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며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어렵고 낯선 개념으로 여겨지곤 한다. 기술의 발달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향해야 하는 법. 공간정보 역시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삶에 기여하고 있다. 김민수 씨 가족의 하루를 통해 생활 안전을 위한 공간정보의 활약상을 살펴보았다.

등하굣길 안전을 위한
위치정보 서비스

알람 소리에 잠을 깬 민수 씨는 스마트폰을 열고 이날 출장지인 K시의 날씨부터 확인했다. “전국 각 지역뿐 아니라 동네 날씨까지 알려주니 간편하군. 오전엔 흐려도 오후엔 갠다니 다행이네.” 출근 준비를 끝낸 민수 씨는 아내 예은 씨, 아들 진우와 함께 식탁에 앉았다.

“진우는 오늘부터 2학기 시작이구나. 학교 정문 들어가기 전에 엄마한테 꼭 문자해, 알았지?”
“여보, 걱정 안 해도 돼. 진우가 등하교할 때마다 내 휴대폰으로 문자가 올 거야.”

2학기부터 혼자 등하교하게 될 진우를 위해 예은 씨는 자녀 위치 알림 서비스1)를 등록해두었다. 이 서비스는 등하교 시 보호자에게 SMS(Short Message Service)를 발송하는 건 기본. 집과 학교, 학원 등 아이가 자주 가는 곳의 위치를 등록해두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아이의 경로까지 확인할 수 있다.

1) 자녀 위치 알림 서비스
각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위치정보에 기반해 자녀의 위치를 SMS를 통해 주기적으로 알려준다. 그 밖에 안심 존을 설정하면 해당 존을 벗어날 경우 보호자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통학버스 승하차 태그를 통해 학교와 학원 등의 등하교 여부를 알려줄 수도 있다.

“그런 게 있어? 학교에서 학원으로 갈 때도 유용하겠다.”
“그럼. 학원버스를 타고 내릴 때도 카드를 찍으면 승하차 여부도 확인할 수 있어. 애가 차량에 혼자 남겨지는 사고도 방지할 수 있지.”

공간정보 기업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예은 씨는 자녀 위치 알림 서비스는 위치정보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더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민수 씨, 오늘 K시로 출장 간다고 했지? 출발 전에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접속하고, 안전운전 잊지 말고.”

도로 위험도부터 재난 시
대피 경로까지 한눈에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기 전, 민수 씨는 내비게이션으로 경로부터 확인했다. K시로 향하는 다양한 경로 중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려던 찰나 아내가 문자 메시지로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2) 링크를 보내왔다. 내비게이션과 얼마나 다를까 반신반의하며 시스템에 접속한 그는 뜻밖의 정보를 알아냈다. 원래 가려던 경로의 위험도가 ‘주의’ 단계였던 것. 결국 민수 씨는 시간은 좀 더 오래 걸리지만 ‘안전’ 단계인 경로를 선택했다. ‘생각보다 훨씬 유용한데? 이렇게 도로별 상황을 미리 파악할 수 있으면 사고 위험이 한결 줄어 들겠어.’
3시간 후, K시에 도착한 민수 씨는 업무 관계자들과 함께 시설물 점검에 나섰다. 기존에는 직접 하천을 걸어 다니며 육안으로 맨홀의 상태를 점검했는데 이번부터는 이 작업에 드론을 투입했다.

“지난 장마철에는 불어난 하천을 건너느라 힘드셨죠? 이제부터는 이 드론을 활용할 겁니다. 드론이 각 맨홀을 점검한 후에 다시 이곳으로 복귀할 거에요.”

민수 씨의 설명에 K시 관계자가 질문을 해왔다.

“아, 그럼 드론으로 수질 검사에도 이용할 수 있을까요? 공공폐수처리시설을 점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거든요.”
“그럼요. 관련 시스템을 개발한 후에 드론과 연결시키면 됩니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면 드론으로 취합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죠.”

2)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
도로교통공단의 시스템으로, 교통사고에 대한 각종 통계는 물론 GIS 기반으로 교통사고 발생위치를 미리 알려준다. 특히 위험도로예보시스템을 통해 과거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물론 기상이나 돌발상황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 정보와 융복합해 각 도로의 위험도를 안전, 주의, 위험, 심각의 4단계로 나누어 공지한다.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서울시에서 교량 검사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했다는 기사가 났더라고요.”
“맞습니다. 거기에도 무인로봇과 인공지능이 활용됐습니다. 하천 점검도 그렇지만 교량 하부 점검도 사람이 직접 하면 위험한 경우가 많았어요. 여름에는 내부 온도가 높아서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있었고, 사람이 들어가기 힘들 만큼 입구가 좁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고해상도 카메라 로봇을 교량 내부로 보낸 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분석해 하자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습니다. 기술 검증이 끝나면 K시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활용하게 될 거에요.”

