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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이제 더 이상 낯선 질병이 아니다.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지금, 나의 일이 아니라고 완전히 자신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주)에스와이이노테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치매예방, 인지재활 VR 솔루션은 가히 주목할 만하다. 인류의 정신건강에 이바지하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품은 채 24시간이 부족하게 달리고 있는 (주)에스와이이노테크 이연화 대표를 만났다.

고정관념에서 깨어나 VR로 눈을 돌리다

치매는 가혹한 질병이다. 하나둘씩 기억을 잃어버리다가 결국은 인간의 존엄성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이 질병은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가족까지 극한으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그 어떤 병보다 많은 이들을 두렵게 한다. (주)에스와이이노테크가 BT CARE를 출시했을 때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치매 예방에 대해 실낱같은 희망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 혹은 뇌의 기능이 소실되는 치매를 과연 진짜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미심쩍은 눈길이 뒤섞여 있었던 것이다. (주)에스와이이노테크를 이끌고 있는 이연화 대표가 차분하지만 강단 있는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BT CARE(Brain Touch CARE) 솔루션은 부산대학교병원, 동아대학교 건강증진연구팀, 부산시 광역치매센터 등 전문기관의 기술 지원과 자문을 받아 개발한 제품입니다.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 일반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게임을 반복적으로 접하신 어르신분들은 40% 정상군 회복 또는 치매진행 속도 늦추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실 이연화 대표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 그의 이력의 꽤 많은 부분이 ‘로봇교육’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강사 육성부터 초 · 중 ·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로봇교육, 로봇대회 개최 등 주로 아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자로 일해왔던 그가 치매 예방 VR 의료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석사 과정에서 공부하던 중 여성회관에 로봇방과후강사 과정을 개설하게 됐습니다. 로봇강사라는 어려운 느낌 때문에 모집이 잘 안 되던 차에 60대 노인 세 분이 찾아오셨어요. 급하니까 일단 받았는데 부품 조작이 작다 보니 돋보기를 쓰고도 잘 못 보셨고 손으로 제대로 잡기도 힘들어 하셨습니다. 그런데 계속 반복 학습을 하니까 결국 해내시더라고요. 이메일 보내기, 동영상 찍기 같은 숙제들도 자녀들에게 물어물어 어떻게든 해오시고요. 어르신들은 아무것도 못할 거라는 저의 고정관념이 깨진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경도인지장애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로봇콘텐츠 개발을 논문으로 쓰고 있던 이연화 대표는 요양병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로봇교구를 이용한 수업을 진행했고 기억력, 집중력 등 인지력 부분에서 큰 효과를 거두었다. 이후, 그 장면을 곁에서 지켜본 사회복지사들이 이연화 대표에게 교구재를 꼭 좀 만들어 보급해 달라고 매달렸다.

반대를 무릅쓰고 완성한 제품, BT CARE

“그때만 해도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딱히 없었습니다. 당시 저희 어머니가 보건소에서 1점 차이로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아서 제가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는데 경도인지장애가 1년 안에 치매가 될 확률이 10~15% 정도이고 , 6 년이면 80%정도가 치매로 악화될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꼭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렇게, (주)에스와이이노테크는 이연화 대표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처음에는 인지력 향상을 위해 로봇만을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기획 단계에서 VR 활용에 생각이 가닿았다.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VR의 특징을 활용해 기억을 잃어가는 어르신들에게 회상요법을 적용해보려는 의도였다. 과거에 좋았던 기억을 눈으로 보면서 손으로 무언가를 조작하면 효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몇 달간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고, 기존 학습지와 VR을 연동할 방법을 고민하고 기획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연화 대표가 만든 사업계획서는 산업통산자원부의 4억 원 펀딩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주위에서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기에, 이연화 대표는 한층 고무됐다. 제품만 출시하면 날개 돋힌 듯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기대와 달랐다. 2017년, 완성된 제품의 첫 임상실험을 추진하던 중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VR을 보면 어지럽고 구토가 날 수도 있다. 우리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쩌냐”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렇게 주저앉을 수 없었던 이연화 대표는 문제가 생기면 그 즉시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임상실험에 착수할 수 있었다.

“저희는 대상이 명확했기 때문에 픽셀, 해상도, 각도 등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해서 갔습니다. 저도 어지럼증이 많기 때문에 실험에 직접 참여했고, 어머니와 어머니의 친구분들을 모아서 반응을 다 일일이 확인하고 임상에 들어갔죠.”

치매 예방부터 멘탈케어까지 책임질 세계 최초의 VR 의료 융합시스템

다행히 임상실험에 참가한 대상자들은 VR 체험을 굉장히 재미있어 했다. 반응이 좋으니 앞서 반대했던 교수도 입장을 바꿨다. 임상실험 결과 또한 놀라웠다. 프로토콜에 따라 꾸준히 반복했더니 시각에 자극이 되고 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기억력과 주의집중력이 크게 호전된 것이다. 더구나 실험대상자들은 구토, 멀미, 어지럼증 증세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실험에 대한 만족도도 91%를 상회했다. 뇌파검사 결과 인지력도 90% 이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뛰어난 성능에 힘입어 BT CARE는 현재 전국의 보건소, 요양병원, 복지병원 등에 총 100대가 설치되어 있다. (주)에스와이이노테크의의 본거지인 부산의 모든 복지관과 보건소에, 서울에는 영등포구 치매안심센터에, 경기도에는 광명시 노인복지관에 설치되어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 활동을 돕고 있다. 이중 광명시는 특히 향후 시행할 6가지 정책 중 하나로 (주)에스와이이노테크 제품을 활용한 VR 인지훈련을 선정해, 이연화 대표의 어깨를 으쓱하게 했다. 비록 (주)에스와이이노테크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피하지 못해 사업이 많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이연화 대표는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응원을 기억하며 힘을 내고 있다.

“박람회에서 만났던 어르신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체험을 한 뒤 너무 재밌다며 다시 줄을 섰던 한 어르신은 치매에 안 걸리고 싶은데 이런 기계를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며 제 손을 잡고 우시기도 했고요. 또 어떤 분은 방송에서 저희 장비를 보셨다며 박람회 부스까지 찾아오셔서 체험을 하시고는 다음 날 또 오셨더라고요. 치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안고 계시는 분이 정말 많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험하면서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습니다. 덕분에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지금도, 열심히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VR의 영역이 무궁무진한 것처럼, 이를 의료와 결합한 VR 의료 융합시스템의 영역도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수많은 가능성 중 현재 (주)에스와이이노테크는 치매 예방 시스템에서 범위를 확장한 ‘멘탈케어’에 도전 중이다. “치매와 우울감의 높은 상관관계 때문에 우울감이 많은 그룹을 대상으로 수업을 했는데 8명 중 무려 6명의 우울감이 좋아졌습니다. 어르신, 젊은이, 임산부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누어 멘탈케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오는 10월부터 임상실험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제품 라인업 역시 B2G 키오스크형에서 B2B 휴대형·그룹형, B2C 재가형으로 계속 넓혀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연화 대표는 VR 의료 융합시스템의 응용 범위나 적용 대상을 넓히더라도, 치매 예방과 관련한 콘텐츠의 향상만은 결코 놓치지 않을 예정이다. 그에게 BT CARE는 사업 아이템만이 아닌 사명감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탁월한 기술력과 확고한 사명감으로 (주)에스와이이노테크의 무대를 세계로 넓히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