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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0여 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북유럽의 낯선 도시, 헬싱키. 이 도시는 헬싱키 대성당, 수오멘린나 요새,템펠리아우키오 교회 등 역사적 관광지와문화예술 공간들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이국의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최근에 헬싱키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핫’해진 이유는 다른 곳에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딱 떨어지게 어울리는 ‘오디도서관’, ‘디지털트윈’, ‘공간정보’ 기술 제품과 서비스를 실제 삶에서 실험해볼 수 있는 ‘세계 최고의스마트시티 리빙랩, 칼라사타마’ 때문이다. 2022년 현재, 한발 앞서 미래를 살고 있는 스마트한 시민들을 만나보도록 하자.가상현실에서의 메타버스 만큼이나 실제 세계의 스마트시티는 뜨거운 이슈이니까말이다.

전세계 스마트시티 2위, 헬싱키에는 요즘

2020년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국제경영개발대학원) 스마트시티 순위에서 헬싱키가 2위를 차지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결과는 다소 의외로 다가온다. 스마트와 디지털을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기술만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고 많은 도시 중 헬싱키가 스마트시티 2위에 뽑힌 이유는 무엇일까? 지리적으로 도시의 중심에, 한 발 더 나아가 시민 일상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오디 중앙도서관에서부터 세계 최고의 스마트시티 리빙랩, 칼라사타마까지 헬싱키 곳곳을 돌아다니면 그 비결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고품질 3D로 구현된 헬싱키 도심의 디지털 트윈, ‘버츄얼 헬싱키’(https://virtualhelsinki.fi/)를 통해 가상 투어를 즐겨보도록 하자.

시민들의 공공참여로 만들어진 오디(OODI) 도서관

변화하는 헬싱키를 만나기 위해 가장 먼저 가볼 곳은 2018년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오디 도서관이다. 핀란드 의회 앞의 칸살라스키 광장. 그 광장에 서면 거대한 갑판을 닮은 듯 웅장한 자태의 오디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20여 년의 준비기간을 걸쳐 만들어진 이 도서관은 시민들이 참여한 공공참여 프로젝트였다. 2008년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시작했고 2010년에는 꿈의 나무에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 2,300개를 모아 공유했다. 2012년에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직원들이 공공장소에서 피드백을 수집했다. 그렇게 완성된 곳이 바로 이곳 오디 도서관이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은 그야말로 각별하다. 왜 이곳이 헬싱키 시민의 거실이라 불리는지 알만 하다.

도서관 정문을 들어서면 탁 트인 유리 통창이 사람들을 맞는다. 이곳에는 영화관, 카페, 마야딸리(예술작품 전시 공간) 등이 있다. 2층에는 새로운 공간들이 더 많다. 담소 공간, 게임방, 음악영상제작스튜디오, 3D 프린터실, 재봉틀, 기업 업무 공간, 스튜디오, 재봉틀, 음악실, 사진 촬영실 등 구경하는 데만도 꽤 시간이 걸린다. 3층은 거대한 언덕이 파도처럼 넘실대는 모양의 디자인으로 10만 권의 장서와 영화, 게임, 악보, 잡지 등의 자료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도서관은 더 이상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다. 이웃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논제를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장소다. 게다가 하나 더! 널찍한 공간을 돌아다니며 사서와 이용자들을 돕는 자율주행 로봇과 3D 프린트 등 새로운 기술도 만날 수 있다. 어떤가? 과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서관답지 않은가? 헬싱키의 또 다른 변화가 궁금하다면 이번에는 북쪽 칼라사타마역으로 한 번 가보자.

헬싱키 스마트지역 주요 프로젝트 사례
프로젝트주요 내용
BRIDES바이오 에너지 및 청정 기술 중심의 EU 스마트 전문화 전략(RIS3) 거버넌스 구축 프로젝트 참여
iEER젊은 기업가들을 지원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EU 사업
NSB CoRe발트해 지역의 화물과 승객 운송 능력 향상
Plan4Blue연안 공간계획 수립 절차 및 지속가능한 성장 지원
Smart-up BSREU 9개국이 스마트 특화 전략 구역 조성 촉진 및 협력
BRS Access발트해에 깨끗하고 효율적이며 다양한 교통 수단 연계 플랫폼 조성
CANEMURETowards Carbon Neutral Municipalities and Regions in Filand의 약자로 22개 기관이 기후변화 완화 조치 추진
Medtech a Europe의료 기술 분야 공공정책 추진
PASSAGE유럽 해역 지역의 저탄소 경제 촉진
Scandria@2Act중앙 및 북유럽에서 연결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깨끗하고 다양한 운송 수단 활용

출처: 국토연구원. 2021. 스마트지역(Smart Region) 해외사례 검토를 통한 국내도입방안 연구, 15p 표3 재구성

혁신가 그룹이 이끌어가는 스마트시티 리빙랩, 칼라사타마(Kalasatama)

