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 초고속통신망, 자율주행차 등과 같이 눈 뜨면 새로운 에너지와 정보통신 기술들이 생겨나는 요즘, 우리가 그리고 있는 스마트 시티, 스마트 라이프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직면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 전문가들은 기술을 통해 다양한 도시 문제를 스마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도시가 미래 스마트 시티라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도시 문제는 주택 문제, 환경 문제, 교통 문제, 에너지 문제 등 다양하다. 이중 환경과 교통, 에너지 문제는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다. 앞으로 10년 엄청난 발전을 예고하고 있는 스마트 모빌리티, 그 기술이 그려내고 있는 미래 모습을 살펴보자.
가장 최신의 미래 기술 동향을 엿볼 수 있다는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세계가전전시회)2020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의 키워드는 ‘자율주행’과 ‘플라잉카’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 국토교통부도 ‘자율주행 상용화 3단계’를 앞두고 시험운행을 위한 임시 운행허가를 내주는 등 적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5단계가 완전 자율주행 단계이니 완벽한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을 획득하기까지 단 두 단계만 남겨두고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부터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간 신차 판매의 26% 이상이 자율주행차로 판매될 것이라는 예측 통계가 나와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자율주행차량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량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술로 우리 생활에 안착한다면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모두가 알다시피 자율주행은 운전자나 승객의 조작이 전혀 필요 없는 모빌리티 기술이다. 안전운행이 늘어나 사고가 줄어들고 이동하는 순간에도 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은 단지 인간의 탈 것만 변화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에 따른 여파는 인간의 삶과 연결된 많은 부분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눈앞으로 다가온 스마트 시티의 모습이다.

CES2020에서 미리 만난
스마트 시티의 모습은?

CES2020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도요타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변화에 따라 급변하게 될 미래 도시의 모습을 제안했다. 먼저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스마트 시티의 모습을 살펴보자.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미래 도시에는 곳곳에 자율주행 셔틀이 다니는 허브가 건설된다. 허브에서 허브로 옮겨간 사람들은 각자 원하는 곳까지 플라잉카를 이용해 이동한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공중을 이동하는 개인용 비행체(PAV, Personal Air Vehicle)를 개발하는 등 도심항공 모빌리티를 구현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반면 도요타는 사람과 자율주행 셔틀이 도로를 공유하는 스마트 시티 모델을 제시했다. 건물과 도로 등 기존 도시의 인프라와 자원을 최적화해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 두 기업이 주장하고 있는 스마트 시티의 개념은 새롭게 도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 도시의 인프라 위에서 도로 정체 없이 다양한 모빌리티가 적절히 운영되도록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율주행 셔틀이 상용화되면 버스, 지하철 등 지금의 승차 공용차량은 주문형 교통시스템 개념을 탑재한 차량으로 바뀔 것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하면 근처의 비어있는 차량이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는 우버처럼 말이다. 화물 운송 시스템과 물류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낮에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던 자율주행 차량을 밤에 화물 운송차량으로 활용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는 대중교통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고 차량으로 인한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도시의 변화

이런 변화는 도시에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쉽게 생각해봐도 몇 가지가 떠오른다. 먼저 운행 차량의 감소가 예측된다. 2017년에 미국 싱크탱크 리싱크엑스의 보고서는 자율주행차량이 완전 상용화된 후 10년이 지났을 때 운행 차량이 과거보다 1/5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우버는 지금 자가용 수의 1/10 정도의 차량만 있어도 사람과 물자 수송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두 번째, 차량의 감소로 인해 주차 공간 낭비가 줄어들 것이다. 주차 공간이 감소된다는 것은 도시 공간을 그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당연히 녹지가 늘어날 것이고 공공공간이 늘어나 도시는 그만큼 쾌적해질 것이다. 세 번째 중요한 변화는 역시 도시 에너지 문제와 환경 문제의 해결이다. 에너지 소비가 줄면 이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의 3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신차 33% 이상을 전기차나 수소차로 바꿔갈 예정이다. 이렇게, 전기차와 수소차의 등장과 함께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이 되면 환경오염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템을 혁신하거나
아예 새로 만들거나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자율주행 전용 도시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기존에 있는 도시의 인프라로는 자율주행 차량이 선도하는 스마트 시티를 이뤄가는 데 아무래도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자. 안 그래도 복잡한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 자율주행차량이 다닌다면? 상상 이상으로 복잡해질 것이다. 혼잡한 도로에서 수동 운전 차량과 자율주행 차량이 혼란스럽게 섞여 운행되어야 할테니 말이다. 때문에 현재 자율주행차는 세종시나 판교처럼 비교적 새로 조성되고 있는 곳에서 시험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 전용 도시가 생겨난다면 기존의 도시가 아니라 비교적 한적한 도시에서 자율주행 셔틀을 운행해 사람들 이동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다. 만약 이런 개념이 실생활에서 구현된다면 사람들이 기존의 도시를 떠나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역도시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기존 도시에서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이나 모빌리티 기술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중교통 환경이 잘 갖춰진 도시라면 자율주행 차량이 버스나 지하철 등 기존 대중교통의 보완재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대신 도시는 외연을 확장하여 외곽 쪽은 완전 자율주행 전용 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한 도시 생활

스마트 모빌리티와 함께 등장할 스마트 시티의 모습은 친환경화, 스마트화, 융합화, 생산 및 소유 방식의 변화 등 몇 가지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이 모두는 인간의 지속가능한 도시 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것들이다. 다만 이런 변화는 산업화 시대에 추구하던 대량생산 방식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도시의 기본 인프라를 다 부수고 새롭게 만들어 내기도 어려울뿐더러 지향하는 가치도 다르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해보자. 도로가 막히는 도시가 있다면 산업화 시대에는 새롭게 도로를 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스마트 시대의 도시는 현재 막히지 않는 우회도로를 신속하게 알려줌으로써 정체 문제를 해결한다. 즉 도시에 있는 자원을 활용하여 자원 배분을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스마트 모빌리티가 지향하는 지점도 비슷하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시간, 차량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게 함으로써 에너지와 자원과 공간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다 스마트하게 도시를 활용하는 방법은 이처럼 교통문제, 에너지문제,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줄 것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이 도시의 모습을 바꿔 놓을 10년쯤 뒤를 상상해보자. 차량 통행량에 따른 경로 제어 시스템에 힘입어 ‘도로정체’는 낯선 현상이 되지 않을까? 공유 자동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고 창밖으로는 도심 속 넓은 녹지가 펼쳐질 것이다. 교통과 에너지, 환경 문제가 해결된다면 과거의 ‘파란 하늘’ 또한 되찾게 되리라 기대해본다. 편리해지고 깨끗해지고 지속가능해진 미래 도시. 스마트 모빌리티가 구현해갈 미래 스마트 시티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스마트 시티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해갈 수 있도록 도시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 과학기술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