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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상 융합 세계) 시대 성공 필수 조건은 지식재산(IP)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따라서 특허와 상표, 디자인과 저작권까지 아우르는 지식재산을 빼놓고는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나아가 새로운 기술과 미래 모습을 지식재산을 통해 가늠할 수도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지식재산 없이는 메타버스의 미래도 상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메타버스를 이끌어 가고 있는 기업들과 스타트업의 지식재산 생태계를 살펴본다.

메타버스도 특허가 있다, 유니콘의 성공비결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의 유사제품 출시로 홍역을 치르거나 끝내 사업을 접는 경우는 특별하지 않다.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준비해야 하는 지식재산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발목이 잡힌 경우들이다. 반대로 지식재산을 적절히 활용하는 스타트업은 1조 원(약 10억 달러) 규모 유니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메타버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들은 이미 유니콘 반열을 넘어 기업가치 10조 원(약 100억 달러) 규모 데카콘이나 100조 원(약 1천억 달러)이 넘는 헥토콘까지 성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지식재산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을 둔 스타트업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메타버스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인 미국 게임 플랫폼 업체 로블록스(Roblox)의 예를 살펴보자. 로블록스는 올해 3월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ice, IPO)를 진행한 당일 주가가 55% 오르면서 43조 원(약 380억 달러)의 기업가치1)를 인정받았다. 메타버스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지난달 주가가 2배 이상 급등해 기업가치가 90조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글로벌 통계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로블록스 하루 평균 이용자는 4730만 명2)에 달한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 영향으로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성장한 5억 930만 달러(약 6천억 원)를 기록했다. 이러한 로블록스 성공의 배경이 지식재산이다. 미국 특허청(United States Patent and Trademark Office, USPTO)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창업 초기인 2005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80여 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신청)했다. 주요 특허는 메타버스 공간 구축 방법, 캐릭터 변화 모습, 소프트웨어 내 거래 시스템 등이다. 중국의 게임업체인 텐센트(TENCENT)와 손잡은 2019년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특허를 출원해 여러 국가에서 권리를 확보했다고 한다. 회사 이름까지 메타(META)로 바꾼 미국 페이스북이 2014년 2조 5천억 원3)을 주고 인수한 스타트업 오큘러스(Oculus)의 성장에도 지식재산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 특허청에 따르면 오큘러스가 출원한 특허는 현재 270여 개로, 해마다 평균 20여 개 특허를 만들어 낸 셈이다. 오큘러스의 제품은 특히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AR(Augumented Reality, 증강현실)을 합친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시장에서 주요 장비(디바이스)로 자리 잡아 그 점유율이 53.5%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오큘러스는 게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지만 앞으로 메타버스 세상에서 가상공간과 현실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1) 디지털투데이, 메타버스 선두주자 '로블록스' 상장 첫날 주가 55% 상승

http://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6695

척박한 스타트업 생태계, 지식재산이 필수인 이유

이렇듯 급격한 성장과 동시에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스타트업에게 지식재산은 필수요소다. 하지만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미국 유니콘 기업의 30%5)는 미국에서 특허권(출원 중인 특허 포함)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나머지 62%는 특허권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10개 이하의 특허권을 보유 중이다. 분석을 진행한 포어사이트 밸류에이션 그룹(Foresight Valuation Group)의 한 연구원은 “미국 유니콘 기업의 61%는 뒤처진 지식재산 전략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지식재산에 대한 분석과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스타트업이 처한 상황을 분석해 보면 지식재산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먼저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과 동시에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켜 자리를 잡기 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6)’을 건너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스타트업 시장에서 죽음의 계곡이란 개념은 보통 기초적인 기술 기반과 사업화 등을 진행하는 동안 생존하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되는 경우를 얘기한다. 현실적으로 수익은 내지 못하면서 R&D(연구개발)와 인건비는 계속 내야하는 기간이다. 보통 스타트업 창업 이후 통상 5년 전후이며 소위 죽음의 계곡을 지나더라도 시제품 출시와 마케팅 등을 비롯해 기업공개(IPO)나 M&A(인수합병)까지, 거쳐야 할 크고 작은 고비들이 많다. 기술 개발에 성공했더라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사업을 빼앗기거나 다른 기업에게 추격당하기도 일쑤다. 이 때문에 죽음의 계곡을 창업 초기와 3단계로 나눠 얘기하기도 한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가 조사한 스타트업 생존율을 살펴보면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60%7)에 육박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전 세계 스타트업 10곳 중 6곳은 5년 이내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잠시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스타트업 생존율은 더욱 낮아진다. 최근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소위 제2의 벤처 붐이 일고 있다는 분석과 달리 5년 생존율은 2018년 기준 31.2%8)에 그친다. 스타트업은 죽음의 계곡을 건넜더라도 시장에서 받아들이고 수익으로 이어지기 까진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데다 소위 캐즘(Chasm)9)도 견뎌내야 한다. 깊게 파인 지층의 변화를 뜻하는 캐즘은 스타트업 시장에서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었더라도, 사업 초기 새로운 제품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간극을 의미한다. 골짜기를 건너더라도 스타트업은 또 시장이 급격히 변화하는 이른바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도 건너야 한다. 이렇듯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 오히려 지식재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미국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S&P 500 기업가치의 90%가 지식재산이란 분석결과가 반증한다. 글로벌 지식재산 분석기업 오션토모는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영향에도 오히려 주요기업의 지식재산 자산 가치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허를 가진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35배 높고, 고용 증가율이 4배, 매출 증가율은 3배 뛰어나다는 분석결과도 있다. 유니콘을 넘어 하늘 높이 솟아오를 스타트업을 꿈꾸고 있다면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3) 경향신문, 페이스북, 모바일 다음은 가상현실… 신생기업 ‘오큘러스 VR’ 2조5000억원에 인수

https://www.khan.co.kr/it/it-general/article/201403262207345

4) 카운터포인트리서치, Oculus Captures Half of XR Headset Market in 2020

https://www.counterpointresearch.com/oculus-captures-half-xr-headset-market-2020/

5) 포어사이트 밸류에이션 그룹, The Role of Intellectual Property in ‘Unicorn’ Valuations

https://foresightvaluation.com/the-role-of-intellectual-property-in-unicorn-valuations/

6)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초기 창업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에 성공하였다하더라도 사업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넘어야 할 어려움을 나타낸 용어

8) 중소벤처기업부 ‘한국 창업 생태계의 변화 분석’(21,03)

https://www.mss.go.kr/site/smba/ex/bbs/View.do?cbIdx=86&bcIdx=1026105

9) 캐즘 (chasm): 첨단 기술이나 상품이 개발되어 출시된 다음, 초기 시장과 주류 시장 사이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되어 단절이 일어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