헬싱키에서 북동쪽으로 2km 떨어진 칼라사타마에서는 스마트시티 리빙랩이 한창이다. 칼라사타마는 버려졌던 항구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동원하여 만들고 있는 스마트 시티다. 이곳에서는 전기도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된다. 스마트 시티 책임자는 이곳을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아이디어를 실제 조사에 적용해보는 실험장’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건설된 칼라사타마에서 현재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편익은 무엇일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자율주행을 예로 들어보자. 아파트 단지에는 ‘소흐요아(Sohojoa)’라는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중이고 빈 주차장을 공유하는 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주차할 수 있다. 버스, 지하철은 물론 자가용, 자전거, 오토바이까지 모든 교통수단을 앱으로 연결하는 휩(WHIM)을 통해서는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교통비는 클릭 한 번으로 결제할 수 있다. 여기에 핀란드가 가장 앞서가고 있는(자율주행 5단계 중 핀란드는 4단계까지 운행 가능) 자율주행까지 연결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자가용이 필요 없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들의 시도는 교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칼라사타마에서는 쓰레기도 지하 파이프로 연결된 중앙 집중식으로 분리수거하고 탄소중립 시대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최근에는 1990년대에 비해 28%나 탄소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눈 여겨 봐야 할 헬싱키 스마트시티 프로세스

헬싱키의 스마트시티 추진 체계를 이야기하자면 FVH(Forum Virium Helsinki)를 알아야 한다. FVH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주도하는 헬싱키 출연기관으로 디지털 혁신과 비즈니스 개발촉진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초기에는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후에는 사용자 주도의 서비스 개발로 목표를 바꿨다. 이곳에서는 초기 아이디어부터 프로젝트 종료까지 총 7개의 단계를 거치도록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① 개발수요 조사 → ②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반응을 관찰하는사용자 이해 → ③ 조사를 통해 경쟁력과 효율성을 분석하는 서비스 수요 분석 → ④ 서비스 및 아이디어 콘셉트 구상 → ⑤ 실증 참가자를 대상으로 그룹 인터뷰를 통해 피드백을 받는 개발 서비스 실증 → ⑥ 결과 평가 → ⑦ 결과 반영과 대외 홍보다. 이 모든 과정에는 도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핀란드 6대도시 연합인 6Aika가 참여한다.

이런 프로세스가 실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앞서 소개한 칼라사타마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먼저 칼라사타마의 스마트한 목표는 ‘시민 시간을 하루 1시간씩 절약할 수 있는 도시’다. 주차할 자리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나 결제를 한 번에 끝내게 해주는 시스템 등은 단순한 기술일 뿐, 시민들이 최종적으로 누릴 목표는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칼라사타마는 시민, 공무원, 민간기업, 연구원 등 1000명 이상 이해관계자가 모이는 혁신자 그룹을 구성하고 주기적인 모임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혁신자 그룹은 EU 지역개발기금의 재정 지원을 받으며 이는 모두 FVH에서 총괄한다.

‘시민의 시간을 1시간씩 절약할 수 있는 도시’에 관한 제품과 서비스는 혁신자 그룹과 함께 일정기간 동안 칼라사타마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실험해볼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기업은 그룹 인터뷰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 결과를 평가 받아 제품, 서비스 상용화에 나설 수 있다. 매우 이상적인 스마트시티 리빙랩인 것이다.현재 헬싱키에서는 이외에도 친환경 노면청소로봇 차량, 모바일 게임을 활용한 시민 이동수단 이용패턴 변화 유도, 엣지 컴퓨팅과 머신러닝을 통한 도로 상태 모니터링 자동화 , 도시 공기질 및 소음 데이터 수집, 분석, 휴대용 공기질 측정 센서 활용 데이터 수집 등이 시범 사업 형태로 실험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시범사업들이 생길지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스마트시티를 위한 어떤 사업도 시민들의 참여 없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핀란드의 이런 사업 프로세스가 무척이나 부럽게 느껴진다.

실험하고, 체험하고, 토론하고, 찾아가는 시민들

AR, VR, IoT, AI 로봇 등 기술은 이미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해가고 있다. SF 공상과학 소설이 현실화되는 것도 시간 문제이다. 다만 성숙되지 않은 상태로 인간의 도시에 도입될 기술들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알 수 없다. 헬싱키는 기술과 실제 삶의 갭을 줄이기 위해 현장에 실제 적용하여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실제 서비스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런 실험정신과 체계야말로 스마트시티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배워야 할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헬싱키의 눈부신 발전은 당연히 모든 시민이 더 나은 미래 도시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결과이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위해 내 삶을 기꺼이 실험장으로 내줄 수 있는 시민들. 미래를 준비하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의견을 수렴해가는 시민들. 이들은 누구보다 빨리, 스마트한 미래 도시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 헬싱키에 구현될 스마트시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AR, VR, IoT, AI 로봇 등 기술은 이미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해가고 있다.
다만 성숙되지 않은 상태로 인간의 도시에 도입될 기술들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알 수 없다.
헬싱키는 기술과 생활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현장에 실제 적용하여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삶의 현장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실험하는 애자일 파일롯팅 프로그램

헬싱키를 세계 최고의 스마트 시티 반열에 올려놓은 비결은 애자일 파일롯팅(the Agile Piloting Programme)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6개월간 8천 유로, 약 1천만 원의 지원을 받고 시제품을 만들 수 있으며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실제 삶의 현장에서 실험해볼 수 있다. 사실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는 매력적인 만큼이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실제 삶에서 실험해본다는 것은 어쩌면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을 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과정이다. 핀란드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삶에 접목시킬 때 직접 실험해보고 함께 토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궁극적 이유는 그 모든 것이 결국 시민을 위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 2위 스마트시티가 된 헬싱키의 차별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