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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용어로 도로(道路)는 ‘사람과 차 등이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비교적 넓은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로는 개개인의 모든 활동 반경에 영향을 미치며 매 순간 새로운 정보를 생성한다. 이것이 바로 도로교통 공간정보다. 그런데 사람과 자동차, 자동차와 자동차, 자동차와 각종 사물이 수많은 정보를 주고받게 될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도로 관련 정보가 한층 중요해질 것이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도로대장 운영업무를 시작으로 자율주행지원 공간정보에서 나아가 ‘디지털 가상도로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는 이유다.

‘제2차 도로관리계획’에서 드러난
안전하고 편리한 미래도로의 청사진

현행 도로법상 우리나라의 도로 길이는 총 112,977km로, 고속국도 4,848km, 일반국도 14,098km로 구성된다(2020년 말 기준). 지난 30년간 고속국도가 약 3.1배, 일반국도가 약 1.2배 확장된 것으로, 교량과 터널 등 시설물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며 그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로시설물의 노후화율은 3~15%(2019년 9월 기준)로, 노후 인프라 증가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및 유지 · 관리 비용만 2016년 2.9조 원에서 2020년 4.1조 원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도로 자산 유지 · 관리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이를 활용한 중장기 관점의 노후시설 관리 계획이 필요하다. 규모의 확장 이외에 인구 고령화, 친환경차 보급 확대, 자율주행차(이하 자율차) 개발과 보급 등 도로 이용 환경 변화나 폭염과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 증가, 미래형 도로 인프라 관리 요구 증대 등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도로관리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국민의 일상 속에 안전하고 편리한 도로’라는 목표와 함께 제2차 도로관리 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골자는 ‘AIRS 도로’로, ▲변화에 유연하고(Adaptable) ▲지능적이며(Intelligent) ▲믿음을 주고(Reliable) ▲지속 가능한(Sustainable) 미래 도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도로환경 마련을 위한 전국 단위 지능형 교통 체계(C-ITS) 구축, 드론을 활용한 산사태·비탈면 위험지역 점검, 사물인터넷과 첨단 센서 및 AI 기반의 영상 취득 장치 등을 활용한 실시간 도로시설물 상태 수집·관리, 차선 시인성 및 도로 파임(포트홀) 관리 강화, 도로 이용자 안전 확보를 위한 스마트 CCTV 설치 등이 주요 과제다. 국토부는 또한 도로시설물의 성능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예산을 효과적으로 투입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도로 불편 신고 서비스 운용 등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 안전성 제고에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체계 구축의 핵심은 ICBMS(IoT, Cloud, Big Data, Mobile, Security)와 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기술로, LX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공사)가 운영관리 중인 도로대장과 연계해 향후 ‘디지털 가상도로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LX공사의 노하우에 기반한 도로대장 정보체계
국민 안전 확보 및 예산 절감에 기여하다

사실 우리나라 도로를 관리하는 주체는 각각 다르다. 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일반 도로는 국토교통부나 지방국토관리청 등이, 도로포장, 신호등, 교통량, 기하구조 등도 각기 다른 곳에서 관할하고 있다. 다양한 도로관리기관이 있음에도 ‘왜 LX공사에서 나서게 됐나?’라는 질문에, LX공사 공간정보실 이정훈 팀장은 ‘플랫폼’의 관점에서 설명을 시작했다.

“도로는 이동과 소비, 생산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플랫폼입니다. 덕분에 하나의 도로에서도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생성됩니다. 이런 것들을 한데 모아 형식을 통일하고 하나의 데이터로 통합해 플랫폼을 만들려면 정말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 합니다. 다행히 저희 LX공사에서는 토지와 주소에 관련된 국가 중요정보를 구축하고 유지관리하며 정보를 표준화하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량을 꾸준히 쌓아온 덕에, 도로 관련 정보체계 운영관리를 맡게 됐습니다.”

도로대장 운영관리의 핵심은 도로의 주민등록증이라 할 수 있는 ‘도로대장’을 통해 도로와 관련된 모든 일들이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통일성과 시시각각 변화되는 도로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체계가 필요했다. 하지만 도로대장은 인쇄 후 제본한 형태의 아날로그 자료, PDF, NDB, MDB, XLS부터 DWG 등의 디지털 자료까지 그 형식이 천차만별이었다. 때문에, 국도 1호선에 있는 가로등의 개수를 세려면 종이 도면을 살피는 동시에 전산화된 파일도 수백 번씩 열어야 했다. 이에 LX공사 도로대장 실무팀은 ‘어떻게 하면 클릭 한 번으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을까?’를 목표로 도로대장 통합맵 구축과 도로대장 수시갱신체계 구축에 돌입했다. 이후 2017년 도로대장 정보시스템 표준 데이터 설계를 시작으로 2019년 국도 전구간을 공간정보체계로 구축해냈다. 도로공간정보의 100% 구축 즉, 도로대장 정보시스템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도로의 높이와 폭 등 기하구조, 가로등이나 신호등과 같은 구조물 등 49종의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된 덕분에, 관리 및 유지 · 보수가 필요한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국민 생활과 관련해서는 공간분석을 통해 도로 살얼음 취약구간 403곳을 선정하고 도로안전 분야 예방대책과 연계함으로써 관리 취약으로 인한 사고 등을 예방해 124억 원의 국가예산을 절감시켰다.

