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공간정보 국제컨퍼런스가 지난 8월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국토연구원은 1996년부터 ‘국가 GIS 발전전략’을 주제로 매년 공간정보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해왔다. 올해로 23회째 개최되는 공간정보 국제컨퍼런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최신 사례와 기술을 공유하는 한편, 공간정보 전략구상을 논의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으로 여는 공간정보사회’라는 주제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현장의 분위기를 요약해 정리한다.

공간정보 지식과 정보의 교류,
그 뜨거운 현장

올해 공간정보 국제컨퍼런스는 미국 MIT 센서블시티랩의 카를로 라띠 소장의 기조연설로 포문을 열었고, 세계 각국의 공간정보 전문가 5인의 발표로 진행됐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최신 디지털 기술이 공간정보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할지 전망했다.
국토연구원 강연수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오늘 컨퍼런스의 주제는 데이터경제로의 변환 속에서 국토연구원과 대한민국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내외 전문가들과 미래의 공간정보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통해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고 한국의 공간정보 기술과 전략이 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이문기 주택토지실장 역시 축사를 통해 “공간정보를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인공지능을 통해 해결한다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면서 “오늘 함께 나눌 공간정보가 국가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집단지성이 발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창의적이고 다이내믹한 센서블시티
MIT 센서블시티랩 카를로 라티 소장

미국 MIT 센서블시티랩은 전 세계에 연구소를 두고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흥미로운 연구와 실험을 하고 있다. 그동안 시도되지 않은 혁신적인 방법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21세기 도시를 예측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택시를 통해 뉴욕시에서 손님이 타고 내릴 때마다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움직이는 택시는 무궁무진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다양한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도로 위에 많은 자동차가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자동차는 특정 공간에 주차되어 있다. 이때 앞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고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는 기반이 된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한 고층 건물의 주차장은 층고가 매우 높은데 지금은 주차장으로 사용되지만 미래에는 주차를 위한 공간이 필요 없어지면 다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고속도로 공간을 재창조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출퇴근 시간처럼 차량의 이동이 많을 때에는 고속도로로 쓰이지만 그 밖의 시간에는 다양한 목적의 열린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실험들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와 이를 적용할 기술력이 필요한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이다.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시도가 계속된다면, 미래의 공간은 분명 지금보다 창의적이고 다이나믹해질 것이다.

스마트 도시를 위한 협력적 스마트 파트너십
조지아공과대학 데브라 램 교수

1960년대부터 빠르게 이뤄진 도시화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우리의 삶을 놀랍게 변화시켰다. 동시에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했다. 기후, 환경, 교통, 빈부격차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증가했다. 데브라 램 교수는 이 문제들을 해결해 좀 더 스마트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스마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과 같은 앞선 기술력과 다양한 커뮤니티의 데이터를 융합해 우리의 삶을 바꿔나가는 것이 스마트 파트너십이다. 데브라 램 교수가 미국 조지아공과대학에서 진행했던 이 프로젝트는 스마트 파트너십에 대한 좋은 예이다. 지난해 조지아주 전체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챌린지를 실시했는데,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조지아공과대학 데브라 램 교수팀이 기술적인 지원을 하고 공공기관과 IT 에이전시, 유틸리티 회사도 함께했다. 선정된 아이디어는 실제 적용하고 피드백을 다시 연구기관에 제공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우리가 도시문제를 해결할 때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이 기술을 이용해 어떤 도시를 만들어나갈지 결정하는 것은 지역 커뮤니티다. 기술과 데이터라는 도구를 가지고 스마트 도시를 확장시켜갈 때 스마트 파트너십이 중요한 이유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도시 디자인과 계획
싱가포르 기술디자인대학교 비기 툰쳐 교수

