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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연구진이 만든 3차원 공간정보 기반 스마트시티,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서비스에 필요한 3차원 모델 연계 국제표준이 채택되었다. ISO 19166로 알려진 이 국제표준은 3차원 건설정보모델과 도시 공간정보모델을 명확히 명시하고 연결하는 메커니즘을 규정한다.
이번 제정의 의의와 함께 ISO 19166이 디지털트윈, 메타버스로 관심을 받고 있는 공간정보산업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ISO 19166은 요구사항에 필요한 디지털 정보를 정의하는 관점 정의Perspective Definition,
건설 인프라 요소들을 공간정보에 매핑하는 매핑 정의Element Mapping,
매핑할 정보 수준을 결정하는 상세수준 매핑Level of Detail Mapping 등을 제공한다.
덕분에 ISO 19166은 스마트시티와 디지털트윈 등 관련 기술에 아키텍처 패턴 중 하나로 참조되고 있다.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최상의 전략, 표준화

현재 산업계는 언택트 뉴노멀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메타버스(Metaverse), 스마트시티와 같은 신산업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업무가 습관화되었고, 이런 트렌드는 전산업 분야에서 영향을 미쳤다. 공간정보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일례로 공간정보 관련 실리콘벨리 스타트업들은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났고, 공간데이터 디지털 전환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최상의 전략 중 하나는 표준화이다. 국제기술표준을 선점한 산업 주체는 제품 개발 및 판매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각국은 별도로 국제표준 지원 조직과 기술전문가 지원에 필요한 리소스를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자국 기술을 표준화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국제표준에 대한 사회인식이나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한 편이다. 이로 인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U-City는 우리나라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공간정보, 스마트시티, BIM 등의 기술표준 플랫폼 선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현재 해외에서 개발된 기술표준을 역으로 인증 받아 사용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기술표준 분야, 전문가 확보 및 양성이 시급해…

국가가 국제표준화 지원체계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전문가다. 하지만 정부와 공공 기관에서 산업분야별 국제표준을 지원하는 인력은 소수다. 업무의 전문성 때문이다. 국제표준은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문서(Machine-readable document) 형태로 개발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형적으로 기술된다. 따라서 정보모델이나 시스템은 UML(Unified Modeling Language)로 아키텍처가 정의되어야 하고 애매모호한 부분은 의사코드나 수학식으로 정의된다. 그러므로 기술표준화 문서를 기술하는 사람은 해당 전문가이면서, 소프트웨어 공학 경험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인력의 양성에 힘쓰지 못했던 탓에 우리나라에서는 기술 트렌드가 떠오를 때마다 외부 전문가 수혈 등을 통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왔다. 문제는 국제표준화까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긴급 수혈된 외부 전문가는 본업과는 병행하며 ‘열정’을 동력삼아 일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독일 ISO 회의에서 최초로 기술을 제안한 이후, 2021년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ISO 19166 제정 과정에 참여한 인력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이들은 전 세계 회원국으로부터 약 1천여 개의 질문을 받았고 개정 및 반대의견을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했고, 반기 별로 개최되는 국제표준회의에서 투표와 논의를 통해 회원국 모두가 동의하는 합의 절차도 거쳤다. 하지만 ISO워킹그룹10의 일원으로 LX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함께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기술표준화의 가치를 더욱 깊이 깨닫게 됐다.

메타버스·디지털트윈 필수 레퍼런스 BIM-GIS매핑, ISO 19166

ISO 19166은 디지털트윈, 메타버스와 같이 현실 세계의 데이터셋을 3차원 디지털세계와 연결하는 공간정보분야 기술표준이다. 이전까지 산업계에서는 개발사별로 다른 방식의 데이터를 사용해왔다. 따라서 각각의 공간정보 데이터를 연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디지털 정보 변환 로직이 발주 당시의 사용 목적에만 고정돼 있어서 추가적인 요구에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미 구축된 시스템에 새로운 공간정보 데이터 서비스를 추가해야 할 때, 비표준화된 기술로 인해 호환과 재활용은 물론 기능 확장에도 제한이 컸다.

반면 ISO 19166은 발주자가 3차원 공간정보에 매핑될 건설 디지털 모델의 결과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는 3가지 기술 규격을 지원한다. 첫째 요구사항에 필요한 디지털 정보를 정의하는 관점 정의(Perspective Definition), 둘째 건설 인프라 요소들을 공간정보에 매핑하는 매핑 정의(Element Mapping), 셋째 매핑할 정보 수준을 결정하는 상세 수준 매핑(Level of Detail Mapping)이다. ISO 19166의 이러한 특징은 3차원 건설객체정보인 BIM에서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로 디지털 정보를 연결하고, 변환한 결과물의 개방성, 재사용성, 투명성, 공공성 및 확장성을 국제표준 기반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요구 사항을 포함하느라 너무 거대해지고 복잡해진 기존 BIM, GIS모델 표준을 대신해, 핵심적인 개념만 포함한 객체모델 아키텍처를 제시한다. 덕분에 ISO 19166은 스마트시티와 디지털트윈 등 관련 기술에 중요한 레퍼런스로 참조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트윈 관련 국내표준은 ISO 19166을 기반으로 지리공간과 도시 시설물 정보모델을 연결하도록 개발 중이다. 학계에서는 BIM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N 대학 등이 대학교 캠퍼스 시설물 관리에 본 표준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ISO 19166은 조만간 KS표준으로 승인될 예정이다.

국제사회에 기여하며 국가 이익 확대하는 기술표준화의 가치

큰 시장으로 부상 중인 디지털트윈, 메타버스는 공간정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디지털트윈은 제조에서 시작되었기에, 자동화 및 통합 관련 기술표준인 ISO 23247이 개발되었다. 이 표준은 스마트 제조와 공장 자동화 관점에서 정의되었으므로, 데이터 수집, 해석, 시뮬레이션, 운영관리 및 데이터교환 핵심요소로 구성된다. 건설 디지털트윈은 현재 영국이 주도하고 있다. 영국은 CDBB(Centre for Digital Built Britain)에서 NDT(National Digital Twin) 정책을 통해 표준화 작업을 서둘러왔다. 한국은 공간정보분과에서 표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현재 진행형인 메타버스 기술표준화는 3차원 그래픽스 기술부터 블록체인 NFT(Non-Fungible Token)까지 광범위하다. 개방형 메타버스 상호운용성(OMI) 그룹은 로블록스 같은 가상세계간 연결성을 표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OpenGL을 표준화한 크로노스 그룹(Khronos Group)은 크로스 플랫폼(Cross-platform) 기반 가상현실 기술인 OpenXR을 제안하고 있다. NVIDIA, 페이스북, Epic Games, Cesium과 같은 게임, SNS, 공간정보기술 선두 그룹이 이런 기술표준화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국제표준은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없다. 하지만, 제품 수출 시 국제표준을 준용하지 않았다면, 상대국 경쟁사로부터 제소를 당하고, 무역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뒤늦게 인증비용, 컨설팅비 쓰고 선진국 산업 기술에 종속되어 억울해 해도 소용이 없다. 국제표준은 눈앞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국제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이런 마인드로 지원 환경을 만들어 나가다 보면 부수적으로 국가와 산업의 이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술 트렌드가 떠오를 때마다 외부 전문가 수혈 등을 통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왔다.
문제는 국제표준화까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긴급 수혈된 외부 전문가는 본업과는 병행하며 ‘열정’을 동력삼아 일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