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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가상현실이 실제 세계를 대체하고 있는 시대, 예술 분야 역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작품 구매,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열리는 전시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중 지난 1월부터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시작된 전시 <아트 인 메타버스>는 특히, 메타버스 시대의 미술 트렌드를 흥미롭게 제시하고 있다.

생태계 조성을 위한 디지털 아트 페어에서기술과 예술을 접목시킨 메타버스 전시로

2021년 10월과 11월, 아트 메타버스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가 전세계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 ‘제1회 아츠클라우드 디지털페어’를 열었다. 디지털 아트 분야의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취지였다. ‘발굴’과 ‘새로움’에 초점을 맞춘 만큼, 공모 및 심사 과정이나 수상자에 대한 혜택 역시 파격적이었다. 양정웅 심사위원장(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이사), 민세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을 포함한 국내외 전문가 6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Top 100 즉 100명의 아티스트를 선정한 것이다.

이후 아츠클라우드는 디지털 아트 페어의 수상작들을 오프라인 전시 공간으로 옮겨 대중과의 공유에 나섰다. 1월 21일부터 서울 성동구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전시 중인 <아트 인 메타버스(ART IN METAVERSE)>를 통해서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예술은 낯설 뿐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라는 아츠클라우드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비단 디지털 아트 예술가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게임 요소가 접목된 체험형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작품과 디지털 작품 100점을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 포레스트 그리고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 8인이 제공하는 ‘아트메타버스 여행’까지. 관람객들에게 첨단 기술과 예술을 동시에 누리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트 인 메타버스는 작가의 예술성이 짙게 나타난 작품부터 일반인이 접근하기 쉬운 작품까지 두루 망라하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문턱은 낮지만 수준은 높은 전시를 접할 수 있는 것이죠.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계층의 대중들이 어렵게 느껴지는 메타버스 세계관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양정웅 심사위원장의 확신에 찬 포부 그대로, 관람객들은 ‘작품으로 접하니 메타버스가 더 신기했다’, ‘예술과 기술을 접목시킨 화려한 시도가 돋보였다’, ‘현실의 내가 가상의 타인으로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관람객 경험 극대화한 신기술의 향연으로 ‘인간다움’의 가치를 되짚게 하다

총 세 개의 전시관 중 1관에서는 ‘제1회 아츠클라우드 디지털 페어’를 통해 선정된 52개국 100인의 아티스트가 창조한 디지털 아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일명 ‘미디어 포레스트’라 불리는 이곳에는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모니터 등 디지털 매체는 물론 자연물을 배치해 자연과 기술 사이의 조화를 표현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2관과 3관은 2022년 현재 활발하게 뉴미디어 작업을 하고 있는 국내외 작가 8인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오큘러스(Oculus)를 착용하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가상현실 작품으로, 권하윤 작가의 ‘새(鳥) 여인’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관람객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큘러스를 착용한 관람객은 가상현실 속 계단을 오르고 통로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다채로운 빛깔의 새들이 만드는 자유로운 광경을 즐길 수 있는데, 현실세계를 잊을 만큼 압도적인 경험이다. 실제로 한 관람객은 “몰입감이 대단해서 오큘러스를 벗은 후에도 한참 동안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안성석 작가의 ‘너의 선택이 그렇다면(2021)’을 통해 관람객은 작가가 만든 가상세계 속에서 쓰레기 투기꾼이 되어 직접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안성석 작가는 작품을 통해 권력과 개인 사이에 작용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관람객이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시작하는 순간, 경찰차 12대가 돌진해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듭니다. 도저히 그 상황을 빠져나갈 수가 없죠. 그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물리적인 충격과 심리적인 무기력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데요. 경찰로 상징되는 ‘힘’에 대해 개인이 얼마나 무력화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일본 작가 타카오 쏫스케의 ‘자동 생성되는 가면들’은 라이브 코딩을 활용해 작품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SNS에 소스를 오픈했다. 특히 NFT 마켓에서 구동될 때마다 마스크의 모양과 표정, 색상이 자동으로 생성되는 방식으로 흥미를 끌어, 발매 2시간 만에 준비된 작품 1만 개를 모두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작품은 특히 누구나 예술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디지털 활용한 예술 대중화의 가능성 나아가 생태계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전시 <아트 인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술과 예술의 융복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눈부신 기술 발전의 시대에 놓치기 쉬운 ‘인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예를 들어 룸톤 작가의 ‘인 더 그레이(In the Gray)’는 가상현실을 체험케 하는 동시에 오류와 불완전함으로 표현된 ‘인간다움’을 되짚게 만든다. 터키 아티스트 버릴 빌리치의 ‘갇힌(LOCKED)’은 초연결로 인해 한층 고립되는 인간의 모습을 3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며 관람객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기술과 예술을 융복합한 <아트 인 메타버스>를 기획하고 진행 중인 아츠클라우드의 목표는 한결같다. 세계 곳곳에 숨어 있는 좋은 예술가들을 발굴해 다양한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 나아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예술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예술이 모인 클라우드 플랫폼, 아츠클라우드

이렇듯 기술과 예술을 융복합한 새로운 전시, 아트 인 메타버스를 기획하고 진행 중인 아츠클라우드의 목표는 한결같다. 세계 곳곳에 숨어 있는 좋은 예술가들을 발굴해 다양한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 나아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예술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작가들이 작품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들이 직접 나서 바꾸기도 힘든 문제죠. 그 고민을 대신하고 대안을 찾아 작가들과 공생하기 위해 스타트업 창업에 나섰습니다. 예술이 모여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의미로 회사 이름도 아츠클라우드로 정했고요.”

아츠클라우드의 첫 번째 도전은 ‘3D버추얼 뮤지엄’을 개발하는 것이다. 메타버스 속 전시장에서라면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이었다. 나아가 지속가능한 수익창출을 위해 NFT기술 고도화에도 나섰다. 하지만 이 모든 기술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우수한 작가와 작품 확보다. 디지털 아트 페어를 거쳐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를 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전시를 통해 공개된 것은 100여 개 작품이지만, 디지털 아트 페어에는 52개국 3,041점의 작품이 모였다. 그만큼 반응이 뜨거웠다는 증거다. 앞으로도 김보형 대표는 3D 버추얼 뮤지엄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가상 전시장은 물론, 오프라인 전시 무대 확보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오프라인 전시를 선호하는 작가들의 마음을 감안한 결과다.

급격한 기술 변화와 그로 인한 트렌드 변화는 향후 예술시장의 발전상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예술을 향유하는 날이 오도록 예술과 기술, 사람을 잇는 구름다리 역할을 하겠다”라는 김보형 대표의 각오는 아츠클라우드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