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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메타버스의 개념에 당황한 것도 잠시, 이제 메타버스 플랫폼을 골라서 사용하는 시대가 왔다. 업무에 필요한 미팅이나 콘서트 관람, 입학설명회, 아르바이트 등 자신의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살펴본다.

CES, MWC에서 증명된 메타버스의 영향력

처음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대두되기 시작했을 당시, 많은 이들은 낯선 개념에 다소 혼란스러워 했다. 메타버스는 메타(Meta, 가상, 초월)와 유니버스(Universe, 우주)의 합성어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이미 이용해 본 싸이월드, 바람의 나라, 동물의 숲 등의 게임은 모두 메타버스의 범주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까지 메타버스에 대해 찬반의견이 갈리곤 했다. ‘메타버스란 실체가 없는 것’이라며 부정하는 사람들과 ‘앞으로는 메타버스가 디지털 신세계를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동시에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대두 초기단계부터 기업들은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인 아이돌 그룹의 데뷔 시 각 멤버의 가상 캐릭터를 생성해 함께 선보였던 것이나,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며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 성장에 중점을 두겠다고 선언하는 페이스북의 사례가 좋은 예다. 이러한 기업들은 대중의 찬반과 상관 없이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삶에 성큼 들어와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메타버스의 영향력이 더욱 단단해진 것은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2를 통해 각국 기업들은 새롭고 놀라운 기술을 소개하며 메타버스의 가치를 널리 알렸다. 예를 들어, 롯데정보통신은 가상공간 속 거실의 가전, 가구 등 집안 물건들을 만지면 가상가게, 피팅룸, 영화관 등 다른 메타버스 공간으로 연결되는 기술 등을 선보이며 ‘초실감형 메타버스 라이프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한글과컴퓨터의 메타버스 전문기업 한컴프론티스는 가상공간에서 회의할 수 있는 3D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XR판도라’를 통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MWC(Mobile World Congress) 2022’의 핵심 키워드 역시 메타버스였다. SK텔레콤은 전시 콘셉트를 아예 메타버스로 설정해 전시관 입장부터 퇴장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현실과 가상의 융합을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 관심을 모았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플랫폼, 어떻게 활용할까?

이렇듯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에 집중함에 따라 메타버스 플랫폼과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알려진 메타버스 플랫폼만 해도 마인크래프트(Minecraft), 로블록스 (Roblox), 제페토(Zepeto), 포트나이트(Fortnite), 엔비디아 AI 엔터프라이즈(NVIDIA AI Enterprise), 호라이즌월드 (Horizon Worlds), 게더타운(Gather.town), 이프랜드(ifland), 테라월드(Terra World) 등 십여 가지에 달할 정도다. 그렇다면, 메타버스 세계로의 이동을 꿈꾸는 사람들은 어떤 플랫폼을 선택해야 할까? 당장은 목적에 따라 비즈니스용과 엔터테인먼트용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플랫폼

코로나19는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을 속속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옮겨가게 했다. 자신을 대변하는 아바타를 활용해 한 공간에 모이거나, 영상이나 문서를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덕분이다. 국내에서는 졸업식이나 입학설명회, 채용설명회 등의 다양한 행사들이 SK텔레콤의 이프랜드, 네이버 제페토를 통해 활발히 진행됐다. 그중 이프랜드는 한 번에 13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PDF 파일과 영상 자료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적극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의 제페토는 음성과 채팅 모드를 지원해 간단한 업무 미팅에 많이 사용되어왔다.

게더타운은 줌(Zoom)이나 구글 밋(Google meet) 등 화상회의 앱으로 서로의 얼굴만을 응시하며 일하는 것이 지루하다고 느낀 미국 실리콘밸리의 청년 3명이 탄생시킨 플랫폼이다. 덕분에 화상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은 기본, 구글 밋, 파워포인트, 구글 폼 등의 협업 툴과 연동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작방법이 비교적 간단해 메타버스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2017년 출범한 스페이셜(Spatial)의 약진도 눈에 띈다. 한국인 공동창업자 이진하 CPO가 이끄는 스페이셜은 실물과 같은 아바타를 통해 몰입감 있는 메타버스 환경을 경험케 한다. 2021년 말에는 원격회의 공간에 이어 메타버스 갤러리로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오프라인 전시가 어려워진 상황에 예술 창작자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이로 인해 스페이셜의 이용량은 기존 대비 4배 급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제페토나 이프랜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즈니스용으로 적합하지만 자신의 개성을 반영한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용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본인이 디자인한 의류나 가방 등을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더욱 주목 받는 중이다.

에픽게임즈에서 개발한 게임 플랫폼인 포트나이트는 최근, 가상 공연장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미국의 래퍼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은 포트나이트에서 3일간 4번의 공연을 열었는데, 1,230만 명의 동시 접속 기록과 23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2020년,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뮤직비디오가 세계 최초로 공개된 곳 역시 포트나이트다. 그룹 멤버들의 개성을 살린 아바타가 등장해 안무를 선보인 것도 이색적이었지만, 뮤직비디오를 관람 중인 1,230만 명의 아바타가 함께 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인기를 새삼 증명했다.

로블록스는 소니뮤직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능을 강화했다. 당장의 목표는 소니뮤직 소속 연예인들이 로블록스의 플랫폼에서 가상 콘서트와 댄스파티 등의 활동을 하며 수익을 내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11월, 미국의 힙합 뮤지션인 릴 나스 엑스(Lil Nas X)가 로블록스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 당시 접속자 수 기준 관객이 3,600만 명을 돌파하며 가상 콘서트의 가치를 확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