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은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구체화하는 핵심 기반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언택트’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는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산 클라우드 플랫폼인 파스-타(PaaS-TA)를 중심으로 국내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한국정보화진흥원 김은주 단장에게 클라우드의 가치와 지향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스마트제조, 공간정보,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구체화될수록
그 기반인 클라우드 플랫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Q. 2013년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 파스-타(PaaS-TA) 개발에 착수해 2019년 5.0 버전인 라비올리를 공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에 주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외국의 경우 2006년 AWS(Amazon Web Service)가 시작되면서 2008년부터 클라우드가 급격히 확산됐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0~2012년 사이에 클라우드에 대한 인식이 생겨 2013년 무렵에서야 통신사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IaaS)를 제공하기도 바빴습니다. 그런데 클라우드 생태계를 조화롭게 발전시키려면 플랫폼 경쟁력이 중요합니다. 플랫폼이 발전해야 대중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도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우리나라는 PC에서의 윈도우, 모바일에서의 안드로이드나 iOS 같은 플랫폼 분야에서 성공한 경험이 전무한 실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것을 주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클라우드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을 감안할 때 플랫폼 개발은 필수 과제라고 인식했습니다. 외산 클라우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 막대한 외화를 로열티로 지불하는 것은 물론, 국내 클라우드 산업 생태계의 발전을 꾀할 수도 없을테니까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 정부가 R&D 자금을 지원하고 민간이 함께 하는 방식으로 파스-타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Q. 국내에서 플랫폼 개발에 성공한 적이 없었을뿐더러, 외국과의 기술 격차도 컸습니다. 이런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셨는지 궁금합니다.

2013년부터 클라우드 플랫폼 개발의 필요성을 말했지만 대기업들은 참여를 망설였습니다. 플랫폼 개발을 할 기술자, 투자자나 지원자도 없는 척박한 상황이었죠. 정부가 플랫폼 개발에 나서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고요. 하지만 정부를 설득해 R&D 지원을 받게 되었고, 의욕 있는 중소기업들과 함께 팀을 짜서 시작했습니다. 지원 규모 역시 큰 편은 아니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클라우드 플랫폼에 연간 1조씩 투자하는 반면, 정부 투자액은 30억에 불과하니까요. 이런 약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글로벌 오픈 소스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파스-타는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던 글로벌 오픈 소스 중 경쟁력 있는 것들을 적절히 선택해 스터디를 해가며 만든 것입니다. 덕분에 착수 2년이 조금 넘은 시점인 2016년에 첫 번째 코드를 오픈할 수 있었죠. 오픈 이후에도 철저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오픈 소스로 만들고 오픈 소스로 개방함으로써 파스-타의 확산과 발전을 꾀한 것이지요.