LX의 연구 · 사업(R&D) 콜라보레이션의 결실,
본격 자율차 시대를 대비한 플랫폼을 구축하다

‘디지털 가상도로 플랫폼’ 완성을 위한 또 하나의 축은 자율차 관련 기술이다. 실제로 사업 초기, 이정훈 팀장은 도로의 변경은 가장 먼저 도로대장에 반영되므로 이러한 도로대장 정보를 자율차와 일반차의 안전을 위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마침 LX공간정보연구원에서는 조국 선임연구원을 중심으로 2015년 6월부터 ‘지능형 자동차 인식 기술 지원을 위한 공개용 표준 DB 구축 및 평가시스템’의 국가 R&D 과제를 수행 중이었다. 과제의 골자는 LX공간정보연구원을 주관기관으로 총 5개의 연구기관이 협업해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식 기술을 지원하고 표준 DB를 구축해 표준화된 평가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5년간의 연구 기간을 통해 저희 LX공사는 2018년에 국내 환경에 적합한 자율주행 인식 기술 개발용 데이터셋을 만들어서 공개하였습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자율주행 인식 기술 경진대회를 2년 연속으로 개최하여 학계와 기업에서 참여하여 기술의 발전을 지원하였습니다. 또한 산학연의 협의체를 구성을 통한 거버넌스를 마련하여 지속적인 교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한발 더 나아가 차선, 신호등 표지판의 고정 환경 데이터와 보행자, 자동차 등의 150만 개 이상의 정보를 취합한 이동체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구축하였습니다.또한 판교제로시티는 도로, 시설물, 지형지물, 정사영상 지도를 융합한 것으로 자율주행에 필요한 관제시스템에 적합한 지도가 무엇인지를 고려하여 구축되었습니다. 이것을 통합해 고정밀 디지털지도를 개발한 것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공간정보 플랫폼으로 확대하여 자율주행 자동차에 직접적으로 공간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마련하였습니다. 본 플랫폼에서는 데이터수집, 공간정보 가공 자동화, 서비스(C-ITS 표준, LDM, 공간정보 등)을 직접적으로 수집, 가공. 서비스하는 것을 경기도와 협업하여 판교제로시티에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데이터는 공공데이터 전략추진위원회에 의해 국가중점데이터로 선정되었다. 2020년 12월에는 ‘자율주행 공간정보 인식 기술 활성화 정보’ 구축도 완료했다. 2020년부터는 홈페이지(kodas.or.kr)을 통해서 330만 건의 데이터를 공공과 민간에 무료로 제공 중이다. 2016년까지 자율주행을 위한 한국형 데이터가 전무했던 사실에 비추면, 짧은 기간 내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자율주행 공간정보 플랫폼*을 연결고리로 ‘디지털 가상도로 플랫폼’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해
새로운 산업 활성화 이끌 것

그렇다면 ‘디지털 가상도로 플랫폼’의 정의는 무엇이며, 이로 인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조국 선임연구원은 ‘디지털’과 ‘가상도로’ 그리고 ‘플랫폼’ 각각의 의미를 짚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도로대장 정보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살펴본 것처럼 물리적 도로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시키면, 인터넷 등의 가상공간에 국토 전체에 대한 가상도로(Virtual SOC)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도로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도로를 유지 · 보수나 신설 계획 등에 활용할 수 있고, 자율차를 연구하는 기관에서는 물리적 도로가 아닌 가상공간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다. 또, 디지털트윈과 연계해서는 도로교통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정책을 실험할 수 있고, 메타버스와 연결하면 실시간 기반 카레이싱 게임 등 국민 체감형 가상 데이터를 지원할 수도 있다. 그 외 산업 활성화나 국민 체감 서비스 등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묻자 이정훈 팀장은 “민간에 맡겨 두어야 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LX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은 국민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탄탄히 구축하되, 민간시장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실시간 부동산 거래 서비스는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와 지도를, 동네 주민들끼리 물건을 사고파는 사이트 역시 개인의 위치정보와 국가기본도를 활용한 것입니다. 때로 저희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좋은 플랫폼을 만들어서 다양한 민간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저희 같은 공공기관에서 할 일이 아닐까요?”

조국 선임연구원 역시, “공공기관은 효율성과 균형을 추구하며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지도 갱신 주기를 예로 들었다. 민간기업에서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월 1회, 도서지역은 연 1회 갱신한다면 도서지역에 대한 나머지 부분은 LX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책임지는 식이다. 특히, 물류와 유통 등 이종산업과의 거버넌스를 구축해 도로정보를 수집하는 등 활용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가상도로 플랫폼’은 또 하나의 기술이나 플랫폼 이상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를 위한 선결 조건은 다양한 이들의 참여다. 도로와 국토정보 전문가들은 각자의 역량을, 물류와 유통 산업계에서는 도로 상황에 대한 변화를, 스타트업 등 민간 활용 생태계에서는 산업화를 위한 의견 등을 공유할 때, 더 깊고 넓게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LX공간정보연구원의 자율주행 공개용 DB 개발에는 6명의 청년인턴이 함께하고 있다. DB의 품질관리 부분에 참여 중인 이들은 오류를 찾아내는 동시에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의견을 내기도 한다. 실무진들은 품질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청년인턴들은 공공데이터의 가치를 체감하는 기회를 얻고 있는 셈이다. 공공데이터를 매개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는 청년인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공공기관에서 일하시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황인성 청년인턴: 자율주행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구축 업무를 주로 맡으며, 공간정보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기여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덕분에 관련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측량기능사와 지적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LX공사의 신입사원 채용에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Q. 자율주행 공개용 DB 개발 관련 업무를 하며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A. 김수진 청년인턴: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에 참여 새로운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실제로 이런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모르는 20대들도 많은데, 미래를 향한 기술을 최접점에서 느끼고 개발에 동참한다는 사실 자체로 뿌듯합니다.

Q. 지난 4개월의 업무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A. 나유현 청년인턴: ‘공공데이터’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저와는 먼 것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업무 진행 중 LX공사에서 개방하는 데이터를 접하며, 이런 데이터를 이용해 저도 새로운 것들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