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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고급 공간정보의 축적과 공급에 힘써 주시길 글. 최주연 사진. 안용길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공간정보 역시 궁극적으로 ‘사람’을 지향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여왔다. 그런데 국토연구원 글로벌개발협력센터 강혜경 연구위원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 다름 아닌 사회적 약자와 공동체 복원이다. UN Open GIS Initiative 사무국 및 WG3 의장 역임 등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며 느낀 ‘공간정보의 사회적 가치 확대’ 방안에 귀 기울여 보았다.

국토연구원 글로벌개발협력센터 강혜경 연구위원

대학에서 행정학과 지형정보공학을 전공한 후, 공간정보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미국 ESRI사, 미국 메인주립대 국가 GIS센터(NCGIA)연구원 등으로 일했으며 ISO/TC211 ISO19151 표준개발책임자, Web and Wireless GIS 기술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공간정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공간정보의 사회적 가치 확대 방안 등을 연구하고 기여해왔으며 2017년부터는 UN Open GIS Initiative 사무국 및 WG3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Q. 연구위원님께서는 미국 ESRI사, 메인주립대 국가GIS센터(NCGIA) 연구원 등을 거치며 공간정보 분야의 정책, 특히 사회적 가치 확산에 기여해오셨습니다. 일찍이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학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후 연구원으로 일하던 중, ArcGIS를 접하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지형정보공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게 되었죠. 마침 정부에서 공간정보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과 IT전문기관을 중심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던 터라 연구 환경도 좋았습니다. 제 모교에서는 전산학과와 도시계획과, 측량과 등 여러 과들이 모여 지형정보공학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공간정보와 관련된 도시계획 등까지 두루 접할 수 있었습니다. ‘공간정보 인력양성 정책 1세대’로서 특혜를 누렸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곳 국토연구원에서는 정책과 기술 연구 경험을 최대한 조화시켜 일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일하고 계신 국토연구원 글로벌개발협력센터소개와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글로벌개발협력센터(Global Development Partnership Center, GDPC)는 2010년 12월 개소해 2020년 10주년을 맞이한 국토분야의 글로벌컨설팅 조직입니다. 국제공동연구, 초청연수, 국제협력 네트워크 운영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토교통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 및 국제기구와 공유하는 업무를 수행해왔는데요. 10년 동안 국제기구 공동연수 31건의, 위탁연수(KOICA 및 기타) 42건, 자체연수 14건 등 교육 · 지식공유워크숍을 진행했고, 136건의 연구 · 컨설팅, 506건의 국제세미나 개최 및 참석. 61건의 MOU체결을 비롯해 76개국 379개 기관과 전문가 교류를 성사시켜왔습니다. 이중 저는 아프가니스탄 국토전략 및 계획 수립을 위한 지원 사업, 카자흐스탄(유라시아) SDI 구축지원 정책연구 등과 함께 2017년부터 UN Open GIS Initiative 사무국 및 WG3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Q. 글로벌개발협력센터의 업무가 가지는 의미를 사회적 가치 실현 측면에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먼저, UN과 그 산하에 있는 세계은행이나 미주개발은행 등 국제기구들의 가장 큰 목적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후발 국가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기구의 성격과 전문성에 따라 은행일 경우는 경제발전을, UN평화유지군과 같은 군대의 경우는 안전을, 해비타트(Habitat)는 안전한 정주 공간 조성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도모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전문성에 따라 후발 국가들의 발전을 돕는 것이 우리에게는 어떤 이익이 있을까, 궁금하실 텐데요. 우리의 경험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고 기여한다는 것이 가장 큰 가치이겠지만 경제적 이익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국제기구들의 기금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 우리의 역량을 높일 수 있고, 우리의 경험이 해외 현장에 적용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정책을 수행한 경험은 우리 기업들에게 있으니, 해외 진출 시 어드밴티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UN Open GIS Initiative 사무국 및 WG3 의장을 맡고 계신 것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UN Open GIS Initiative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궁금합니다.

A. UN Open GIS Initiative는 UN 조달국(Department of Operational Support, DOS)에서 운영하는 다국가 기술협의체로 60여 개의 UN 산하기구와 일본지리원을 포함한 회원국 내 전문기관, 하버드를 비롯한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협의체는 공동으로 개발한 개방형 기술을 UN의 활동은 물론 개별 회원국, 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FAO)와 같은 국제기구들에게 공급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위한 데스크탑용 GIS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QGIS를 공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QGIS를 활용해 코로나19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구축했고요. 물론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UNMISS(United Nations Mission in South Sudan, UN남수단임무단)과 같은 특수임무단에서 시범프로젝트를 거친 후, 현장에 적용됩니다.

Q. UN과 함께 일하시는 만큼, 공간정보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의 폭도 넓으시리라 짐작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은 공간정보가 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가치를 높이려면 어떤 부분에 주력해야 할까요?

