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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SG인가? 글. 문성후 ESG중심연구소장

2021년 현재, 세계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화두 ‘ESG’ 실현에 한창이다. 그렇다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한데 모은 ESG는 언제, 어떻게 대두되었으며 향후 어떤 변화를 초래하게 될까? 모두를 향한 ‘공간정보 복지’의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ESG의 시작과 비전을 두루 살펴본다.

지속가능발전과 ESG의 대두

UN은 1987년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처음 선언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래 세대의 능력을 해(害)함이 없이 현재 세대의 요청을 충족하는 발전’이 ‘지속가능발전’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화두에서 촉발된 경영 덕목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였고,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가 스위스 정부와 함께 발의한 ‘Who Care Wins’라는 이니셔티브에서 본격적으로 ESG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그 이후 ESG는 다양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고, 2020년 하반기부터 한국에서도 경영의 필수 요소로 급부상하였다. ESG에 대한 정의도 다양하다. SSEI(Sustainable Stock Exchanges Initiative,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거래소 이니셔티브)는 ‘기업의 사업전략 수행 및 가치 창출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CFA Institute(국제공인재무분석가협회)은 ‘기업가치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 비계량 요소’로, 스위스의 국제 투자회사인 로베르코샘(RobecoSAM)은 ‘기업과 국가의 지속가능성 평가를 위해 사용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로 정의하고 있다. 요약하면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 요소이자 기업의 가치 창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정의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ESG는 왜 이렇게 중요해졌을까?

이해관계자 중심으로의 변화

우선 ESG는 ‘경영의 목표’, ‘기업의 목적’이 변화함에 따라 그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기업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있다. 1963년 ‘이해관계자’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이후 에드워드 프리먼이 이해관계자 이론을 정립하였고, 그 후 이해관계자는 크게 사회, 협력사, 투자자, 고객, 종업원으로 분화되었다. 그런데 1970년 밀턴 프리드만이 ‘주주 제일주의(Shareholder primacy)’를 내세우며 기업의 목적은 주주를 위한 이윤 창출이라고 주창하였고, 그때부터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모두 뒷전으로 밀리게 되었다. 심지어 ESG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Who Cares Wins(2004)’에도 ‘ESG 경영을 잘하면 주주 가치를 증대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여전히 주주 위주의 경영은 불변의 원칙처럼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정부와 학계, NGO 등을 중심으로 ‘기업은 이해관 계자 전부를 고려한 경영을 해야 한다’라는 자각이 생겼다. 물론 여기에는 엔론 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주주 위주의 경영에 대한 회의(懷疑)와 반성도 한몫하였다. 이해관계자를 모두 고려한다는 것은 ‘수익’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각 이해관계자에게 대응되는 요소 전부를 중시하겠다는 의미다. 마침내 2019년 ‘미국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181명의 글로벌기업 대표들은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성명’에서 다음과 같은 기업의 다섯 가지 사명에 동의하게 되었다. 이 서명은 경영 사조의 변화라는 면에서 혁신적이다.

1)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미국 기업의 전통을 증진한다. 2) 직원에게 투자하기 위한 시작으로 직원들에게 공정하게 보상하고 중요한 혜택을 제공한다. 3) 공급자들과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거래한다. 4)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지역민을 존중하며 환경을 보호한다. 5) 주주에게 장기적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들과 함께 투명하며 효율적인 협업을 위해 노력한다. 또 하나의 혁신적 변화는 기업의 기존 목적에 따라 가장 혜택을 누려왔던 투자자가 이제는 거꾸로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대표적인 투자자는 블랙록(BlackRock)이라는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의 ‘래리 핑크’ 회장이었다. 그는 매년 보내는 주주 서한에서 ESG를 중요시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회사에 더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을 촉발시켰다. ‘주주 제일주의’ 경영이 약 50년간 지속되었듯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 사조는 앞으로 적어도 수십 년간 지속될 것이다. 유념할 것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바로 ESG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ESG도 원래는 주주 위주의 경영에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만나면서 그 비중이 급격히 확대된 것이다.

