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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등은 인류의 삶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스마트 모빌리티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사회적 합의나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변화에 다가설 수 없다. 스마트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지금, 프랑스 파리의 사례를 되짚어 보아야 하는 이유다.

지속가능한 혁신 생태계 조성

2010년대, 전 세계인들의 삶을 가장 크게 변혁시킨 아이템이 스마트폰이라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출시한 아이폰은 혁신적인 터치스크린과 모바일앱 플랫폼을 제시하며 스마트폰의 표준이 됐다. 뒤이어 삼성 갤럭시폰 등 많은 스마트폰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며 스마트폰은 전 세계인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스마트폰 덕분에 사람들은 공간의 제약 없이 이동 중에도 실시간으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었다. 모바일 특성 하에서 실시간 SNS, 위치기반 거래플랫폼, 리얼타임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우리 삶과 비즈니스 환경은 빠르게 변화했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으로부터 향후 10년간 전 세계인들의 삶을 가장 크게 변혁시킬 아이템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 모빌리티’를 꼽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Self-Driving), 친환경주행(Eco-Driving), 차량의 사물인터넷 접속주행(Connect-Driving)과 공유차량, 전동자전거, 킥보드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포괄하는 스마트 모빌리티는 지난 100년 간 도로 위 자동차 안에서 시공간적 제약을 감수해야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과 운전사고로 인한 생명 피해도 혁신적으로 줄여줄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날까? 스마트 모바일 사례를 살펴보면 아이폰 이전에도 고가의 수많은 스마트폰이 개발되고 산발적으로 출시되고 사라졌다. 아이폰 개발 전 오랜 기간 고성능 반도체의 소형화 경량화가 진행되었고 카메라, 디스플레이, 배터리, 안테나,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 등 그 HW, SW구성에 사용될지도 모른 채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기업들과 대학, 연구소들의 R&D 노력들이 선행됐다. 모바일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기관들의 오랜 정책적 지원과 대학의 인력양성, 투자자들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 무엇보다 ‘덜 스마트한’ 모바일 제품에도 지속적으로 지갑을 열어준 얼리 어답터 소비자 그룹이 있었다. 그런데 2007년 미국에서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소개되기까지는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스마트폰 유통 독과점 통신사들이 문자메시지 등 데이터 통신 수익감소를 우려해 스마트폰 출시를 미뤘기 때문이다. 당시 2위 기업이었던 KT가 1위인 SKT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은 2년 만에 국내에 소개되었다. 이와 같이 혁신이 발생하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수많은 노력과 복잡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저항과 관성은 생각보다 견고하다. 결국 새로운 것으로의 혁신과 전환은 오랜 기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지속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계된 결과로 탄생한 혁신 생태계의 산물이다.

프랑스 파리의 5중 나선 모형 사례

프랑스 파리는 성공적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왔다. 프랑스 파리는 유럽 도시 들 중 매우 빠르게 전기자동차가 확산되고, 전 도시적 스마트 모빌리티 인프라가 구축되며 자율주행 버스, 공유자전거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도시 전체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 생태계가 오랜 기간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연환경 맥락에서 파리는 2015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를 개최하고 주요국들 간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참여하는 파리협정이 체결된 상징적인 도시다. 파리협정의 상징 도시로써 파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도시를 목표로 스마트 모빌리티 조성에 자연스레 힘쓰게 됐다. 이러한 자연환경 맥락 하에 정부는 탄소세 인상, 국제표준 자동차 연비측정 시스템 도입, 2040년부터 석유 및 디젤 차량을 포함한 내연기관 차량 판매금지 등 제도적 제한조치와 2023년까지 전기자동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보급 확대 및 보조금 지원 등 재정적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환경 에너지 관리청 중심으로 친환경 안전운행 목표의 자율주행 개발 테스트 베드를 파리 포함 전국 16곳에 4,200만 유로(약 566억 원)를 들여 조성하고, 자율주행 도로 제반 시설 구축과 교통수단의 공유서비스를 활성화하는 이동성 지향법을 제정하고 자율주행 실험을 위한 규제완화를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정부는 다양한 스마트 모빌리티 스타트업체들이 창업하고 성장하도록 재정지원, 세금감면, 규제완화 등을 지원하는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 정책 역시 시행했다.

