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상정보=일기예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기상정보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기상정보를 기반으로 업무 효율 및 효과 극대화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것. 기상정보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데이터 중 하나로 꼽는 이유다.

날씨를 활용해 매출을 높이다

영국의 글로벌 컨설팅기업 브리티시 리테일 컨소시엄(BRC)은 얼마 전, 날씨가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채널·제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온이 적당한 경우에는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수가 늘어나고, 덥거나 추운 날씨에는 온라인 매장이나 냉방시설이 완비된 대형마트·백화점의 매출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햇빛이 강한 날에는 녹차와 헬스클럽 이용권 구매욕구가 각각 37%와 56%로 올라가고, 비가 오는 날에는 가정용품·소형가구·의류용품의 온라인 매출이 12%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날씨는 사람의 신체 및 정서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 편의점 브랜드들은 기상 변화에 따른 소비 패턴을 분석, 전국 가맹점에 행동지침을 전달함으로써 매출 극대화를 유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상품 수요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점의 기온인 ‘임계온도’를 적극 활용한다. 예를 들어 콜라와 사이다는 25℃를 기준으로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판매량이 각각 15%와 10%가량 증가한다. 30℃가 넘으면 맥주 판매량이 70% 높아지는 반면, 기온 16~20℃의 온화한 날에는 소주 판매량이 10% 감소한다. 유리그릇·반팔 티셔츠·수영복의 임계온도는 각각 18℃·19℃·24℃다.
편의점들은 이러한 분석 결과에 따라 해당 상품의 진열공간을 늘리고 외부 판매대를 추가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해 매출을 높인다. 세븐일레븐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6개월간의 장기 기상예보를 바탕으로 얼음컵 음료 신제품 출시를 늘리는 등 기상정보를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활용함으로써 상당한 매출 상승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기상정보로 기업을 경영하다

기상정보는 기업 경영의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CJ제일제당은 가공식품업의 특성상 옥수수·대두·원맥·원당 등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원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최근 잦은 기상이변으로 인해 곡물 가격이 요동쳤고, 사업 위험도가 높아졌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언론의 기상예측과 실제 기상 상황 및 작황이 달라 가격이 급변동한 시기․자체 기상분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상 트래킹(Tracking)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곡물 구매에 적용함으로써 위험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구찌·입생로랑·발렌시아가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케어링그룹도 기상정보 활용에 나섰다. 케어링그룹 브랜드들은 최고급 섬유 중 하나인 비큐나 원단을 많이 사용한다. 이 원단은 비큐나라는 낙타과 동물의 털로 만들어지는데, 3년에 한 번씩 털을 깎을 수 있는 데다가 일부 속털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100g당 100만 원이 넘을 정도로 값어치가 높다. 문제는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비큐나의 서식지와 원단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케어링그룹은 자체 기상팀을 구성해 기후 변화와 비큐나 원단 생산량의 상관관계 예측·분석에 돌입했다. 기상정보가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명품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메리츠보험은 기상정보를 활용해 손해율을 낮춘 것은 물론, 우리나라 교통사고 감소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손해율은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따라서 손해율이 낮을수록 보험사의 이익률이 높아지는데, 손해율을 근본적으로 끌어내리려면 교통사고율을 낮춰야 했다. 메리츠보험은 고심 끝에, 문자메시지(SMS)로 고객들에게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객 교통사고율이 11.4% 낮아졌다. 이는 7개월 간 교통사고 254건을 줄인 것과 같은 효과로, 메리츠보험의 평균 자동차 사고 보험금이 193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손해액을 5억 원가량 줄인 셈이다. 또한 교통사고 감소로 인해 약 51억 원의 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공간정보와 함께 고도화 되는 기상정보

기상정보는 찰나의 순간으로 승패가 갈리는 자동차 경주에도 활용된다. 쉐보레 레이싱팀은 지난 2018년 나스카 대회 출전 당시 기상정보를 기반으로 레이싱 전략을 수립했다. 레이싱 기간의 기상을 예측해 여기에 꼭 맞춘 주행 방법·타이어 교체 시기·피트인 시점 등을 두루 결정했다. 기온에 따른 엔진 성능, 구름 정도에 따른 주행 능력, 공기 밀도에 따른 차량 공기역학 등도 면밀하게 분석해 대비책을 세웠다. 그 결과, 이 팀은 그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기상정보는 그 특성상 공간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슈퍼컴퓨터로 날씨를 예측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실제 날씨를 확인하는 것만큼 정확한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기상정보 전문기업 웨더컴퍼니는 보다 정확한 기상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27만 5,000개의 기상관측소와 수백만 개의 사물인터넷 네트워크 장치를 설치했다. 이 같은 실측 데이터에 슈퍼컴퓨터의 기상예측 데이터를 통합해 적중률 높은 기상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공공기관과 기업에 제공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세계 기상산업 시장은 2015년 19조 1,000억 원에서 2020년 26조 7,0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상정보에 사물인터넷·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이 더해지면서 그 가치와 활용성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1세기의 기상정보는 날씨를 미리 알아보는 용도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은 물론 모든 사업 분야의 발전을 촉진하는, 이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