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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고급 공간정보의 축적과 공급에 힘써 주시길 글. 최주연 사진. 안용길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각축전을 벌이는 요즘, SK텔레콤(이하 SKT)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약진이 특히 돋보인다. 게임에 기반한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소통과 확장성에 초점을 맞춘 덕분이다. 특히, 아시아 최초의 혼합현실 제작소인 SKT의 점프 스튜디오(JUMP STUDIO)는 콘서트, 공연 등에도 변화를 일으키며 이프랜드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SKT 메타버스 사업개발팀 안재욱 팀장에게 이프랜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상세계 창조에 나선 SKT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Q. SKT는 메타버스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전부터 관련서비스와 플랫폼을 준비해왔습니다. 통신사에서 이런 것들을 선제적으로 준비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SKT는 통신회사로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에 대해 고민해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실감형 미디어였기에 2013년 실감형 미디어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을 신설한 후 AR/VR 관련 기술을축적해왔습니다. 다만 3D 콘텐츠를 쾌적하게 돌리려면 통신은 물론 컴퓨팅 기술 및 기기 환경도 발전해야 합니다. 사람의 인식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만큼, 전송 즉시 수신할 수있어야 하죠. 다행히 2019년 5G 런칭에 성공하면서, 5G의 특성인 초지연을 활용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SKT에서는 AR 서비스인 Jump, VR 서비스인 Jump VR을 출시했고 볼류메트릭(Volumetric)* 콘텐츠 스튜디오인 점프 스튜디오(Jump Studio)도 오픈하게 됐습니다.

*볼류메트릭(Volumetric): 여러 대의 4K 수준 카메라를 갖춘 스튜디오에서 인물의 움직임을 켭처해 360도 입체 영상으로 만드는 기술

Q. 2021년 7월, SKT가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해외에서 먼저 출시된 만큼, 차별화 포인트에 주력하셨을 것 같은데요. 이프랜드의 출시 배경과 특장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이프랜드는 SKT의 실감형 미디어 기술이 융복합되어 탄생한 서비스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가상공간에 나를 표현하는 아바타를 만들고 상황에 맞는 가상공간을 선택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요. 로블록스를 비롯한 이전의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게임 기반이었던 것과 차별화하기 위해, 저희는 MZ세대 그리고 소통에 신경 썼습니다. 예를 들어 이프랜드에는 발표자료나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큰 스크린이 있는데, 음성과 문자 채팅의 품질을높이고 하나의 공간에 최대 131명까지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덕분에 서비스 출시 100일 만에 다양한 기업 및 단체에서 1,000건이 넘는 제휴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기업들의관심이 뜨거웠죠. 각 기업들은 주로 MZ세대를 대상으로 한내부 활용과 외부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CEO와 신입사원들의 대화, 종무식과 시무식, 신년 전략 설명회 등은 물론, 신제품 출시 발표나 기업 서포터즈 행사, 고객 대상 교육과 특강이 대표적입니다.

Q. ‘MZ세대’와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는 부분이 돋보입니다.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시간대에 따라 주 사용고객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낮시간에는 10대 고객들이 자유 채팅을 하거나 역할극을 하는 등의 가벼운 모임들과 제휴 파트너들의 크고 작은 이벤트 모임이 주로 개설됩니다. 오후 늦은 시간에는 이프랜드 내 인플루언서들이 주제 모임을 열어 이용자들과 교류를 하고요. 밤 시간이 되면 클럽을 열어 아바타로 함께 춤을 추거나 노래방에서 돌아가며 노래를 하는 등의 모임이 활발합니다. 자정이 넘은 새벽, 30대 이상의 연령층이 고민을 나누는 ‘인생토크’가 열리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서비스 기획 당시 기대했던 것에 비해 훨씬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식이라 놀랍기도 했습니다. 보강 요청이나 불편 개선 등 고객들의 요청도 서비스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한 번에 모든 기능을 넣을 순 없지만 우선 순위를 정해 개선및 보강을 진행 중입니다. 플랫폼은 저희가 만들었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진화시키는 것은 고객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Q. 지난 3월부터 이프랜드에서는 다양한 테마의 메타버스 컬처프로젝트가 공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2021년 5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과 맺은 ‘실감콘텐츠 분야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을 위한 업무 협약’의 첫 결과물입니다. 해당 협약의 주된 내용은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중소 실감형 콘텐츠를 제작사를 지원하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중소 업체들은 신규 인력 채용, 제작 시설 구축, 지식재산권 확보 등에 도움을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제작한 콘텐츠들이 올 한 해 동안순차적으로 이프랜드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현재 총 4개의 파트너사가 메타버스 뮤지컬, 댄스스튜디오, 인디밴드 공연장, 콘서트 등을 기획 및 제작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이프랜드 내 뮤지컬 공간은 실제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1985’를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메타버스 댄스 스튜디오의 경우 현실세계 속 스튜디오를 메타버스로 옮기는 방식인데, 주요 댄스 모션을 캡쳐해 현실감을 더할 계획입니다.그 외 인디밴드의 라이브 공연과 팬미팅을 위한 공간인 ‘메타 홍대’, ‘메타 콘서트’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세계적인 K팝 안무가 리아킴과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 양성옥 명인의 만남, BTS와 콜드플레이의 콜라보레이션 무대 등에 힘입어 SKT의 점프 스튜디오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점프 스튜디오에 적용된 기술과 특장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점프 스튜디오는 아시아 최초로 탄생한 혼합현실 제작소입니다. 최근 국내에도 비슷한 스튜디오들이 많아졌지만, 품질은 이곳이 가장 뛰어납니다. 독보적인 고화질·고품질 제작 기술을 가진 마이크로 소프트사와 제휴를 맺었기 때문입니다. 점프 스튜디오는 SKT 본사 T타워 1층에 있으며, 쇼룸과 촬영 공간으로 구분됩니다. 누구에게나 공개된 쇼룸에서는 제작 과정과 레퍼런스 영상 등을 통해 볼류메트릭 콘텐츠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촬영 공간에서는 총106개의 카메라가 사람의 움직임을 캡쳐해 3D 모드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텍스처를 입혀 볼류메트릭 콘텐츠를 만들어 냅니다. 말 그대로 현실과 똑같은 가상의 인물을 360도로 구현하죠. 점프 스튜디오의 핵심 경쟁력은 기존 대비 짧은 기간에 좀더 저렴한 비용으로 3D 홀로그램을 생성할 수있다는 점입니다.