Q. 파스-타 출시 이후, 시장의 반응과 효과는 어땠나요?

파스-타는 민간에서 먼저 활용하기 시작했고 현재도 민간 활용도가 높은 편입니다. KT, NHN, 네이버, 코스콤 등이 파스-타를 활용해 클라우드 상용 서비스를 하고 있죠. 한국전력이나 농촌진흥청, 부산광역시 등과 같은 공공 영역에서도 사용하고 있지만, 민간에 비해 비율이 적은 편입니다. 2019년 행정안전부가 전자정부 플랫폼으로 파스-타를 채택했으니, 앞으로는 공공 영역에서의 활용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정부통합전산센터에는 중앙부처 시스템의 70~80%가 통합 수용되어 있어요. 국토교통부 공간정보 시스템도 마찬가지이고요. 물론 부족한 점과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오픈 소스에 기반한 만큼, 사용자가 많아져야 더 발전할 수 있으니 널리 알리고 교육하는 데에도 애쓰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글로벌 경쟁 기업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고 각자 응용해 수익을 내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분위기가 확산돼야 각각의 발전 속도도 빨라지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개방형 생태계를 낯설어 하는 문화가 아쉽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격수업, 공공마스크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 클라우드
서비스는 사회적 현안을
풀어가는데 솔루션입니다.
따라서 시민과 공공기관,
기업과 정부가 의견을
나누고 협력해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Q. 국민 입장에서 파스-타와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는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주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서비스인 SaaS입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 플랫폼 서비스인 PaaS의 신속성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초·중·고 학생들의 온라인 클래스의 경우, 동시 접속자 1만 명을 예상하고 만든 것인데 코로나19로 300만 명을 견뎌야 했습니다. 공적 마스크 실시간 정보는 1주일만에 5천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했고요. 클라우드가 없었다면 각각 1~2년 걸렸을 프로젝트지만, 다행히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덕분에 1~2주만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파스-타에 기반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은 클라우드 무상 대여를 결정했습니다. ‘국난극복’이라는 특수한 목표를 위해 자발적 지원에 나선 것이죠. 이번 사례를 통해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의 서비스가 널리 쓰여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Q.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도입을 장려하고 있는 것 역시, 국내 클라우드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세계적으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의 70% 이상을 AWS 같은 미국산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하는 형편입니다. 때문에 ICT 산업에서 벌어들인 수익 중 막대한 액수를 이용료로 지급하고 있죠. 앞으로 공간정보 클라우드나 자율주행차 등 최첨단 서비스가 발전하면 할수록, 로열티 금액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외산 클라우드에만 의존할 경우, 클라우드 로열티가 블랙홀이 되어버릴 수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 민간 산업 분야의 외산 클라우드 점유율이 약 70%에 달합니다. 물론 국산 클라우드를 사용할 것을 민간에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정부와 공공기관이 먼저 국산 클라우드를 사용해서, 국내 클라우드 산업 발전의 마중물이 되어주자는 것입니다. 2014년까지 공공 부문에서 민간 클라우드를 쓰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 어려움이 컸지만, 2015년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법 제정, 2019년 12월 클라우드 규제 개선 등에 힘입어 올해부터 조금씩 활성화되었습니다.

Q. 디지털서비스마켓인 ‘씨앗’을 오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짐작됩니다. 씨앗은 현재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상태인가요?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16년 씨앗을 오픈했습니다. 영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만든 것인데요. 실제로 2012년 오픈한 영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전용 마켓플레이스는 8년 사이 100배 성장했습니다. 온라인에 기반한 클라우드의 특성상 기업들이 지방으로 분산해, 지역경제와 산업 육성에도 기여했고요.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제약이 커서 씨앗 활성화와 동시에 법제도적 개선도 추진했습니다. 클라우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로 구매하게 되는데, 이전까지 국내에는 용역과 상품 계약만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니 씨앗에서 특정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우 시간이 많이 걸렸죠.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용을 전제로 한 계약제도인 ‘디지털 서비스 전문 계약제도’를 제안해, 10월 1일부터 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클라우드 규제 개선과 ‘디지털 서비스 전문 계약제도’에 힘입어 내년부터는 클라우드 산업 발전이 본격 추진되리라 기대합니다.

Q. 향후 국내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위해 공공부문은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공공 자체의 혁신과 민간 클라우드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겠죠. 공공부문이 마냥 희생하자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유저’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당장은 수요가 없지만 미래 지향적인 수요를 발굴하고 투자는 물론 사용도 함으로써 민간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공공의 서비스도 향상될 것이고요. 특히 현 시점에서는 크고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그 지점만을 향해 나가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큰 비전은 있어야 하지만, 상황에 맞춰 얼마나 신속하게 변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클라우드 산업 육성 역시 마찬가지고요.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클라우드 산업은 더 빠르게 진화해갈 것입니다. 그런 만큼 한 사람, 하나의 부처가 아닌 시민과 기업, 공공부문과 정부가 함께 의견을 수집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기술과 시스템이 발전하는 만큼, 그 시스템을 다루는 사람들도 더 유연하고 신속하게 협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미래 핵심 기반인 클라우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