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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고급 공간정보의 축적과 공급에 힘써 주시길 글. 최주연 사진. 안용길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함에 따라 도시생태계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도시환경계획 분야의 리더인 한양대학교 오규식 교수 역시 “도시생태계는 인간과 함께 호흡하며 서비스를 주고받는 존재여야 합니다”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간정보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활용하며 지속가능한 도시 환경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오규식 교수에게 공간정보와 도시환경계획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오규식 교수

1993년부터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도시계획에 환경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다수의 연구 업적을 쌓아왔다. 국가 R&D연구과제를 다수 수행했으며, 환경부 장관 표창(2004)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표창(2015)을 수상했다.

Q. 교수님께서는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도시환경계획을 연구해오셨습니다. 이 분야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A. 1980년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박사과정 연구를 하였습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도 환경의 가치는 물론, 인간과 환경의 조화로운 공존이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보장이라는 인식이 일찍이 자리잡은 곳이었습니다. 이미 1960년대 말부터 미국 연방정부차원의 국가환경정책법(National Environmental Policy Act, NEPA)과 주정부 차원의 캘리포니아 환경법(California Environmental Quality Act, CEQA)이 수립되어 환경 보전을 위한 실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법 정신이 정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생활 속에 뿌리깊게 자리 잡혀 있었죠.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체감하면서 제 전공분야인 도시공간계획에 환경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더해, 발전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GIS에 의한 Biotope Mapping 및 분석’, ‘서울시 토지이용 실태조사 및 GIS 구축 연구’ 등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공간정보를 선도적으로 도시공학에 접목해 오셨습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실 때, 도시환경계획에 있어 공간정보는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A. 환경에 대한 의식이 남다른 캘리포니아에서 수학을 한 덕에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GIS 선구자셨던 지도 교수님의 영향으로, 도시계획에 환경요소와 GIS를 자연스럽게 결합시키게 됐습니다. 마침 그 시기에 GIS 관련 상용 제품들이 출시되어 유학 시절부터 제품을 익숙하게 쓰기도 했고요. 실제로 도시환경계획에 공간정보를 접목시키자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주로 수작업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수치공간자료와 GIS를 기반으로 보다 정확하고 체계적이며 신속한 방식으로 도면화와 분석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특히 ‘서울시 토지이용 실태조사 및 GIS 구축 연구(1998)’를 수행할 당시, 국내에 GIS 기술이 널리 퍼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불충분한 통계자료와 전문가적 직관에 의존하던 기존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GIS공간정보 구축을 통해 보다 정확한 현상 파악과 공간적 이해를 도모했습니다. 특히 용도지역의 세분화와 밀도 조정 등 과학적 접근에 의한 도시계획으로 일대 패러다임 변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제가 원하는 기능이 범용 시스템에 갖춰져 있지 않아 직접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구를 사회에 공급하는 일을 즐겨해온 것도 학자로서의 보람 중 하나입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도시생태계 건강성 악화 등의 위협을 최소화하려면 도시생태계를 계획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공간정보를 빅데이터의 차원에서 폭넓게 이해하고 문제 해결의 의사결정에 AI 등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 활용한다면 우리 도시 환경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일찍부터 공간정보를 활용해온 전문가로서, 도시환경계획에 활용되는 공간정보의 발전상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우리나라처럼 단 시간 안에 GIS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급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뭅니다. 1995년부터 5년 단위로 국가GIS사업을 진행해, 1단계에서는 자료구축을 2단계에서는 시스템 개발을 3단계에서는 활용과 교육, 확산을 추진했고 4단계에서는 녹색성장과 맞물려 그린 뉴딜 등의 과제를 수행해온 것으로 압니다. 그 덕분에 기술력 측면에서도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가가 주도하는 탑다운 방식을 도입하다 보니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비단 공간정보 분야만이 아니라 제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환경계획 분야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어떻게 나빠지는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온 것인데요. 이렇게 다양한 문제들이 사회 곳곳에 있을 텐데 막상 해결을 하려고 하면 자료나 데이터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국토 전반의 정확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수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의 연구 중 공간정보를 가장 적극적으로 혹은 성공적으로 활용해 좋은 성과를 올린 것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최근에 성공적으로 완수한 연구인 국토교통부 R&D 과제인 ‘기후변화 적응형 도시열환경 설계 및 관리시스템 기술 개발(2015~2020)’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광범위한 학문 분야(도시계획, 정보통신, 조경, 기상, 물리-열역학·유체역학 등)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공간정보를 융복합하여 복잡다기한 도시공간의 변화에 의해 야기되는 미래 도시의 열환경 변화 추이를 구체적이고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한 두 분야에 국한된 단편적 정보의 활용으로서는 도저히 달성 불가능한 연구 성과라는 면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규식 교수