[그림] 5중 나선 모형 혁신 생태계

[그림] 5중 나선 모형 혁신 생태계

시민참여형 스마트 모빌리티 리빙랩

자연환경 맥락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맞물려 시민사회 맥락에서 파리는 시민 참여형 스마트 모빌리티 리빙랩을 운영했다. 시민사회 맥락에서 파리는 2015년부터 대표적인 자유 리빙랩(Liberté Living-lab)을 통해 모빌리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주제로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디자이너, 개발자, 스타트업, 기업가, 공무원, 학생 등 약 500여명의 참가자들이 시민들의 사용자 환경 대상으로 100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시민사회의 신기술 이해 및 수용성을 높여왔다. 파리의 스마트 모빌리티 대표 리빙랩 프로젝트로써 자유 리빙랩은 도시지역 커뮤니티인 GPS&O와 공동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허브 개발을 위한 시민 참여형 해커톤을 개최했다. 시민 참여형 리빙랩 해커톤을 통해 오픈 데이터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을 촉진하고 시민사회의 스마트 모빌리티 경험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전 도시적 스마트 모빌리티 전환 및 시민사회 수용성을 높였다. 정부 차원에서 시민사회의 교통 환경오염 인식을 높이는 규제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 프랑스 환경변화기구는 지난 2016년부터 차량 주행 및 연수에 따라 6단계로 분류된 환경 스티커 및 증명서를 발급하고 파리시는 해당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의 주중 파리 시내 운행을 금지하였다.

[표] 파리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 생태계

[표] 파리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 생태계

스타트업 혁신 돕는 양성 공간

자연환경, 사회문화적 맥락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기업과 대학연구소들의 기술 및 비즈니스 혁신이 활발히 진행되는데, 파리는 대표적으로 스타트업 양성 공간인 파리 13구 Station F의 Moove Lab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의 혁신 성장이 진행된다. 스타트업체들과 완성차 제조업체들, 보험사, 운송 사업자 등 파트너사들과의 네트워킹 지원과 전문가 멘토링, 투자금 유치 등 상호협력 지식공간이 구축된다. 특히 Station F는 글로벌 모빌리티 전문가 포럼 등 시민들의 참여가 가능한 여러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대학들과 기업들과의 협력 R&D가 활발히 진행되는데 대표적으로 파리-사클레 대학은 캠퍼스에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Renault, Transdev 등 기업들과 SystemX, VEDECOM 등 연구소들과 자율주행 산학연 프로젝트를 진행해 자율주행 전기버스와 On-demand 자율주행전기차량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ESG 사회적 의식 전환을 이루는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 생태계를 꿈꾸며

결론적으로 파리의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 생태계는 파리협정 기반 자연환경 혁신 이니셔티브가 정부의 스마트 모빌리티 재정적 제도적 지원으로 연계되고, 리빙랩 같은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문화 혁신 이니셔티브로 효과적으로 연계되고 있다. 이러한 토대 위에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 및 비즈니스 혁신 주체인 기업과 대학, 연구소들이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와 스타트업체들 스케일업 네트워킹 형태의 산학연 지식공간에서 혁신이 발현되고 있다. 발현되는 기술 및 비즈니스 혁신은 리빙랩을 통해 다시 시민사회에 소개되고 경험되며 자연환경 및 생명안전 가치가 사회문화적으로 공유되고 이렇게 강화된 자연환경 맥락과 사회문화 맥락은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 공진화를 더욱 촉진시키며 스마트 모빌리티 전환이 가속화된다. 이처럼 선순환적인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 생태계를 단기간에 조성할 수 있을까?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단일 제품 규모로 시작된 스마트 모바일 혁신과 달리 스마트 모빌리티는 그 규모나 복잡성을 볼 때 혁신 여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완전한 안전이 담보되어야 하는 자율주행의 기술적 목표와 충전소 등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전환비용이라는 높은 벽은 여전히 공고하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내연기관차 중심의 모빌리티 환경에서 고착화된 석유 카르텔 등 경제적 이해관계자들과 내연차만 이용해온 운전자들의 고착화된 관성은 스마트 모바일이 국내에 소개되기까지 걸린 2년의 저항보다 훨씬 클 것이다. 결국 이러한 저항과 관성을 지속적으로 뚫어낼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 생태계 조성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 모빌리티 전환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보다, 오히려 기존의 자본, 개인, 경쟁 중심 혁신에서 환경보호, 사회공헌, 윤리경영 중심 등 ESG 혁신으로의 사회문화적 의식 전환을 목적으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활용해야 한다. 친환경, 생명보호를 내포한 스마트 모빌리티로의 사회적 전환 과정에서 시민 사회의 ESG 의식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 사례를 볼 때 파리협정이라는 친환경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식 전환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전환 목표가 효과적으로 자연환경적, 사회문화적 맥락으로 조성됐다. 이 토대 위에서 정부, 기업, 대학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지속적으로 상호 협력하는 건강한 혁신 생태계가 조성된 것이다. 결국 오랜 내연기관의 저항과 관성을 뚫어낼 스마트 모빌리티로의 전환은 단순한 자본의 힘이 아닌 시간적 공간적 모빌리티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인류의 순수한 도전과 친환경 생명보호라는 변치 않는 가치가 담긴 지속가능 혁신 생태계에서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