서비스가 출시될 만큼 입체 공간 모델링에 대한 기술력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세상은 누구나 드론만 있으면 원하는 즉시 공간정보를 획득해 활용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세 번째는 언제든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즉시성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측량을 하거나 인공위성이나 비행기를 동원하면 상당히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충분한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드론은 복잡한 사전 과정이 생략된다. 수많은 건물이 생겨나고, 다시 부수고 재건축을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의 지도 제작 방식으로는 바로 대응하기 어렵다 보니 드론의 인기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관련 법규 확인과 기술개발 노력

드론은 사용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울 만큼 여러 면에서 편리하고 강력하다. 그러나 항공법 등의 문제로 비행금지구역에서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관련 규정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드론 제작 기술에 있어서도 보다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드론 비행 중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자동차나 사람 등을 피할 수 있도록 라이다,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도 적절히 활용해 주변을 감지하는 기술, 이런 정보를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위험을 회피해 임무를 완수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도 필요하다. 먼 상공은 물론 도심 내부까지도 안전하게 비행하려면 건물의 입간판, 전신주 등의 위치까지 포함한 완전한 입체 지도도 요구된다. 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 등 드론의 성능을 한층 더 높여줄 첨단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간정보 수집과 활용 분야에서 드론의 역할은 앞으로 점점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