Q. 교수님의 연구팀은 최근 최첨단 공간정보 기술을 활용한 도시생태계 통합 유지·관리 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개발 배경 및 기대 효과 등 해당 기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현재 환경부 R&D과제인 ‘도시 생태계 서비스 통합 유지·관리 기술 개발’의 연구를 주관하여 수행 중입니다. ‘도시생태계 내 개발과 보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생태계 조성 및 관리의 선순환 구조 구축’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우수한 연구진이 함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도시생태계 건강성 회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가운데, 생태계가 인간 사회의 건강성 향상을 위해 제공하는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첨단 방법과 시스템 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여 현재 우리 도시계획의 법·제도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지요. 본 과제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도시생태계 통합관리 정책 및 실행방안 수립을 위한 과학적 첨단 도구 제공, 공간계획 최적화에 따른 도시생태계 건강성 증진, 도시생태계 건강성 관리를 통한 도시민 삶의 질 향상, 환경적으로 부정적인 사업의 사전 예측을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 국토-환경계획 연동 기반 지속가능한 국토·도시계획 수립 등 사회 요구에 부응하는 의미있는 성과가 도출되리라 기대됩니다.

Q. 이번 기술 개발은 공간정보 분야 내 산업체와 학계가 함께 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렇듯 도시환경계획과 공간정보에 있어 산업계와 학계가 함께 할 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A. 우선, 한양대학교 연구팀은 각종 도시 공간분석 및 계획, 생태계서비스 평가 등의 이론을 토대로 도시생태계 통합 유지·관리를 위한 공간적 의사결정 Framework, 분석방법 및 시나리오 등 전반적인 논리 기반을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자체 개발한 GIS 엔진을 활용하여 한양대학교 연구팀의 논리와 기술 성과를 컴퓨터 시스템으로 구현,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산업계와 함께 도출한 성과는 중앙정부 및 지자체 실무에서 널리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림] 도시생태계 통합평가

[그림] 도시생태계 통합평가

Q. 도시 집중화 현상으로 인해 도시생태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시생태계의 통합 관리에 있어 공간정보는 향후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A. 오늘날 도시로의 인구 집중과 인간활동의 증가는 도시환경, 특히 도시생태계의 훼손과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에 있어 기존의 현상적 이해와 문제 인식의 차원을 뛰어넘어, 보다 효과적인 문제 해결의 의사결정에 긴요하게 활용될 수 있는 공간정보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몇 가지 단편적인 공간정보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광범위한 공간정보를 융복합하고 혁신적인 차원에서 분석한다면 기존의 관점과 접근방법에 의해 전혀 도출되지 않았던 매우 신선하고 중요한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도시생태계를 이해하고 관리하기 위한 차원의 정보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기울였던 노력의 양과 깊이를 뛰어넘는 매우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보다 높은 수준의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공간정보의 고도화가 필수적인 밑바탕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공간정보가 지속적으로 유용성과 생명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현행화를 기반으로 한 현실성 및 정확성의 유지가 필수적일 것입니다. 이를 통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도시생태계의 효과적 관리와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도시환경계획과 공간정보 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도시환경계획 분야의 리더로서, LX한국국토정보공사 그리고 LX공간정보연구원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정보화 사회로 진입한 이후,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로 매우 짧은 기간 내에 국토공간 전반에 대한 다양한 공간정보를 생산하고 제공함으로써, 산업 발전과 국민 생활 향상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LX한국국토정보공사 및 LX공간정보연구원은 이 같은 역할의 중심에 있을 것이고, 그 역할을 기반으로 국가의 성장과 발전이 지속되리라 믿습니다. 다만 점점 복잡하고 예측이 어려워지는 미래 사회와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고급 정보(High Quality Information)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적시에 생산·공급할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범용적 지식보다는 과학에 기반한 보다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지식과 기술이 축적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LX공간정보연구원에서 발행하는 <공간정보> 매거진이 ESG를 화두로 삼은 것 자체가 시의적절한 일입니다. 우리 국토의 생김새나 상태 등을 사진 찍듯 지도에 옮기는 작업에서 탈피해 속내를 들여다보겠다는 의지가 읽히기 때문인데요. 향후에도 이러한 시도들을 적극적으로 해주기를 바랍니다.

한양대학교 환경계획 및 GIS연구실

오규식 교수가 이끄는 환경계획 및 GIS 연구실은 도시와 인간, 그리고 그를 둘러싼 환경의 바람직한 관계 조성을 위해 도시환경의 계획과 설계 연구에 주력해 왔다. 특히 오늘날 도시계획 연구의 핵심적 기반이 되는 공간정보(Spatial Information)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심도 있는 분석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GIS를 비롯한 다양한 공간정보 분석도구를 도시계획과 설계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기후변화 대응 차원의 첨단 과학적 분석기법 개발과 함께 스마트 친환경 도시(Smart Eco-City), 회복가능 도시(Resilient City)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