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우리에게 부동산은 꼭 필요하지만 어렵고 품이 많이 드는 분야였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부동산은 다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부동산 업무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 ‘프롭테크(PropTech)’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기술로 부동산에
편의를 더하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란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해 그 기능성과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사물은 센서(Sensor)를 통해 물리적 환경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적절한 동작을 수행한다.
센서는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취득한 데이터를 다른 전자장치로 보내는 모듈이다. 빛, 온도, 습도, 소리, 진동, 압력 등을 감지하는 기본적인 센서 외에도 특정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화학센서(Chemical Sensor), 생명공학 및 의료 분야에 사용되는 바이오센서(Biosensor) 등 다양한 센서 유형이 존재한다. 특히 원격의료에서는 환자가 착용한 웨어러블 기기, 환자가 있는 공간에 설치된 사물인터넷 기기 등 여러 센서들로부터 다양한 데이터를 취합하게 된다.

프롭테크의
기본 덕목

프롭테크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고도의 IT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 각종 부동산 정보를 빠르게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는 초고속 정보통신기술(ICT)은 기본,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부동산 빅데이터를 형성할 수 있는 서버 및 클라우드 기술도 필수적이다. 개개인의 중요한 자산을 다루는 만큼 블록체인 등 확실한 보안 기술을 마련해야 하며, 각종 매물의 현황을 멀리서도 실감 나게 둘러볼 수 있는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기술도 투입된다. 부동산 정보를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성도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공간정보도 IT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부동산이 기본적으로 지리적·지역적 공간정보를 필요로 하는 분야인 데다가, 세세한 공간정보를 확보할수록 프롭테크 이용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매물 정보만을 제공하는 프롭테크 서비스와, 매물 정보·내부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과 가상현실·주변 생활 여건 및 편의시설·거리뷰 등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프롭테크 서비스 중 어떤 것을 이용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만든 프롭테크 앱 ‘네이버 부동산’은 최근 ‘개발’ 탭을 추가해 매물 주변의 개발 정보를 함께 제공,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렇듯 프롭테크 기업들은 각종 공간정보를 확보하고 서비스에 적용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와 함께 제공돼야 할 게 있으니, 바로 정부 차원에서 파악할 수 있는 부동산 정보다. 현재 부동산 실거래가 등의 기본적인 정보는 알 수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이 활용할 만한 더욱 자세한 부동산 정보는 취득하기 힘들다. 이는 부동산 빅데이터 구축과 실시간 업데이트가 매우 중요한 프롭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다수의 프롭테크 기업들은 유의미한 부동산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러한 자원을 기술 개발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투자한다면 프롭테크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예견하기도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부동산 뉴노멀’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프롭테크의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Untact) 문화 확산으로 인해 프롭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실제로 올해 들어 각종 부동산 앱 사용자가 처음으로 500만 명을 넘겼다. 이용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나 늘어난 덕분에 달성한 성과다. 이렇듯 초유의 감염병 상황으로 인해 오프라인 중심의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프롭테크 서비스로 넘어가는 모양새이며, 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이러한 지각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도 프롭테크 육성책 정비에 돌입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프롭테크는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에 불과했다. 관련 법령도 마땅하지 않았고 정부 내 전담 부처도 확실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올 4월부터 프롭테크 육성 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했으며, 올해 말쯤 중·장기 단계별 혁신 로드맵이 포함된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제 막 출발한 신산업인 만큼 확고한 방향성이 설정되지는 않았지만, 프롭테크가 부동산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이자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프롭테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은 부동산 업계의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일본은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50%를 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70%에 육박한다. 프롭테크의 여파가 우리나라에 더욱 크게 미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IT 기술과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부동산 업계의 불합리성과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프롭테크. 현재 겪고 있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부동산 시장을 더욱 투명하게 하는 촉매제로서 활약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