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라는 말처럼, 과거 농업의 성패는 전적으로 사람의 손길에 달려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농촌 인구 감소 등으로 농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던 와중, 이에 대한 대안으로 ‘스마트팜’이 대두됐다.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접목해 시간과 공간, 기후의 제약을 뛰어넘어 농업 경쟁력을 높일 스마트팜의 미래를 살펴보자.

농업의 위기로 촉진된
스마트팜

현재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 30%로 ‘세계 5대 식량수입국’에 속한다. 2018년 기준으로 쌀과 보리 등 식량자급률이 46.7%에 그치고 있으며, 곡물자급률은 21.7%에 불과하다. 이에 농협미래경영연구소에서는 최근 발간한 ‘코로나19발 글로벌 식량위기 우려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식량위기에 취약한 곡물 수입구조를 가지고 있다. 안보적 차원에서 식량문제에 접근하지 않으면 큰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올 초 시작된 코로나19는 식량주권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쌀 수출 3위 국가인 베트남은 이미 해외 수출량을 축소하거나 중단했으며, 미국과 호주 등 일부 국가 역시 곡물수출 금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로 인한 미래 식량위기는 전지구적인 현상인 만큼,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향후 30여 년 동안 식량 생산이 약 70% 증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유럽과 미국, 일본 등 농업 선진국들은 농업에 최신 정보통신기술(ICT)를 농업에 접목해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스마트팜’을 성장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덕분에 2015년 28억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은 2018년까지 3년 동안 11.8%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22년까지 4,080억 달러로 연 평균 16.4%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 역시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스마트팜’을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팜 전문인력 양성, 청년농 스마트팜 종합자금 지원 등 관련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까지 상주와 김제, 밀양, 고흥에 ‘스마트팜 혁신 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2015년 28억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은 2018년까지 3년 동안 11.8%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22년까지 4,080억 달러로 연 평균 16.4%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팜을 움직이는
첨단 기술

전통적인 농업이 사람의 경험과 노동력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것과 달리, 스마트팜은 데이터와 최신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다. 기존 농업 현장에서 볼 수 없었던 센서와 카메라,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을 통해 온도와 습도, 일사량과 토양의 상태를 측정하고 분석해 최적의 생육환경을 조성하고 유지 및 관리하는 것이다. 습도 센서, 일사량 센서, 강우 센서, 풍향과 풍속 센서 등을 통해 다양한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면, 제어 노드에서는 자동으로 최적의 수치를 계산해 온도와 습도 등 생육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동시에 지정된 스마트폰이나 PC로 전송된다. 덕분에 농부는 원격으로 확인하고 제어하며, 최적의 생산량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는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이 적극 활용된다. 방대한 농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학습 기술, 작물 생육의 모니터링하고 식물의 영양 결핍을 탐지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 알고리즘에 기반해 작물 수확량과 식물의 생육 상태를 예측하는 데이터 가공 기술은 물론 노지 지도화(Field Mapping), 작물 탐색 등을 포함하는 정밀농업, 스마트 온실 및 토양 관리, 농업 로봇 등 데이터 활용 기술도 모두 인공지능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2015년 설립된 영국의 스타트업 모티브(Mothieve)의 토탈 솔루션이 좋은 예다. 해당 솔루션은 질병을 예측하고, 수확량을 개선하며 작물에 요구되는 환경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은 물론, 농작물 수확과 운송 시점도 정확히 알려준다. 현재 농장 근처에 설비를 구축해 환경 및 토양 데이터를 수집하고 맞춤형 기계 학습 모델을 활용해 스마트팜 운영을 돕는 모티브는 향후 특수 작업에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스마트팜 선도기업인 네덜란드 프리바(Priva)는 원예시설의 기후환경 측정과 공정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제공해왔다. 조명관리, 온도, 습도, 영양 등의 종합 관리에 최첨단 IT 기술을 접목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농촌 현장은 물론 도심 지하철 역사에 도입된 스마트팜까지.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농업 스마트팜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우리 농업에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발상 전환으로 세계 도약 꿈꾸는
K-스마트팜

한편 우리나라는 우리 농업 조건과 현실에 맞게 최적화된 기술을 개발해 ‘한국형 스마트팜’을 성장시켜왔다. 2016년에는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로 농업 편의성을 향상시킨 1세대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을 상용화해, 도입 농가의 편의성과 생산성이 30%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2018년에는 ‘지능형 정밀 생육관리’ 즉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둔 2세대 스마트팜 모델이 개발됐다.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지원 플랫폼 ‘팜보이스’와 재배 전 과정 걸쳐 의사결정을 돕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갖춰, 농사 경험이 적은 젊은 농업인은 물론 ICT에 미숙한 고령 농업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에는 무인 및 자동화시스템을 실현하는 3세대 모델(수출형)을 완성할 예정이다. 3세대 모델은 특히 지능형 생육관리모델 등 차별화된 기능 탑재와 안정된 운용능력 확보로 K-스마트팜을 세계로 확산시킬 모델로 꼽힌다.
무농약 작물을 도심에서 생산하는 도심형 스마트팜도 이슈다. 서울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7호선 상도역과 천왕역, 2호선 을지로3가역과 충정로역 등에서 운영 중인 메트로팜이 바로 그것이다. 메트로팜에서는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를 활용한 인공조명으로 광합성을 돕고, 자동 순환 시스템으로 물과 필수 영양분을 자동 공급하는 한편 온도와 습도 역시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를 통해 메트로팜 상도역점에서는 7,043개 화분에서 매일 29.7kg의 무농약 쌈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사람 대신 로봇이 작물하는 ‘오토팜’도 눈길을 끈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로봇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통해 매일 3.5kg의 새싹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메트로팜을 운영 중인 스타트업 팜메이트는 LG유플러스, LG CNS와 자율제어 및 식품 안전 이력 관리가 가능한 ‘미래형 스마트팜’에 대한 실증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스마트팜이 단순히 농촌에서의 농업 활성화를 뛰어넘어, 농업 전체에 새로운 비전을 열어줄 수 있음을 증명한다. 농촌 인구 감소 및 고령화, 기후변화, 식량위기 등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K-스마트팜 수출에 힘입어 우리 농업에 새로운 전성기가 열릴 것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