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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SG인가? 글. 문성후 ESG중심연구소장

ESG의 세 번째 키워드인 거버넌스(Governance)는 흔히 ‘지배구조’라 불린다. 하지만 거버넌스의 중요성에 비해 그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공간정보와 거버넌스의 접점을 찾기에 앞서, 거버넌스의 정의와 기본 원칙 등을 살펴 그 확대방안을 모색해 본다.

ESG의 핵심은 ‘거버넌스’

ESG 중 최근 탄소중립 등 환경 이슈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ESG의 근간은 거버넌스다. 환경경영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거버넌스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2020년, 총 3,043건의 주주 관여 활동을 했는데, 이 중 거버넌스가 94.7%(2,882건)로 가장 많았다([그림1]). 환경(41.4%)이나 사회(31.7%) 이슈의 상당 부분은 거버넌스 이슈와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버넌스는 자동차의 핸들이나 선박의 키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다. 블랙록의 투자 스튜어드십팀 본부장은 한 인터뷰에서 “혹자들은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가 개별적으로 독립해 존재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라면서 “모든 게 거버넌스의 문제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거버넌스는 ESG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근본 요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핵심 키워드, ‘이사회’와 ‘리스크’

거버넌스가 이처럼 중요함에도, ESG 중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는 상대적으로 낮다. 거버넌스를 협소하게 ‘지배구조’로 번역하고 있는 것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거버넌스에 대해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S&P(Standard & Poors)는 ‘주권자의 정책 결정은 물론 이사회, 관리자, 주주 및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 참여자들의 권리와 책임 분배에 이르는 의사결정체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거버넌스를 ‘지배구조’보다 ‘의사결정체계’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 명확하다. 조직 전반에 걸친 지속가능경영 관점에서 의사결정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고, 또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핀다면 거버넌스를 이사회 중심으로만 보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도 거버넌스의 영역은 넓다. ESG의 대표적인 평가 기관인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는 ESG를 10개 주제, 35개의 핵심 이슈로 구분하고, 산업별로 가중치를 두어 이를 평가한다. 이중 거버넌스는 ‘기업 지배구조’와 ‘기업 행동’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를 키워드로 압축하면 ‘이사회’와 ‘리스크 관리’다. 각각의 키워드별로 살펴보면서 거버넌스의 영역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고민해봐야 한다.

이사회 건강성을 넘어 ESG 경영체계를 확립해야

먼저 이사회다. 빅카인즈(BigKinds)에서 ESG 연관어를 분석해본 결과, 1천 건 분석 기준으로 지배구조(510건)와, ESG위원회(172건)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거버넌스 중에서는 이사회 이슈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최근 ESG 관련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독립적이고, 전문적이고, 다양성을 갖춘 이사회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EO가 개인 명성관리를 위해 대규모 지출을 하는 등의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이사회가 잘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사회가 내부거래 등 법적·윤리적 이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역동적인 이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사회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사회의 다양성이 보장되고, 견제와 감시 기능이 강화된다면 불법, 부패, 비윤리, 불공정 등의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 여성 이사 비중 확대, 사외이사 참여 확대,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설치 등에 대해 관심이 높다. 독립적이며 투명한 이사회 운영과 책임 있는 기업 운영 관련 중요한 이슈임에는 분명하나, 거버넌스의 의사결정체계를 이사회 이슈로 좁게 봐서는 안 된다. 유니레버, 나이키 등이 책임경영을 잘 하는 것은 이사회가 건강하게 작동하는 것도 있지만, CEO를 위시하여 회사 전반의 ESG 운영 체계를 잘 구축했기 때문이다. 최고 경영자의 ESG 리더십, ESG 위험과 기회를 경영활동에 반영하는 시스템, 이해관계자의 참여, ESG 경영 실행체계, 인정과 평가·보상 체계, ESG 정보 공개 등도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중요하게 봐야 할 영역이다.

리스크 관리는 기본, 시선 더 높이 두어야

두 번째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다. MSCI에서도 도덕성, 조세 투명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비윤리적, 불공정, 불법을 막음으로써 기업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을 해소하고자 한다. 투자자는 리스크에 대한 정보 부족을 많이 호소한다. 이는 자산의 적정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도록 하고, 그 결과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는 기업 경영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목적을 좀 더 높이 두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ESG 흐름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투자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각은 강한 반면, 사회·환경 리스크 관리 관점은 약하기도 하다. 따라서 ESG 요소에 따른 위험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ESG 경영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ESG를 이야기할 때 항상 ‛리스크’와 ‛기회’라는 두 단어를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리스크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경우가 많다. 석탄산업은 점차 리스크가 되겠지만, 반대로 재생에너지 산업은 기회 요소가 될 것이다. 리스크만이 아니라 기회를 좀 더 적극적으로 찾는 노력이 강조될 때, ESG의 강점인 포지티브 스크리닝(Positive Screening)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 거버넌스 영역에서도 이사회, 리스크 관리를 넘어 시야를 확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일례로 가장 엄격한 건물 인증인 Living Building Challenge를 관리하는 조직인 ILFI(International Living Future Institute)에서는 JUST라는 투명성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JUST는 사회적으로 정의롭고 공평한 조직으로의 발전을 지원하는 인증으로 다양성, 형평성, 안전, 근로자 복리후생, 지역 혜택, 스튜어드십 등 6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 회사인 Gelfand Partners, 친환경 설계 컨설팅 회사인 Green Engineer, 친환경 건축회사인 South Mountain 등의 다수의 건축·디자인 회사들이 JUST 인증을 받은 등 투명하고 공정한 거버넌스를 실현하고 있다. Green Engineer, South Mountain은 ‘직원 소유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이 파트너로 참여하도록 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이해관계자 거버넌스를 실험하고 있기도 하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거버넌스를 향해

2019년 8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usiness Roundtable)*은 성명을 통해 기업이 더 이상 주주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천명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가 이해관계자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 주주로부터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37개 주에서는 전통적인 회사법에 의해 소송 당하지 않도록 ‘베네핏 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SK 등 일부 기업은 정관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거버넌스를 실현하는 방법 중 하나다. 앞으로 이사회, 리스크 관리를 넘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거버넌스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길 기대해 본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usiness Roundtable)
미국 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로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같은 성격의 단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