A.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공동체가 함께 추구해 나가야 할 것’으로 일맥상통합니다. 국제표준기구와 UN 글로벌임팩트 등의 기준을 토대로 국무조정실 및 행정안전부에서도 13가지 유형으로 사회적 가치를 구분(표)했는데요. 그중 저는 공간정보 정책이 ‘유형5. 사회적 약자’에 초점을 맞춰 사회적 약자를 포용했으면 합니다. 사실 이전까지 국내 공간정보의 목적이나 방향성은 정부의 효율을 높이는 것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국민들의 삶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국내 공간정보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장애가 있는 분들이나 노약자 등을 위한 공간정보는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국민 모두 나아가 인류 전체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공간정보가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유형8. 공동체 복원(표)’을 동시에 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Q. 연구위원님의 연구 및 활동 경험을 토대로 사회적 약자와 공동체 복원을 위한 사회적 가치 실현의 예를 들어 주시면 크게 도움이 될 듯합니다.

A. 적십자와 국경없는 의사회, 오픈스트리트맵이 2014년 추진한 Missing Map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구호물자 배송, 재난, 갈등, 전염병 상황에서 응급요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참여기반의 인도주의적 지도 프로젝트인데요. 시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세계의 취약 및 위험지역을 선제적으로 매핑했습니다.
지역주민 중심의 대규모 자원봉사자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이들이 온라인과 원격 매핑을 통해 취약 지역의 지도를 구축하면, 숙련된 지도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 다시 현장에서 업데이트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제작에 참여한 주민들이 오픈 스트리트맵 기반의 모바일 도구개발, 매핑 교육 등을 받으며 국제 전문가가 된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세계은행에서도 재난으로 파괴된 도시를 재생할 때,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지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교육 공동체를 운영합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바로 사회적 가치 실현영역 유형 중 ‘유형5. 사회적 약자’와 ‘유형8. 공동체 복원’를 포괄한다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국민대학교의 사례가 돋보이는데요. 2016년부터 관 · 산 · 학연 협력을 통해 커뮤니티매핑을 교육도구로 활용해왔기 때문입니다. 학부생들의 교양수업에 지역사회 현안이나 학생들의 관심을 반영함으로써, 공동체 문제에 대한 관심 확대와 자발적 해결 및 사회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왔습니다. 특히 커뮤니티매핑 시 ‘K-Light’라는 자체 앱을 사용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접하며 저는 자연스럽게 LX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공사)를 떠올렸습니다. LX공사는 국토정보분야 전문기관으로써 국내외 지사를 비롯해, LX공간정보아카데미와 국토정보교육원 등 산하 교육 기관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요. LX공사가 이러한 자산을 활용해 시민들을 위한 공간정보를 시민들이 직접 구축하는 공간정보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표]사회적 가치 실현영역 유형
자료 발췌: 행정안전부,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2018. 03) 사회적 가치 표(p13)

Q. 공간정보가 사회적 가치 실현에 기여하려면 자체의 기술력 등이 고도화되어야 할 텐데요. 전문가로서, 국내 공간정보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A. 측정하는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제도와 정책, 시스템과 서비스, 기술개발 측면에서 국내 공간정보 수준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활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봅니다. 지난 20년 동안 정부의 거의 모든 업무들이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고도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기업들도 풍부하게 경험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공간정보 분야에서 국내 팀이 개발하지 못한 기술은 없을 정도죠. 그러나 국제사회와 해외시장에서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언어 문제에 더해, 국내 개별 기업들의 규모가 작아서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기 힘든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국제기구와의 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UN Open GIS Initiative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UN 내 파트너들에게 우리 기업이 만든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고 자랑하면서 우리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죠. “UN에서도 쓴다더라,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라는 평가가 있으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한결 쉬워질 것입니다.

Q. LX공사는 현재 공간정보와 ESG의 융복합과 관련,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LX공사 그리고 LX공간정보연구원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앞서 잠깐 말씀 드린 것처럼, LX공사는 조직력, 인력의 전문성, 고도화된 정보자원 등 독보적인 자산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이런 규모와 인프라를 가진 곳은 몇 되지 않기에 LX공사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국내외 공간정보 생태계를 이끄는 리더로써 역할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우선 국내에서는 지역 구심점이 되는 공간정보 생태계를 육성해 주셨으면 합니다. 행안부의 정보화 마을처럼요. 물론 LX공사가 지금도 공간정보아카데미와 같은 교육기관, 민간업체와의 상생 체계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확대해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가, 지역 지사를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민참여형 공간정보를 구축한다면 좀더 많은 국민에게 편익이 돌아가리라 생각합니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LX가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LX공사는 UN-GGIM(UN Global Geospatial Information Management, 글로벌공간정보협의체)이나 UN-GGIM AP(아시아태평양지역 글로벌공간정보협의체)를 비롯한 공간정보 관련 글로벌 무대에서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조직입니다. 그 역량과 가능성이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보다 더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다면 국내 공간정보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해외진출도 활발히 이끌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