리아킴과 양성옥 명인의 만남은 ‘태평하기를’ 캠페인의 일환으로, 리아킴이 양성옥 명인에게 태평무를 배우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영상을 보시면 경복궁을 비롯한 다양한 공간에서 리아킴은 댄스 공연을 펼치고 양성옥 명인은태평무를 춥니다. 몸이 여러 개가 되거나 거인처럼 커지기도 하니 말 그대로 초현실적인 태평무 공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두 사람은 점프 스튜디오에서 각각 따로촬영을 했습니다. BTS와 콜드플레이의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무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BTS는 점프 스튜디오에서, 콜드플레이는 해외의 스튜디오에서 각각 촬영해합성했죠. 점프 스튜디오와 같은 혼합현실 제작소는 이렇듯, 연출 방식을 굉장히 다채롭게 만듭니다. 이런 기술과 연출 방식을 활용해, 앞으로 이프랜드를 통해 새로운 공연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Q. 메타버스 플랫폼과 서비스의 최접점에서 일하고 계시니 최근1~2년 사이 변화를 극적으로 체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가 글로벌 이슈가 된 지금, PL님께서 주목하시는 가장 큰변화는 무엇인가요?

A. ‘페이지에서 스페이스로의 변화’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예로 들면, 2D 기반의 웹페이지가 3D 기반의 스페이스 즉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이죠. 사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나온지는 오래됐지만, 기술 발전이 뒷받침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3D를 구현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었죠.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3D 구현 환경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홈페이지’라는 말 대신 ‘홈스페이스’라는 말이 일반화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메타버스에 대해 비관하는 의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나 불안보다는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Q. 메타버스 플랫폼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은 물론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PL님께서는 어떤 제도나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이프랜드 사례에서 보듯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결국 이용자들입니다.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많아져야 일반 이용자들도 많아질 것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서비스가 진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테니까요. 이를 위해서는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육성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게임이나 앱 서비스 분야의 전문가들이 메타버스 서비스에 많이 투입돼 있는데요. 앞으로는 메타버스 전문 기획자와 개발자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메타버스 플랫폼의 선두주자로서, 이프랜드가 향후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PL님이나 SKT 메타버스 부문에서 생각하시는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현재 최적화된 메타버스 모임에 기반해, 가상공간과 아바타 그리고 이들 각각을 꾸밀 수 있는 서비스들을 개발해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저희가 많이 열심히 만들어도 집단의 창의성을 뛰어넘기는 힘들더군요. 이러한 아쉬움을 보충하기위해 오픈 콘텐츠 플랫폼을 곧 오픈할 예정입니다. 누구든 이프랜드 안에서 직접 공간과 아바타를 꾸미며 미적 재능과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이 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경제시스템도 구상 중입니다. 경제 흐름이 발생해야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개방형 콘텐츠를 유료로 사고 팔 수있는 시스템 나아가 이프랜드 내 인플루언서들을 위한 후원기능이 그것입니다. 좀더 큰 관점에서는 2022년 내에 세계80개국에 이프랜드 서비스를 오픈해,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 공하는 기업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이프랜드가 새로운 세상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산업계 전문가로서 메타버스 발전을 LX한국국토정보공사 그리고 LX공간정보연구원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메타버스의 진화 방향과 관련해, 현실을 그대로 옮긴 디지털트윈의 가치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고 현실을 넘어 완전히새로운 공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공존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차원 공간정보에 기반해 디지털트윈 기술이 발전하면, 현실 공간을 메타버스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개별 메타버스 서비스 사업자들이 별개의 포맷으로 공간정보를 구축하고 있습니다.따라서 이런 데이터들을 국가차원에서 생산·관리하며 표준 포맷으로 만든다면 메타버스 발전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넘나드는 호환성까지 갖추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