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각광받게 됨에 따라 관련 업체들 역시 급속도로 증가해왔다. 그만큼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가이아쓰리디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주목할 만한 활약을 이어왔다. 공간정보와 3D, 웹브라우저의 결합, 그리고 여기에 오픈소스에 기반한 개방과 협력의 가치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독보적인 행보를 그려온 가이아쓰리디를 직접 만나봤다.

대용량 실시간 3D 공간정보 솔루션에 강한 기업

학부와 대학원에서 GIS를 공부한 신상희 대표가 두 명의 친구와 함께 가이아쓰리디의 문을 연 것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형데이터를 실물 3D로 제작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벤처창업경진대회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해당 사업은 제작비 부담으로 인해 빛을 보지 못했지만 가이아쓰리디는 곧이어 다음 아이템 개발에 착수했다. 테라바이트(TB) 급의 초대용량 위성 및 항공 영상을 웹으로 초고속 서비스하는 MIP(Multiple Image Provider) 솔루션을 선보인 것이다.
“창업 아이템 실패 후 새로운 개발 과제를 찾던 중에 위성 및 항공 영상 분야에 눈이 갔습니다. 당시 그 분야가 폭발적으로 발전했지만 용량이 워낙 커서 사양이 낮은 컴퓨터나 느린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활용은커녕 보기조차 힘든 실정이었죠. 다행히 저희는 대용량의 자료를 다뤄본 경험이 풍부했기에 자신 있게 솔루션 개발에 나섰습니다.”

신상희 대표의 자신감 그대로, MIP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토지리정보원 국토공간영상 정보시스템,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토환경성평가지도, 국립산림과학원 항공사진 검색시스템, 경상남도 3차원 지리정보시스템 등에 활용되며 2011년까지 국내 점유율 80%를 기록한 것. 나아가 중국과 싱가포르에 수출 실적을 쌓으며 가이아쓰리디의 이름을 국내외로 널리 알렸다. MIP의 성공으로 신상희 대표는 대용량 공간정보 솔루션 분야에서의 강점을 재확인했고, 그 방향으로 매진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2006년 대통령 단체표창을 받은 ‘동네예보 시스템’이나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으며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mago3D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오픈소스로 실현하는 개방과 협력의 가치

2007년 과감히 단행한 체질 개선 노력 또한 가이아쓰리디의 성장세를 지속시키는 데 기여했다. 체질 개선의 핵심은 다름 아닌 ‘오픈소스’였다.
“회사 창립 후 살아남기 위해 쉴 틈 없이 일하던 중 학부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오픈소스’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그래서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열린 ‘FOSS4G 2007’에 참석했죠. 그곳에서 GIS 오픈소스에도 체계적인 흐름과 활동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남들과 나누며 수익을 내는 기업들도 접할 수 있었고요.”
컨퍼런스에서 신상희 대표는 과거를 회상하며 미래를 계획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입버릇처럼 반복하셨던 “콩 한쪽도 나눠 먹어라”던 말씀, “사회가 너희에게 기여한 만큼 사회에 환원하라”던 은사님들의 가르침, 그리고 직접 만든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스스럼없이 공개하며 뿌듯했던 대학시절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 한편으론 날로 다양해지는 수요에 대응할 수 없는 가이아쓰리디의 한계도 보였다. 개인의 보람과 회사의 성장을 두고 오래 고민한 끝에 신상희 대표는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대신, 오픈소스를 통해 나머지 영역을 보충하기로 결심했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애써 개발한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것에 반발하는 직원도 있었고, ‘한국에서 오픈소스는 안 된다’는 충고도 많이 들었죠. 제 개인적 욕심이라면 접으면 그만이지만 회사의 수익률 개선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회사의 분위기가 오픈소스 중심으로 정착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덕분에 가이아쓰리디는 수많은 공간정보 관련 기업들 중 ‘오픈소스 중심 기업’이라는 고유한 이미지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신상희 대표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개방과 협력의 가치’는 기업철학으로 탄탄히 자리매김했다.

‘디지털 트윈’을 지향하는
새로운 공간정보 플랫폼 mago3D

가이아쓰리디는 2014년 또 하나의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든 종류의 공간정보를 웹브라우저에서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인 mago3D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이전까지 공간정보의 90% 이상이 2차원 평면에 표현됐으며, 그나마도 실외 위주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3차원(3D)이며, 실내에 상주하는 시간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크지 않을 수 없었다.
“mago3D는 실외뿐 아니라 실내 공간정보와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웹브라우저 상에서 3D로 구동하는 플랫폼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최근 가장 뜨거운 키워드인 디지털 트윈과도 유사합니다. 앞으로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등 무궁무진한 분야에서 적극 활용되리라 기대합니다.” 이전에도 건축·설계 분야에서는 3D를 이용해왔지만 개별 건물들에 대한 정보에 불과했다. 하지만 mago3D 플랫폼은 개별 건물들의 정보를 통합해 건물과 각종 시설 사이의 상관관계를 미리 계산해 대비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스마트시티를 건설할 때 컴퓨터 상에서 일조권을 계산해 건물들 사이의 간격을 결정할 수 있게 하고, 주변 철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의 영향 범위를 예측해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공장 내에서 주로 이용하는 크레인의 안전 반경이나 시설물과 장비 사이의 크기 등을 웹브라우저 상에서 계산할 수 있으니, 기존의 절차와 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mago3D는 ‘남극과학기지 웹 기반 3차원 시설·기장비 관리 시스템 개발’을 비롯해 국내 다양한 산업 현장과 프로젝트에서 활용 중이다.

애써 개발한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것에 반발하는 직원도 있었고, ‘한국에서 오픈소스는 안 된다’는 충고도 많이 들었죠. 제 개인적 욕심이라면 접으면 그만이지만 회사의 수익률 개선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스마트시티부터 자율주행차까지,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다

2020년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가이아쓰리디는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mago3D를 원동력 삼아 제품과 솔루션 중심의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것.
“오픈소스를 근간으로 mago3D를 발전시키면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는 물론 자율주행차 시스템 등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솔루션들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mago3D를 오픈소스로 공개해둔 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오픈소스 이용자의 90%가 소리소문 없이 쓰기만 하는 실정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사람이 한두 명만 있어도 한 걸음씩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가이아쓰리디를 세계적인 강소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다짐하는 신상희 대표에게 공간정보의 향후 역할과 비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다소 거창하지만 저는 공간정보가 인류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리라고 믿어왔습니다. 다만 기존에는 저를 비롯한 전공자들의 시야가 좁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땅’과 ‘인간’만을 중심에 놓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미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는 위치와 결합되어 있고, 생산과 소비의 주체 역시 인간에서 사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개방적인 자세로 주변을 돌아본다면 다양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개방과 협력의 가치를 믿는다’는 가이아쓰리디의 기업철학에 다시 한번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신화 속 가이아(Gaia)가 세상의 만물을 키워냈듯, 가이아쓰리디가 국내 공간정보 생태계 발전에 든든한 기반되기를 기대한다.



mago3D는 실외뿐 아니라 실내 공간정보와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웹브라우저 상에서 3D로 구동하는 플랫폼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최근 가장 뜨거운 키워드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도 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