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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고급 공간정보의 축적과 공급에 힘써 주시길 글. 최주연 사진. 안용길

최신 정보통신 기술(ICT)을 활용해 도시 문제를 최소화하고 시민 행복을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스마트시티’. 김갑성 교수는 스마트시티 기술은 도시보다 농촌과 산촌, 어촌 등 비도시지역에 더 필요한 기술이라고 이야기한다. 스마트공동체 마을사업을 통해 비도시지역에 ICT 기술을 적용하면 마을 환경이 바뀌게 되고, 인구 유입이 유도되면서 결국 주민의 편안한 삶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을 위한 스마트시티에 기여하는 공간정보 발전 방안에 대해 김갑성 교수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교수님께서는 도시공학과 건축공학을 시작으로 도시 및 지역계획학, 지역경제학 나아가 최근에는 스마트시티 분야에 대해 연구해오고 계십니다. 도시공학의 분야 중 도시계획과 개발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학부 전공이 건축공학이었는데 당시 4학년 1학기 수업으로 도시계획 과목을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미시경제학 수업을 반 학기 동안 진행하시고, 나머지 반 학기는 학생들이 도시계획에 대해 발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 수업을 들으며 도시계획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건축은 단일건물을 설계하는데, 도시계획은 그보다 스케일이 큰 도시를 설계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이 경험으로 인해 도시계획 분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석사 과정에서는 경제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박사 과정은 이와 연관이 있는 지역경제로 마쳤습니다.
귀국 후 민간연구소에서는 개발 분야에 주로 관여를 하게 됐고요. 지금은 10년 전부터 진행한 스마트시티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맡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래사회의 변화와 연계해 도시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미래도시 공동체라는 주제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Q. 도시공학연구에 있어 공간정보의 역할이 클 것으로 짐작합니다. 교수님의 연구 및 전공에 공간정보를 활용하신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A. 제 연구 분야 중 하나가 ‘공간분석 및 입지 이론’입니다. 주거, 상업, 업무, 산업 등의 시설이나 단지의 적정 입지 선정과 수요 추정 등에 있어 공간정보는 필수입니다. 그동안 저는 입지와 관련해 정부청사나 산업단지, 의료시설, 보육 시설 등의 적정 입지 분석 연구를 한 경험이 있고 수요 추정과 그에 따른 편익 산정 등에도 공간정보를 활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지역에 주택을 위한 택지를 조성할 때 수요권을 설정하고, 수요권 내의 주거이동 자료, 소득, 교통, 환경 등과 같은 정보를 활용해 수요를 추정하는 것이죠. 산업단지를 계획할 때는 적정 규모를 산정하고 어떤 업종을 유치할 것인지, 그에 따른 기대효과 등을 추정할 때 공간정보가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시청을 신축한다고 하면 적정 입지가 어디인지 분석하기 위해 기본적인 지리정보와 인구, 기업체, 교통 정보 등이 필요합니다. 스마트시티와 관련해서는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모빌리티 분야일 것입니다. UAV, 드론과 같은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3D공간정보가 필수겠지요.

Q. 일찍부터 공간정보를 활용해온 전문가로서, 현재 국내 공간정보의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도시계획 등에 활용되는 공간정보의 발전상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수준은 해외 선진국에 결코 뒤처지지 않습니다. 기술력은 충분히 발전되어 있고, 필요한 요구사항에 따라 언제든지 기술 개발이 가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죠. 다만 문제는 활용 측면입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 전제돼야 할 법과 규제 등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사업화에서 열세에 있게 됩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도시계획을 이해하는 수준도 다르고, 재정적 한계로 인해 전체 지방자치단체에 도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LX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공사)가 일찍이 지적측량 및 재조사에서 공간정보까지 기능과 역할을 확대한 만큼 향후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부에서도 전 국토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공간정보 활용 플랫폼 구축에 힘을 쏟고 있으니, 이를 활용한 많은 다양한 산업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교수님께서 이끄시는 도시계획 및 개발 연구실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 및 부동산 개발’, ‘도시공간의 효율성과 형평성 도모’, ‘스마트시티 정책 및 개발’ 등 세 개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데요. 각각의 연구 주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최근 가장 관심이 높은 ‘스마트시티 정책과 개발’에 대해 설명해 주셔도 좋습니다.

A. ‘지속가능한 도시 및 부동산 개발’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함께 추구하는 개발을 목표로 합니다. 각종 개발사업에 있어서 사회경제적 타당성을 고려하는 연구를 하고 있죠. 두 번째 ‘도시공간의 효율성과 형평성 도모’는 도시의 공간구조와 입지 분석 등을 통해 한정된 자원인 토지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지역균형과 같은 이슈들을 고려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입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시티와 관련해서는 주로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중 어느 쪽에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를 활용해야 도시 관리 비용을 줄이고 시민들은 보다 더 편리한 도시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또한 저희 연구실에서는 최근 들어 의료 데이터의 거래 모형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이는 개인이 어떤 데이터를 얼마에 판매할 의향이 있는지, 이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은 어떤 데이터를 얼마에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조사·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거래 시장이 존재할 수 있는지, 존재할 수 있다면 어떻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죠. 또한 도시가 아닌 농촌이나 어촌, 산촌과 같은 인구 쇠퇴지역에 스마트 공동체 마을 조성을 제안 중입니다. 스마트시티의 편리한 기술이 도시뿐 아니라 비도시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스마트시티와 관련해 교수님께서 평소 강조하시는 ‘시민과 민간기업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라는 대목은 ‘거버넌스’와도 연결됩니다. 스마트시티를 비롯한 도시공학의 측면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투명하고 탄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도시계획 수립 과정부터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의견을 표출하고, 이를 참고해 전문가들이 계획을 수립한 후 실행 과정과 모니터링 과정에서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해야 합니다. 한 도시의 시장(市長)이 바뀐다고 해서 정책방향이 바뀌고 도시계획 등을 마음대로 변경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도시의 장기 플랜이 수장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면 결코 바람직하게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없으니까요. 도시 전문가를 총괄 MP(Master Planner)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도 시장의 임기와 관계없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Q.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삶의 모습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공간정보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A. 정보기술의 발달로 도심과 외곽지역의 삶은 사실상 큰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정지역으로 주택 및 업무 수요가 집중되는 것은 공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여건을 보면 분명히 공간적 차이가 존재하죠. 공간정보를 제대로 해석하고 미래의 변화 방향을 예측하고 대응한다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과한 부분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지리정보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드론을 활용해 택배 서비스를 제공할 때 기존에는 X와 Y 좌표만 있으면 됐지만 이제는 Z좌표가 추가돼야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최근 메타버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의 기반이 되는 것도 공간정보라고 할 수 있죠.

Q. 도시공학과 공간정보 발전을 위해 산업계와 학계의 협업은 물론 공공기관의 역할도 중요할 텐데요. 국내 공간정보 분야의 리더로서 LX공사와 LX공간정보연구원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리더가 아닌 연구자 중 한 사람으로서 말씀 드린다면, 공간정보를 제공하고 관리하는 주체로서 LX공사는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베이스맵(Basemap)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많은 민간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함으로써 아직 공간정보를 수집하지 못하고 체계도 구축되지 않은 타 국가에 우리의 선진 모델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경험한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나아가 새로운 도전적 과제들을 발굴하고 학계 및 연구소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새로운 기술 개발과 정책 개발 등에 힘 쏟아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