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의 우수한 기술로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인류의 노력은 꾸준히 계속되어 왔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지문감식 기법도 1800년대 후반 생체인식(Biometrics) 분야의 최신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다. 1892년 아르헨티나에서 최초로 지문감식에 의해 범인을 특정, 검거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지문감식을 통한 범인 식별 방식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최신기술이 적극 도입되면서 범죄예방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신기술의 활용 사례를 살펴본다.

범죄예방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최신기술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범죄예방 활동에 접목하려는 각국의 시도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첨단기술이 개발되고 범죄예방 목적으로 실제 활용되기까지의 소요시간은 점차 짧아지고 있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은 개발 즉시 범죄예방에 적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범죄예방의 패러다임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빅데이터에 기반하는 이들 최신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데이터 생산·수집에도 상당한 관심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범죄예방 노력 역시 데이터 생산·수집과 데이터 분석·활용의 두 가지로 크게 나누어볼 수 있다.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한 데이터 생산·수집
‘샷스파터’의 사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맥락에서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생산·수집되는 데이터는 텍스트나 수치, 사진과 같이 정지된 형태의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영상이나 소리, 냄새 등 범죄와 연관 지을 수 있는 일체의 정보를 포괄한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주목되고 있는 것은 CCTV이다.
CCTV 자체는 20세기 후반에 개발되었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고화질 영상 촬영 및 판독, 대용량 자료 전송 및 저장이 가능해지고 사물인터넷 센서, 스마트가로등과 연계해 설치되면서 그 활용 범위는 확대되고 있다. 인간을 대신해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후각·미각·촉각에 이르기까지 오감(五感)을 아우르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재인식되는 것이다.
음향 센서를 이용한 총격감지 시스템인 ‘샷스파터(Shotspotter)’는 오늘날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데이터 생산·수집의 발전상을 보여준다. 샷스파터가 중점적으로 수집하는 정보는 음성데이터, 그중에서도 총격음이다. 샷스파터는 크게 ‘감지([그림 1]의 ①)’, ‘확인 및 분류([그림 1]의 ②)’, ‘통지([그림 1]의 ③ 및 ④)’의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 옥상, 가로등 폴대, 출시 및 설치 시점이 다소 경과되어 소리를 녹음할 수 없는 CCTV 주변 등에 설치된 음향 센서(증폭장치) 및 녹음 기능이 탑재된 최신형 CCTV가 음성데이터를 수집한다. 음향 센서는 인공지능에 기반하고 있어 일상 소음(예: 자동차 경적음)과 강한 파열음(예: 총격음)을 자동으로 구분해 내는데, 총격음과 유사한 음향을 감지하면 그 전후의 6초간 음성데이터를 캘리포니아 뉴왁(Newark)에 위치한 사건검토센터(Incident review center)의 클라우드 DB로 자동 전송한다([그림 1]의 ①).
3개 이상의 센서에서 감지, 전송된 총격음은 머신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에 따라 클라우드 DB에 축적된 총격음들과의 대조를 거친다([그림 1]의 ②). 총격음으로 최종 확인되면 음향 센서 설치 위치를 바탕으로 총격 발생 지점까지의 거리를 계산, 위치를 추정해 경찰에 통보한다([그림 1]의 ③ 및 ④). 경찰관들은 경찰관서 내 PC, 순찰차 내 태블릿 단말기, 개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도상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위성지도 및 CCTV 촬영 영상과 연동되어 있어 총격 발생 위치 주변을 살펴볼 수도 있다. 특히 샷스파터 개발 초기만 하더라도 음성데이터만으로도 대용량이기 때문에 시스템 안정성을 우려하여 영상데이터와 연동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대용량 데이터 전송·처리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CCTV 촬영 영상을 비롯한 공간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한 데이터 분석·활용
‘프레드폴’의 사례

최근 범죄예방 영역에서는 샷스파터처럼 개별 범죄에 특화되었거나 과거 또는 현재 발생한 범죄에 대한 회귀적인(Retrospective) 검토보다는 장래 발생할 범죄 내지 위험성을 예측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기(Proactive) 위한 시스템 개발에 좀 더 관심이 쏠려 있다. 세계적인 IT 기업들 또한 ‘보다 안전한 도시(Safer Cities)’ 구축을 위한 방안이라고 홍보하며 CCTV·사물인터넷 센서와 같은 하드웨어적 요소와 영상 판독·신원 확인 등 소프트웨어적 요소를 결합한 기술을 ‘통합 솔루션’ 형태로 출시하고 있다.
