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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ICT)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에 힘입어 수많은 정보가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 일명 공간정보의 ‘대중화 및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는 동시에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세상을 바꾼 최고의 발명품은 금속활자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역사학과에서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 eHistory에서는 지난 1천 년간 세상을 바꾼 최고의 발명품의 순위를 매겼다. 그중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것은 1,450년에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에 의해서 발명된 금속활자다. 현재의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비행기, 컴퓨터, 자동차, 전구 등과 같은 쟁쟁한 발명품을 제치고 금속활자가 최고의 발명품에 꼽힐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금속활자의 발명이 ‘책’이라는 정보 전달 매체를 짧은 시간 안에 획기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금속활자 보급 이전까지 책에 접근할 수 있는 계층은 소수의 상류 집단에 국한되어 있었다. 반면 금속활자의 보급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책이라는 정보 전달 매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대중화 및 민주화되었고, 평등한 권한 분배는 커다란 사회 변화의 기반으로 작용했다.

영상미디어 분야에서 점차 확대되는 개인의 영향력

구텐베르크의 시대로부터 6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영상미디어 시장의 변화다. 기존의 영상미디어 시장에서는 영상이 공중파를 통해서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에, 영상 제작과 유통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이 투자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일반인이나 중소업체에서는 초기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몇몇의 제한된 공중파 방송국에 의한 영상 매체의 독점이 당연한 듯 여겨지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인하여, 중소기업 나아가 개인이 방송의 영상 제작에서부터 전송 등 전반적인 과정을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오늘날 소셜 네트워크 상에는 수많은 1인 미디어가 생겨났으며, 최근 들어 이들은 공중파 못지않은 전파력을 갖게 됐다.

공간정보의 대중화 및 민주화

1인 미디어 방송과 비슷한 현상이 공간정보 전반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초창기 공간정보의 생산과 전파는 국가 단위에서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간정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인공위성이나 유인항공기와 같은 대형 시스템과 공간정보 생성에 특화된 초 고가의 영상장비가 필요한데, 이러한 항공 플랫폼과 영상장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기존의 공간정보 생태계에서는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공간정보를 생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하지만, 무인항공기나 무인자동차가 대중화되고 영상장비도 소형화되고 저렴해지면서, 더 이상 천문학적인 투자 없이도 누구나 고해상도의 손쉽게 공간정보를 생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DJI사의 무인항공기 시리즈는 자동 항법 시스템을 이용하여 한 번의 클릭으로 모든 자료를 자동으로 획득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획득된 자료를 개인 컴퓨터에서 상용 혹은 무료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처리하면, 1cm 이하의 고해상도 정사 영상과 정밀한 3차원 디지털 고도 정보 지도를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존의 공간정보 시스템에서는 국가 단위에서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공간정보를 생성하여야 했던 반면에, 이제는 누구나 무인항공기를 이용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나 고해상도의 공간정보를 생성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공간정보 관리 및 유통의 중요성

위에서 살펴보았던 1인 미디어나,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공간정보 생산의 예는 이러한 변화가 금속활자의 발명과 많이 닮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금속활자의 발명으로 책이라는 정보 전달 매체에 대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던 것처럼, 무인항공기·컴퓨터·영상장비의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양질의 영상과 공간정보를 생성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아직 남아 있다. 기술의 개발만큼이나 그 기술을 더 많은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 및 배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1999년에 설립되었던 싸이월드가 사업 초창기의 커다란 성공을 유지하지 못하고, 2004년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페이스북에 국내 점유율을 완전히 내어 준 사례가 좋은 예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초반 이미 지금의 페이스북이 가진 거의 모든 기능을 이미 확보했다. 그런데 왜 페이스북에 밀려날 수밖에 없었을까? 더 많은 대중에게 손쉽게 전달되어 더 많은 사용자를 유입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간정보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무인항공기가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공간정보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지만, 이렇게 생산된 양질의 공간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탄생되어야 한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체감하며, 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생성할 수 있다. 즉, 공간정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사용자에게 전달되어 활성화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