업무를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길. 교통 흐름이 생각보다 원활해 빨리 귀가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민수 씨의 휴대폰에 알람이 떴다. 때마침 보이는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확인해보니 랜디랑3)이 알려온 실시간 재난 경보였다. 랜디랑은 고속도로에서 20km 떨어진 지역에 강도3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내용과 함께 인근 대피소를 알려줬다.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네. 미리 랜디랑 깔아두길 잘했네.’

랜디랑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서비스하는 국민생활안전 애플리케이션. 응급실이나 대피소 등 안전시설 정보를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응급상황 시 사용자의 위도와 경도, 현장 사진과 녹음 파일을 지정해둔 번호나 112, 119에 전송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편의시설이나 관광정보, 기상정보 등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국의 국토정보를 조회할 수도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귀갓길을 지키다

장거리 운전을 무사히 끝낸 민수 씨가 집에 들어서자 아들 진우가 재잘재잘 말을 걸어왔다.

“아빠, 오늘 학교에서 교통안전지도 만들기 4) 했어요. 그런데 내일부터 문구점 쪽 말고 태권도학원 쪽으로 다녀야겠어요.”
“왜? 문구점 쪽으로 다니는 게 편할 것 같다고 하지 않았어?”
“교통안전지도 만들기를 하면서 보니까 문구점 쪽에서 교통사고가 많이 났더라고요. 이제부터 안전한 길로 다니고 신호등도 잘 지킬 거에요.”

오랜만에 아들과 오붓하게 식사를 끝낸 민수 씨가 소파에 앉아 한숨 돌리려는데 아내 예은 씨가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여보, 오늘 K시는 잘 다녀왔어? 저녁은 잘 챙겨 먹었고?”

“덕분에. 당신이 알려준 대로 했어. 도로마다 위험도가 다르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어. 그런데 생각보다 늦었네. 밤길 위험한데.”
“위험해도 안 위험하게 왔지. 안심이앱 5)이 있잖아.”

4) 교통안전지도 만들기
교통약자인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통사고 정보를 제공하고 스스로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공단에서 구축한 어린이 교통사고분석 시스템.

5) 서울시 안심이앱
서울 전역에 설치된 CCTV와 애플리케이션을 연계해 위험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위급상황 시 구조를 지원한다.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긴급신고 버튼을 누르거나 휴대폰을 흔드는 것만으로 SOS 호출이 가능하며 21시 30분부터는 스카우트 대원이 귀갓길에 동행도 가능하다.

지하철역에서 집까지는 도보로 10분 거리로 비교적 가까운 편이지만, 인적이 드물어 예은 씨가 늦을 때면 민수 씨가 마중을 나가곤 했던 것. 하지만 얼마 전부터 예은 씨는 “안심이가 있어서 괜찮아”라며 혼자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다. 대체 그 ‘안심이’가 누구냐는 질문에 아내는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하하, 안심이? 서울시에서 만들었는데 ‘귀가 모니터링 서비스’ 덕분에 당신이 편해진 거야. 출발지점 그러니까 지하철역부터 집까지 오는 동안 켜두면 만약 위험 상황에서 내가 휴대폰을 흔들기만 해도 신고가 돼. 그리고 좀전에는 슈퍼에서 장을 보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 거야. 받아봤더니 안심이앱 서비스 담당자였어. 내 위치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는데 내가 15분 넘게 같은 위치에 있더라며 안전한 게 맞는지 확인하더라고.”
“그러고 보니, 진우 등하굣길부터 K시 출장, 그리고 당신의 귀가 모두 위치정보의 도움을 받은 거네.”

“맞아. 그리고 오늘 드론으로 맨홀 점검했다고 했지? 드론에도 위치정보가 결합돼 있잖아. 위치정보의 확장 개념이 공간정보고. 내가 왜 ‘공간정보, 공간정보’ 했는지 알겠지? 공간정보는 자율주행차나 국토 개발 같은 산업이나 국정 분야에서 활용되기도 하지만 우리 실생활에선 안전을 지켜주는 기반이 되곤 해.”

그제야 민수 씨는 아내 예은 씨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공간정보’가 비로소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었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막연하게 어렵다고만 느꼈던 공간정보. 공간정보가 있기에 우리의 24시간이 보다 더 안전해지고 있음을 제대로 경험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