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활용하는 해양은 전체 5% 미만으로 95% 이상이 미개척 공간으로 남아있다. 이에 전 세계 70여 개국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바다에서 찾기 위해 해양공간계획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4월 ‘해양공간계획법’을 제정하고, 해양환경공단을 컨트롤 타워로 세우면서 본격적인 해양공간정보 시대를 알렸다. 바야흐로, 바다가 공간정보에 빠진 것이다.

해양공간계획법이란
선점식 No! 계획하고 이용하라

해양은 깊은 잠재력을 지닌 공간이지만, 경쟁자가 없는 시장은 아니다. 어업이나 양식, 물류, 에너지, 관광, 군사안보 등 수요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이용할 수 있고, 여기에는 국가 혹은 지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해양공간에 대한 사전 관리체계가 없었던 그동안은 개별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깃발을 먼저 꽂는 사람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이른바 선점식이었다. 이용 주체나 행위 간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우리나라는 특히 어업인들의 어업활동을 보장하는 보호구역과 풍력발전을 비롯한 에너지개발구역 지정 여부가 첨예한 갈등을 빚어 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양공간의 특성이나 생태계적 가치를 살리지 못한 무분별한 개발도 전 지구적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2019년 4월, 지속적인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공간계획법)’을 제정하고 시행했다. 국가가 총체적으로 해양을 어떻게 계획하고, 이용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같은 해 8월에는 해양공간계획 수립과 평가의 통합 컨트롤 타워로 해양환경 보전 및 개선, 해양오염방제 분야의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해양환경공단을 선정했다.

무엇을 하고, 하지 않을 것인가
공간정보 데이터로 따지는 ‘입지 적절성’

“바다는 인간을 정복과 약탈로 유혹하지만, 영리(營利)와 해야 할 일로 향하게끔 하기도 한다. 대지는 인간을 고정시켜 끝없는 궁핍함을 맛보게 하나, 바다는 인간으로 하여금 제약된 세계를 넘어서게 한다.” 바다에 관한 독일 철학자 헤겔의 정의는 해양공간계획이 지닌 두 날개를 정확하게 짚는다. 바로 ‘영리’와 ‘해야 할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1) 에 따르면 오늘날 경제활동에 따라 발생하는 전 세계 해양의 부가가치 규모는 무려 1,700조 원에 이른다. 2030년까지는 그 두 배인 3,400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부가가치 규모만 보자면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리 추구만을 위해 무작정 바다에 뛰어들었다가는 자칫 인류 전체에 해악을 끼치는 독배를 들이킬 수 있다.
해양공간계획법은 현재 해양용도구역을 9가지(어업활동보호구역, 골재·광물자원개발구역, 에너지개발구역, 해양관광구역, 환경·생태계관리구역, 연구·교육보전구역, 항만항행구역, 군사활동구역, 안전관리구역)로 구분하고, 용도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하고 관리한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있다. 해양공간계획법 시행 이후 해양공간을 개발하려면 사전에 해양공간에 대한 적합성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입지 적절성’.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는 객관적인 해양공간정보 데이터에 의한 입지 적절성 판단 여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양공간정보는 해양공간의 핵심 활동을 이해하기 위한 위치정보 기반의 자료와 분석, 예측을 포함한다. 특히 바다는 해수면뿐 아니라 해중, 해저면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3D 차원의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정보를 시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바다환경을 추적하고 예측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선박 센서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인공지능(AI) 플랫폼도 해양공간정보의 수준을 가늠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바닷속 첨단 기술의 융합
해양환경공단 공간정보시스템, ‘K-IDEA’

IT기술 강국으로 일찍부터 공간정보 기술을 앞당겨온 우리나라는 해양공간정보시스템 구축과 활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공간계획 수립의 전략적 방향타를 쥐고 있는 해양환경공단은 작년 말, 해양공간정보시스템 K-IDEA(KOEM-Intergrated Data of Ecosystem and Assessment)를 구축했다. K-IDEA는 공단이 축적해온 해양오염사고, 해양보전, 방제, 선박 운영 등의 정보를 공간정보와 융합한 지리정보시스템(GIS)이다. 이를 활용하면 해양수질부터 생태, 해양보호구역, 해양오염사고, 방제자원, 해양쓰레기 수거, 골재 관리까지 다양한 정보를 시각화한 지도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K-IDEA는 현재 IoT 기반 선박 센터를 활용한 해양환경기초데이터와 더불어 방제 현장 상황이 담긴 실시간 영상 데이터 등을 연계한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을 향해 고도화하는 중이다. 또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와 연계해 공단이 보유한 선박의 실시간 위치와 항적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해양오염사고에 대한 신속한 대응책도 마련한다.

점점 더 스마트해진다
해양공간정보의 가치

해양공간은 자원의 보고인 동시에 정보의 보고다. 수온, 염분, 해상풍, 파랑 등 방대하고 무수한 정보는 인공지능 기술과 만나 3차원, 4차원의 연속된 정보로 그 가치를 빛낸다. 향후 기후변화 연구 등에 귀중한 자료로 쓰임은 물론이다. 앞으로 해양예보, 자율운항선박 등 스마트 해상물류, 스마트 양식장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양공간정보 빅데이터를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양환경공단의 K-IDEA는 현재 내부 업무용으로 활용 중이지만 국토교통부 공간정보센터와의 연계는 물론, 주요 기관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활용도를 대폭 향상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평소 해양공간정보에 관심이 있다면 해양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대국민 해양환경정보포털서비스(https://www.meis.go.kr)를 주목해보자. 기존 해양환경분야 5개 시스템을 한곳에 통합한 정보포털로 국가해양생태조사정보와 다양한 해양관측 정보를 간편한 검색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별히 3D 입체영상으로 만나는 해양생태생물과 갯벌 이야기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만 하는 자녀들을 위한 흥미로운 학습 자료2)로 쓰이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