‘예측적 치안(Predictive policing)’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프레드폴(Predpol)’은 범죄예측을 지향하는 시스템의 대표적인 사례다. ‘범죄발생은 일정한 장소적 패턴을 보인다’는 범죄패턴이론(Crime pattern theory)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팅햄 부부(Paul & Patricia Brantingham)의 아들로, 대를 이어 범죄와 관련된 인간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제프리 브랜팅햄(Jeffrey Brantingham) UCLA 인류학과 교수가 프레드폴의 공동 창업자로 관여하고 있다. 프레드폴은 해당 시스템에서 수집하는 정보는 ‘무엇(what: 침입절도, 강도, 상해 등과 같은 범죄사건 유형)’, ‘어디서(Where: 발생장소, 주소 또는 좌표값)’, ‘언제(When: 발생일자 및 시각)’ 및 사건번호에 불과하다며, 사건발생 장소에 대한 광범한 정보를 수집하여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의 소지가 있는 여타 ‘프로파일링(Profiling)’식 범죄분석 시스템과의 차별화를 강조한다.
프레드폴 역시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기반하고 있다. 2~5년가량의 과거 범죄 발생 자료를 토대로 지역별로 각기 다른 알고리즘을 개발, 학습하도록 하며 알고리즘은 매일 업데이트된다. 예측 결과에 따라 범죄위험성이 높은 지역은 구글 지도(Google Maps: 스트리트뷰 연동) 기반의 웹 인터페이스에 가로×세로 150m 크기의 붉은 상자로 경찰 교대조 편성시간대별(오전, 오후, 야간)로 표시된다. 한편, 프레드폴은 범죄예측에 그치지 않고 효율적인 경찰순찰 관리를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범죄위험성이 높다고 분석된 붉은 상자 지역에 순찰이 이루어지는 정도는 ‘투여시간(Dosage time)’으로 표시되어 순찰이 필요한 지역에 충분한 관심이 기울여졌는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즉, 범죄라는 ‘질병’에 순찰이라는 ‘약물’이 어느 정도 투여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력이라는 부족한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데 프레드폴 분석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범죄로부터의 자유
기대와 우려의 교차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은 범죄위험성 예측을 통해 범죄가 발생하기에 앞서 방지한다는 범죄예방의 오랜 이념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샷스파터, 프레드폴과 같이 상용화된 시스템은 이러한 첨단기술에 기반해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데이터 생산·수집과 데이터 분석·활용 방식을 체계화하고 있어 오늘날 범죄예방, 나아가 안전한 도시 조성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처럼 여겨지고 있다. 과학기술 개발자의 입장에서도 범죄예방은 기술개발 및 활용을 정당화하고 사회에 실용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지점으로서 선호된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기대’ 너머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범죄와 같은 사회문제를 일소할 수 있다고 보는 ‘과학기술 만능주의’를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90개 이상의 도시에서 샷스파터 시스템을 도입하였지만 여전히 미국 곳곳에서 총기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샷스파터 개발 및 활용에도 불구하고 총기사고를 예방하는 데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한편, 예측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는 프레드폴은 알고리즘의 편향 내지 차별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는 일반 대중의 인식과는 달리, 범죄위험성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과정에서 개발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드폴의 경우 알고리즘 구조나 시스템을 도입한 도시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시스템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특정 인종이 밀집하는 거주지역이 범죄위험지역으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발견됨에 따라 범죄위험성이 높은 지역을 지금의 ‘붉은 상자’가 아니라 ‘검은 상자’로 표시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한계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범죄예방과 4차 산업혁명의 접합은 계속하여 시도될 것이다.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답안을 제시하면서 발전해온 인류의 역사가 범죄예방 영역에서도 구현되기를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