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은 IT업계에서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된 지 오래다.
특히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과 재택근무와 원격회의, 온라인 수업 등 비대면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기반 기술인 클라우드 성장세가 무섭다. 현재까지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강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지만 후발주자의 뒷심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 사례와 현황을 살펴보고, 클라우드 서비스의 미래를 가늠해 본다.

높게 더 높게…‘빅테크’
기업의 클라우드 실적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아마존에서 실질적으로 수익을 가장 많이 올리고 있는 부문은 클라우드 사업부인 AWS(Amazon Web Service, 아마존웹서비스)다.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19년 4분기에는 사상 처음 100억 달러(한화로 약 12조 원) 매출을 돌파했으며, 2020년 2분기(4월~6월)에는 10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아마존 전체 매출의 약 12%에 불과한 수치지만 영업이익은 33억 5700만 달러로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약 60%를 채웠다. AWS의 뒤를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MS는 2014년 ‘클라우드 퍼스트(Cloud First)’를 선언하고 ‘윈도’ 위주의 사업구조를 클라우드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하는데 성공했다.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포함한 MS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134억 달러를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MS는 AWS의 빈틈을 찾아 특히 유통과 자동차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다. 2017년 유기농 식품 슈퍼마켓체인인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유통업계에 본격 뛰어든 아마존의 행보가 대형 유통기업들을 자극시켰기 때문이다. 월마트와 크로거, 갭, 타겟 등 대부분의 유통기업들은 AWS 대신 ‘MS 애저’를 활용 중이다.
구글 역시 클라우드 사업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은 클라우드를 검색, 광고를 잇는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꼽고 있다. 지난 2분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상장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2% 감소한데 비해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와 지스위트(G Suite)를 포함한 클라우드 사업에서 43%의 매출 성장을 거둬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시너지리서치에 따르면, 구글은 전세계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시장에서 AWS(33%), MS(18%)에 이어 9%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결합한 클라우드

MS 애저는 지난해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그룹의 커넥티드카 사업부 ‘오토모티브 클라우드(Automotive Cloud)’ 사업자로 선택됐다. MS는 폭스바겐 외에도 애스턴 마틴, 혼다, 마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등을 고객사로 유치하며 자동차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의 2016년 인터뷰에 의하면 토요타, 다임러, BMW, 포드 등도 MS의 주요 고객사다. LG전자도 AI(인공지능)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MS와 손을 잡았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차세대 주력사업인 자율주행차 부품 및 인포테인먼트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도 클라우드 사업부문 자회사인 알리바바 클라우드 인텔리전스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클라우드 시장에서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가트너의 2019년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IaaS) 시장 보고서에서도 AWS, MS를 이어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특히 알리바바는 자사의 클라우드 기술을 중국 항저우시의 AI(인공지능) 프로젝트인 ‘시티브레인’에 적용해 주목을 받았다. 시티브레인은 중국에서 가장 교통이 혼잡한 항저우시가 클라우드와 접목된 빅데이터, AI 기술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예를 들면 수백만 건의 차종 및 보행자 인상착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CCTV 영상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통해 항저우시는 실시간 교통정보 분석부터 범죄 용의자 단속, 용의차량 추적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돼 사회 안전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기술의 진화와 융복합

실제 항저우시의 사례처럼 최근 클라우드와 공간정보, AI,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시티 영역은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다. 그중 핵심은 ‘지오 클라우드(Geo Cloud)’다. 글로벌 지리정보시스템(GIS) 선두기업인 에스리는 이미 지난 2012년 클라우드 GIS 플랫폼인 ‘ArcGIS 온라인’과 ‘ArcGIS 애널리틱스’를 출시해 IoT 센서 데이터를 수집·시각화·분석·저장하고 통찰할 수 있게 했다. 이 서비스는 현재 구독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SaaS) 형태로 고객에게 제공되고 있으며, 자연재해나 공공안전, 교통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될 무렵, 에스리는 전세계 보건기관과 지역사회 등에 이를 무상으로 제공해 질병 발병 위치와 사회적 취약성 등 의미 있는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정부도 최근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 경기 부양책인 한국판 뉴딜 정책 중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디지털 트윈은 3차원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행정·민간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결합시켜 현실의 물리적 공간을 가상공간에 쌍둥이처럼 옮겨 놓는 것을 뜻한다. 현실세계의 다양한 상황을 가상세계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국토·도시문제의 해법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한다는 그림이다.
이렇게, ICT와 AI, 클라우드 등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최신 기술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융복합하며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공간’이기에, 그 진화에 중심에 공간정보가 놓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