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국내 공간정보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던 다양한 문제들을 클라우드를 통해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역시 ‘공간정보 클라우드’ 정착을 위해 2020년부터 클라우드 기반 공간정보 융복합 서비스 체계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간정보 클라우드의 필요성과 향후 나아갈 방향은 물론, 공간정보 클라우드가 일으킬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한계,
클라우드로 해법 모색하다

데이터경제 시대의 시작과 함께 공간정보는 핵심 자원으로 부상했다.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데이터와 데이터를 연결함으로써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버, 에어비엔비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카카오, 요기요 등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기업들이 대부분 공간정보에 기반해 고객과 제품·서비스를 연결하고,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만 봐도 공간정보의 가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공간정보 생산·관리 체계는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활용 수요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편리하고 신속하게 공간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가공하려는 요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데이터와 시스템의 호환성이나 데이터 용량 문제 나아가 전문 가공 분석 기술 등과 관련한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공간정보 분야에서는 데이터 개방·유통 범위와 편의성에 대한 요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초기 구축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안보문제까지 관여된 탓에, 공공 주도로 기본적인 공간정보를 생산하고 민간에서는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라우드의 등장과 함께, 공간정보 분야 역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인프라, 데이터, 플랫폼, 소프트웨어 및 보안 등의 정보자원을 물리적으로 보유하는 대신, 네트워크에 연결된 서비스 형태로 임대해 사용함으로써 확장성과 탄력성, 즉시성, 편의성 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파일 다운로드나 OpenAPI 방식에서는 대용량의 공간정보를 신속하게 제공받거나, 전처리 과정을 최소화해 활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컸다. DB를 연동하는 방식도 있지만, 보안상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하면, 원시 DB와 동일한 가상의 DB를 생성하고 허가된 사용자에게 시스템을 개방할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되는 전문 소프트웨어를 필요한 기간에 필요한 범위만큼만 유료로 이용할 수 있어, 초기 구축비를 절감하면서 이용 규모에 따라 점차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원화·표준화·개방화에 초점 맞춘 융복합 서비스 체계 구축 사업

공간정보 클라우드 기술의 필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클라우드 기반 공간정보 융복합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서로 다른 기능과 역할을 가진 시스템의 공통 요소인 데이터를 표준화된 DB로 재구조화해 생애주기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둘째, 공간정보에 기반한 범부처 공통 활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 셋째, 공공과 민간에서 요구하는 데이터를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가 달성될 경우, 지도 위에서 개방DB/융복합DB/시계열DB 등을 사용자가 원하는 포맷이나 지역, 좌표계와 데이터 등과 결합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개별 공간정보 시스템에서 운영 중인 시스템을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고 통합함으로써, 공간정보 데이터와 분석 기능의 개방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 결과, 공간정보에 기반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지원해 국가 전체의 창업 및 경제활동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 연방 지리정보위원회(FGDC, Federal Geospatial Data Committee)와 영국 지리원(OS, Ordnance Survey) 등 공간정보 플랫폼을 운영하는 선진 기관들은 일찍부터 공간정보 클라우드 도입에 나섰다. FGDC는 국가공간정보 플랫폼인 Geoplatform에서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기 위해 에스리(Esri)사의 클라우드 공간정보 플랫폼인 ArcGIS 온라인을 활용하고 있으며, OS는 대용량 공간정보의 관리 및 배포에 아마존사의 AWS와 MS사의 애저(Azure)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토청(SLA, Singapore Land Authority) 또한 위치기반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공간정보 플랫폼인 OneMap에 아마존사의 AWS를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이미 대용량 공간정보 데이터를 제약없이 유통하고 개방하며 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될 공간정보 클라우드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간정보 분야 역시 클라우드 도입을 통해 발전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분산된 데이터 관리체계를 일원화해 공공과 민간이 필요로 하는 공간정보를 효과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해 공간정보산업 자체의 발전을 꾀할 것이며, 데이터 가공 절차를 최소화시켜 다른 분야와의 융복합에 힘을 실어 공간정보의 가치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간정보 클라우드 플랫폼이 제공하는 공간정보 관련 인프라·데이터·분석 기능 등이 쉬워지면, 누구나 최소한의 자본과 기술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민간의 공간정보 활용에 걸림돌이 되었던 보안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논의가 고해상도 영상지도와 대축척 정밀지도 등의 공개 범위 확대로 이어진다면, 자율주행차, 무인항공기,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간정보 활용 수요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클라우드 도입이 해외에 비해 늦었던 탓에, 공간정보 클라우드가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산업계와 학계, 정부 등이 의기투합해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면,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사회의 핵심 기반기술인 공간정보와 클라우드의 융복합 성공 사례를 제시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