ESG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비재무적 성과 요소이자 가치 창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정리할 수 있다.

평판 경제 시대의 대두

ESG가 대두된 다음 이유는 ‘기업 평판(Corporate reputation)’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평판이란 ‘이해관계자들이 오랜 기간 축적한 사회적 기억(Social memory)’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미 기업 평판은 중요한 경제 요소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나쁜 평판은 기업을 망하게 하는 반면, 좋은 평판은 기업에 예측하지 못한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는 큰 기업이나 공공기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동네의 조그만 식당조차도 소비자들의 댓글과 별점에 의해 흥망성쇠를 경험하곤 한다. 앞서 언급한 ‘Who Care Wins’에서도 ESG 경영을 잘하면 ‘기업 가치의 점차 중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평판과 브랜드에도 강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Moreover, these issues can have a strong impact on reputation and brands, an increasingly important part of company value)’라고 되어 있다. 이미 ESG가 대두되었을 때부터 ESG는 평판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일 것이라고 예측하였던 것이다. 기업 평판은 그후 급작스럽게 전파력과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선(善)’한 기업의 평판을 이루는 증거로 ESG 역시 강력하게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물론 현재 약 600여 개가 넘는 전 세계 평가기관들이 전 세계 기업들의 ESG 학점을 평가하고 이를 등수로 매기며 많은 투자자에게 판단 자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니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진정성 있게 ESG를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평판 경제(Reputation economy)’시대에 ‘ESG 평판 등급’의 영향력은 재무적 요소만을 고려한 ‘신용 등급’보다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ESG는 기업 평판을 강화해 주고, 기업 평판은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ESG는 국토 활용에도 활용한다. 딜로이트 컨설팅에 따르면 민관이 합동하여 국토 활용 측면에서 ESG를 잘 실천한 곳은 두바이, 싱가포르, 룩셈부르크이다. 세 곳 모두 친환경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고 있는 곳들이다.

MZ세대의 등장

끝으로 ESG가 중요해진 요소이자 앞으로도 ESG가 강화될 요인으로 ‘MZ세대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2017년 미국의 콘 커뮤니케이션(Cone Communication)이 발표한 Z세대에 대한 심층 조사 발표에 따르면 Z세대의 90퍼센트는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매할 것이며, 84퍼센트는 뜻 있는 일을 위해 기꺼이 청원서에 서명하겠다고 했다. 응답자 중 77퍼센트의 Z세대는 사회적 사안을 SNS로 공유하고, 76퍼센트는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고 판단되면 그 기업의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MZ세대가 누려야 할 미래 환경과 사회를 기업들이 파괴하지 않기 위한 책임 규준이 바로 ESG이다. MZ세대는 ‘디지털 세대’이자, ‘행동 세대(Activist)’이다. MZ세대의 부상(浮上)과 함께 ESG는 미래 가치로서 역시 더욱 강화될 것이다. 각국 정부 역시 ESG에 대한 공시를 촉구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고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ESG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녹색금융’을 활성화하며 ESG 경영을 촉진 중이다. 소비자들은 ‘선한 경영으로 좋은 경영(Doing well by doing good)’을 하는 기업을 응원하고 있다. ESG는 활용 영역에 제한이 없다. ESG의 시작이 UN이었기에 ‘파리기후변화협약’ 같은 범 국가적 협력도 이루어지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아예 국가 정책으로 ESG를 추진하고 있다. ESG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토 활용에도 ESG는 활용된다. 딜로이트 컨설팅에 따르면 민관이 합동하여 국토 활용 측면에서 ESG를 잘 실천한 곳은 두바이, 싱가포르, 룩셈부르크이다. 세 곳 모두 친환경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고 있는 곳들이다. 에너지를 절감하는 공법으로 도시를 건설하고, 지역적 차이가 없도록 의료, 교육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였다. 스마트시티 이니셔티브로서 ‘개인정보와 데이터’의 보안에 빈틈이 없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분야가 어디든, 주체가 누구든 ESG는 결코 퇴행하지 않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ESG 도입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