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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Metaverse)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단어가 아니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에 메타버스가 어떻게 적용되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묻는다면 선뜻 명쾌한 대답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디지털 플랫폼 전문가로 메타버스와 관련된 다양한 이론과 주장을 제시하고 있는 이상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메타버스는 ‘오래된 미래’

경영학 교수이자 디지털 플랫폼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서강대 이상근 교수는 “쉽지 않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2006년 이미 게임산업에 주목했고 2009년에 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 최초로 메타버스 연구과제를 수행한 이상근 교수의 이력을 볼 때 ‘쉽지 않다’라는 발언은 다소 의외다.

“변화의 속도는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습니다. MZ세대는 우리 세대에는 당연히 알았던 것들을 알지 못합니다. 예로 화폐 기호인 $(달러), €(유로), £(파운드), ¥(엔)은 모르지만 게임에서 유통되는 Linden Dollar(세컨드라이프), Bell(동물의숲) 등은 아주 당연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죠.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건 우리 시대에 매우 중요한 일이 됐어요. 메타버스의 미래는 MZ세대와 MZ세대를 읽는 눈을 가진 자들이 좌우하게 될 겁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부터 30년 전의 일이다. 미국 공상과학소설의 작가인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에 발표한 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언급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소설의 주인공 히로는 (현실세계에서는) 피자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가상세계에서는) 세계 제일의 검객으로 활동하는데 소설에서 처음 ‘메타버스’가 언급되는 대목은 “그렇게 되면 히로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컴퓨터가 만들어 내고 그의 고글과 이어폰을 통해 공급되는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컴퓨터 용어로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었다”라는 부분이다.

지금은 흔하디흔한 단어가 되어버린 메타버스는 사실은 수십 년 전부터 유저들을 사로잡았던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거대한 게임 안에서 직접 선택한 캐릭터(나)는 게임의 경제 시스템 안에서 특정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또 다른 유저가 파는 아이템을 사서 최고 레벨을 달성하기 위한 무한 경쟁을펼친다. 가상과 현실이 혼재된 배경 안에서 지금의 메타버스의 초석을 차근차근 쌓아온 것이다.

지속가능을 위한 조건, 콘텐츠·커뮤니티·수익모델

이상근 교수가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미국에 다녀온 선배 교수가 앞으로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뜰 테니 조사를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이후 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다양한 논문을 통해 메타버스의 지속성을 위한 방안, 혼밥·혼술 문화, 현실과 가상공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등장하는 탈감각화 등을 예견하고 소개해왔다. 이러한 통찰에 기반해 이상근 교수는 현실 속의 메타버스를 4가지 유형으로 분석한다.

첫째는 현실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디지털 플랫폼에 기록하여 저장·공유하는 활동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이용하는 라이프 로깅이다. 둘째는 구글 맵과 같이 실제 세계의 모습과 정보 등을 디지털 세계에 복사하듯 가져와 만든 메타버스 거울 세계다. 셋째로는 현실세계를 기반으로 가상의 이미지와 새로운 세계관을 QR코드, 스노우 3D 카메라 필터 등으로 접하는 증강현실을, 마지막으로 플랫폼 내 구현된 세계에 접속하여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및 서비스로 게임이나 버추얼 커뮤니티(세컨드라이프 로블록스) 같은 가상현실을 꼽는다. 메타버스의 유형은 크게 4가지이지만, 성공 요인은 명확하다.

“메타버스의 타깃 사용자인 MZ세대는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원합니다.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새로운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하며 사용자들 간 상호 작용을 가능케 하죠. 수익모델은 기업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주체의 수익을 창출하게 할 것이고요. 한 마디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커뮤니티’, ‘수익모델’이 필수조건입니다.”

다만 이상근 교수는 메타버스에 밝음이 있다면 어두움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사생활 침해, 왜곡된 정보에 의한 피해, 안전 문제의 야기 등을 경계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적극적으로 찾아야 함을 강조했다.

LX공사, 선제적 대응으로 메타버스 시대 주도하길

그가 내놓은 해결책 중 하나는 증권형토큰(Security Token Offering, STO)*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자산거래소 신설이다. 기존 경제체계에 기반한 구조로는 MZ세대 등 새로운 세대가 유입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물론 그가 이야기하는 ‘새로운 시스템’은 비단 젊은 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나이와 지위를 초월해, 적극적인 수용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메타버스에 긍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경험하고 참여했습니다. 이는 톱니효과, 즉 습관이라는 톱니 장치에 맞물려 있는 것처럼 (코로나19로) 한 번 늘어난 소비(사용)은 줄이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고(뒤로 돌아가기 어렵고) 메타버스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거라는 뜻입니다. 빠르게 진화하는 우리의 첨단 IT 기술, 능동적이고 빠른 우리 국민성, 변화에 저항감이 없는 젊은 세대 등을 볼 때 우리나라는 글로벌 메타버스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고 주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반도체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사용했지만 메타버스는 우리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중요한 것은 메타버스에 관한 우리들의 거부감 없는, 적극적인 수용입니다.”

그가 말하는 적극적인 수용은 공공기관 특히 LX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공사)를 향한 당부로 이어진다. 메타버스의 확장은 공공기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근 교수는 특히 LX공사가 그 영역을 더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을 중심으로 지하 공간과 하늘 공간, 바다 공간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이와 관련한 대국민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LX공사 비상임이사 재직 당시, 드론 고속도로 구축 중요성에 대해 설파했던 기억을 되짚는 그의 어조 속에 LX공사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LX공사는 쉽게 얘기하면 국토정보와 관련된 전 영역에 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먼저 하늘 공간을 메타버스 업무 영역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늘길을 오가는 드론은 향후 배송, 이동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큰 역할을 할 테니까요.”

이어 그는 LX공사의 디지털트윈 기술과 공간정보체계 구축 사업이 국민은 물론 일반적인 지적도 역시 가상공간에서 서비스될 수 있도록 하되 대국민 행정 서비스들을 국민의 요청 이전에 선제적으로 발굴해 제공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