싱가포르 기술디자인대학교 비기 툰쳐 교수는 정보 및 지식 모델링과 시각화에 초점을 맞춘 ‘Informed Design Group’을 이끌고 있다. 주거용 신도시 공공장소의 사용자와 관련 정보에 관한 다단계 데이터를 수집, 조사하고 있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공간의 재설계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도시 디자인과 계획에서 어떤 데이터를 정량화하고 의미 있게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도시문제에 활용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비기 툰쳐 교수는 빅데이터 AI를 활용해 좀 더 다양한 시각과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소셜미디어, 드론 등 다양한 데이터 수집 방식을 통해서 좀 더 재미있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공공시설의 활기를 예측해보는 것’이다. 사람들이 공공장소에 어느 정도 모일지를 예측하고 이 결과를 공간 디자인에 반영한다. 반대로 퀼리티 높은 공간 디자인이 해당 공간의 유동성을 높일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디자인과 지형학이 공간 활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궁극적으로 도시 디자인을 통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비기 툰쳐 교수는 “동남아시아 등 도시 개발이 시급한 지역의 사회적 문제에 집중하려고 한다”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도시 디자인은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과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CNN딥러닝을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이미지 분석
이화여자대학교 강영옥 교수

최근 강영옥 교수의 연구 주제는 소셜미디어 데이터, 그중에서도 사진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인 ‘플리커’다. 플리커에 사진을 공유하면 위치, 시간 등 공유자에 대한 정보가 함께 업로드된다. 이 데이터를 통해 한 사람의 이동경로는 물론 각 장소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 수 있다. 강영옥 교수는 플리커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외국인들이 느끼는 서울의 이미지는 어떠한지를 연구 중인데, 이미지 분석에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CNN딥러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미지를 분석하는 기술이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여전히 오차는 존재한다. 이때 CNN딥러닝을 통해 트레이닝 시키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강영옥 교수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했고 1,974명이 8만 6,291개의 사진을 올렸음을 확인했다. 이 중 일주일에서 열흘만 머물다 떠나는 사람을 관광객으로 분류, 1,476명이 올린 3,900장의 이미지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관광에 맞는 14개 카테고리로 나눠서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궁궐, 음식, 토이샵, 푸드 마켓, 서울의 경관, 야경 등이 관광객들이 서울에 대해 갖는 주요 이미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종로에서는 궁궐과 같은 전통 건축물을, 신촌 및 홍대에서는 음식을, 삼성역에서는 쇼핑이 주된 활동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강영옥 교수의 연구는 CNN딥러닝을 통해 더 정확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인공지능 응용에서의 공간정보 활용 사례
카이스트 이현규 교수

인공지능을 실제 공간정보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위치에 대한 보다 정교함이 요구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의 정확성은 높아졌음에도 ‘스마트홈’ 관련 사업이 계속해서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급자들이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위치적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데이터의 정확성’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의료 서비스를 통해 집에서 혈압을 측정한다고 했을 때는 ‘정확한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수시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편리함’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단지 지금 혈압이 위험한지 아닌지 정도만 파악할 수 있으면 된다. 스마트홈에서 중요한 것은 집이라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편안한 서비스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해 말로 명령하는 것과 같은 편리함이다. 집안 곳곳에 이름을 붙인 다음, ‘안방에 불꺼줘’, ‘거실 에어컨 켜줘’, ‘주방 청소해줘’ 등 구두로 통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홈은 뛰어난 기술력을 탑재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사용자들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습득해 더 정교하고 편리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그 외에도 환경 관련 정보를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스마트빌딩, 점원 없이 결제까지 가능한 무인상점 ‘아마존 고’로 대표되는 스마트 쇼핑, 지금의 택배 시스템을 대체할 로봇 딜리버리 등 인공지능과 공간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기술이 우리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국토 모니터링 혁신 방안
국토연구원 서기환 연구위원

토지이용과 토지피복 정보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 보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재난관리와 자원관리의 기초가 되는 정보인 만큼 이 데이터가 쌓이면 미래 예측도 가능하다. 과거에는 현장에 나가 직접 데이터를 취득하는 방법을 활용했고, 비용과 시간에 비해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점을 보안하기 위해 항공사진이나 위성사진을 이용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 역시 우리나라 토지 전체 데이터를 만드는 데에 70억 원의 비용과 약 11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 보니 데이터의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오래된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GEO AI다. 로케이션 데이터, 공간정보를 다루는 툴, 항공사진이나 위성영상 같은 스페셜 빅데이터에 AI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AI for Earth’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2억 개의 이미지를 단 10분 만에 처리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국토연구원에서도 2017년부터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토지 관련 정보들이 오래되고 부정확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서 시작된 연구다. 사실 경험은 물론 자문을 구할 파트너, 축적된 데이터가 현저히 부족하다보니 연구 과정이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해외의 경우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이 5,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기술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정부 정책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장기적이고 꾸준한 연구 개발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