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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SG인가? 글. 문성후 ESG중심연구소장

ESG 시대,
사회적 가치란 무엇인가?

요즘 경영현장은 ESG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은 물론, 금융업부터 제조업까지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ESG 위원회를 만들고 ESG 경영도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혼동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다. 배경은 무엇이며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가치 등과 비교해 무엇이 다른지도 분명치 않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ESG 경영,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ESG 경영이 곧 사회적 가치 확대의 길이다

돈과 세상의 관심이 온통 ESG로 쏠린다. ESG라는 이름을 내건 펀드와 채권 발행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ESG를 키워드로 게재된 기사는 지난 한 해 4,759건(전국 54개 신문 게재 기준)에서 2021년 8개월 동안 2만 5,339건으로 이미 지난해의 5배를 넘었다.
ESG는 사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ment)를 단순하게 조합한 용어다. 해석하는 기관마다 다소 다르지만 이를 종합하면 ‘환경보호에 힘 쏟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며, 투명한 경영으로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라는 기업에 대한 주문’이다. 우리 정부에서는 ESG를 ‘저탄소 환경보호, 포용적 사회, 공정한 경제를 뜻하는 말로 기업의 평판과 가치를 높이는 활동’으로 설명했다.
좀 더 풀어보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사용량을 늘려 지구를 보호하고, 근로자와 투자자 고객은 물론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상생, 그리고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위한 기업의 의사결정구조를 갖추라는 요구’다. ESG 경영의 의미와 배경을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주문인지 탐색하다 보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 창출), 그리고 SV(Social Value, 사회적 가치)와 만나게 된다.

사회적 가치 관련 용어의 변천

사회적 가치의 반대 개념은 경제적 가치다. 경제적 가치는 기업에게는 이윤창출로 대표되는 경영의 핵심이다. 기업의 목표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싸게 만들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고용을 늘리고 세금을 많이 내는 데 있다. 기업은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인이다.
문제는 기업이 돈에만 관심을 갖는 과정에서 쏟아낸 각종 폐해다. 경제가 발달할수록 환경오염은 날로 심각해지고 빈부의 격차는 더욱 커진다. 갑질이나 윤리, 부패문제 등 불공정 이슈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경영활동 과정에서 초래된 각종 폐해의 피해는 시민과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종사자와 소비자, 투자자 등 기업에 돈을 벌도록 직접적으로 기여한 당사자 역시 그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기업 활동에 기여한 이해관계자 모두가 오히려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책임 있게 나서서 이를 해결하라는 피해자들의 요청이 CSR이라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사회적 가치다.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유엔이나 국제 표준화 기구 등이 세세하게 열거하고 있다. UNSDGs(United Nation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풀어야할 사회적 이슈를 17개 목표와 169개 과제로 정리했다. 숫자에서 보듯 빈곤과 질병, 성평등, 환경오염, 노사관계 등 사회 전반을 아우른다. 우리 정부도 인권보호, 근로조건, 공정거래, 지역발전 등 13개 항목으로 사회적 가치를 정의해 놓고 공공기관의 평가항목에 담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업에 요구된 사회적 책임 활동, CSR은 사회적 가치 실현의 행동철학이자 실행방법이다. 책임만을 강조한 CSR은 2010년대 들어 CSV란 이름으로 진전됐다. CSV는 사회적 책임활동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업이익도 만들어 낸다는 공유가치 창출이다. 즉, CSV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적 개념이다. CSR과 CSV는 우선순위나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사회적 가치를 위한 기업활동이자 경영전략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ESG 역시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기업에 요구되는 주문의 한 형태다. 기존 CSR이나 CSV와 비교해 사회가치 구현대상을 좀더 명확히 했다는 용어적 차이 이외에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로는 다를 게 없다. 차이라면 CSR과 CSV는 시민사회와 학계의 권고이고 요청이지만, 현재의 ESG는 정부와 각종 규제기관으로부터 부과된 의무사항이라는 사실이다.

ESG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비재무적 성과 요소이자 가치 창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정리할 수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 ESG에 동참하라

2006년 UN은 책임투자원칙을 제시하면서 원칙 6개항 중 3개항에서 ESG를 거론했다. 자본가들이 투자할 때 ESG 3요소를 잘 실천하는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기업들이 환경과 사회문제 등에 좀더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였다. 시기적으로 CSR과 비슷하게 제시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촉구였고 CSV보다 앞서 제기됐다.
하지만 현재 대세가 된 ESG는 2020년을 기점으로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이 대폭 높아진 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ESG 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고 산업구조를 탈탄소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결정적인 확산 요인이다. 이후 ESG 경영은 각종 제도로 경영현장을 뒤덮기 시작했다. ESG 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공시를 통해 세상에 알리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가하며, 평가등급은 기업의 조달 금리와 투자를 결정한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기관들이 자금을 거둬들이고 국제거래에서는 별도의 세금까지 매기게 된다.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국제 협약 RE-100 등에 가입하지 않으면 거래 관계를 끊겠다고 했을 정도다. 한 기업의 평가와 거래 조건에는 하청 납품관계에 있는 협력기업의 ESG 실행까지 포함된다. 올해를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경영현장에 적용된 각종 ESG 이행조건은 자금줄과 영업망을 중심으로 경영 전반에 촘촘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대응은 불가피하다.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거래), B2C(Business to Customer, 기업과 개인 간 거래), 제조업, 금융 서비스업 등 업종에 따라 E와 S, G 부문별 대응의 가중치는 다르다. 또한 대부분 기업들에게 부담이지만 상당수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공공기관 역시 대응에 예외일 수 없다. 상장돼 있지 않거나 돈 빌릴 일이 없고 국제거래도 없는 공공기관에게는 ESG 경영이 남의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 ESG 경영의 선도에 공공기관을 내세우고 있다. 알리오 공시에 ESG 항목을 추가하도록 했고 평가에서도 ESG 부문의 배점을 늘리기로 했다. 그나마 지난 3년여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이름으로 공공기관들이 세세하게 점검을 받아왔기 때문에 대응여하에 따라서는 낯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