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의 뜻은 코로나19가 지나간 이후 시대다. 아직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어 단순히 물리적으로 어떤 시점 이후의 시간만을 의미하는 비교적 포괄적인 풀이다. 그런데 수년, 수십년이 흐른 뒤 아마도 우리의 생활 방식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완전히 바뀌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포스트 코로나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자리 잡게 한 시대로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온라인 속에서 발견하는
일정한 패턴, 동선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극에 달했던 연초, 집에 콕 박혀 SNS와 유튜브를 세상을 보는 창으로 삼을 때가 있었다. 업무 미팅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사람들과의 약속은 ‘코로나 끝나면 만나자’는 말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오프라인으로는 정보를 접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때 오히려 SNS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명물 ‘태양의 서커스’를 무료로 볼 수 있었다. 유튜브에선 해외 어린이들이 각자 집에서 천사 같은 목소리로 노래 한 소절씩 부른 마룬5의 ‘메모리즈(Memories)’ 커버도 유명했다.
보통 때면 하루의 절반가량을 회사에서 보냈을 직장인들도 집에 있으면서 어떻게든 일을 해야 했다. 메신저로 업무를 보는데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위한 전문 협업 방식들을 도입했다. 화상회의 툴도 처음엔 허둥지둥 사용하던 회사원들이 이제는 자유자재로 쓰는 수준에 도달했다. 네트워크 장애만 겪지 않는다면 말이다. PC, 모바일 기기 등에서 저장된 정보를 한데 모아놓고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시스템인 ‘클라우드’의 도입도 점차 당연한 일이 되어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모두 집에 있었다는 게 공통점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론 인터넷망을 타고 각각의 서비스 ‘플랫폼’들에서 물고기 떼처럼 무리지어 있었다. 전과 다른 점은 오프라인 실재의 공간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정보 휘발성도 높고, 화면 이동도 자유로운 온라인 공간이지만 사람들은 그런대로 패턴을 가지고 활동한다. 오프라인에서 ‘집-회사’, ‘집-학교’ 같은 동선처럼 온라인에서도 일정한 패턴이 발견된다면 어떤 가치로 전환될 수 있다. 의미 없이 산재된 정보가 가치를 가지기 시작할 때 이 데이터의 집합을 빅데이터라고 부른다. 즉 포스트 코로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요, 플랫폼과 빅데이터가 필연적인 시대다. 플랫폼은 ‘장소’, 빅데이터는 ‘장소 간 연결’이라 볼 수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된 부분들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모 글로벌 기업의 경우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재택근무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 회사와 유관한 콜센터 직원들을 상시 재택근무 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택근무를 해도 직원들의 생산성에 큰 차이가 없고, 콜센터의 경우에는 오히려 사무실 칸막이 당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존에 비해 넓이가 절반밖에 안 되는 공간으로 이사 가는 회사도 있다. 직원 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이틀에 한 번꼴로 원격근무를 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어진 과제는 사람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보다 더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를 얼마나 신속하고 튼튼하게 마련하느냐다. 현 정부는 이를 ‘디지털 뉴딜’로 명명했다. 디지털 뉴딜 정책에 따라 ‘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IT 인프라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요즘 인기가 많다. 클라우드 서비스, 화상회의 솔루션, 데스크톱가상화(VDI) 설비 등 IT 인프라를 구축 및 운영해주는 곳들이다. 어떤 공간에나 사람이 모이면 정보가 쌓이고 결국 보안이 따라온다. 오프라인 공간엔 치안을 지키기는 경찰이나 방법 업체들이 있듯 온라인 공간을 수호하는 보안 업체들의 중요성도 날이 갈수록 커진다.
언급한 IT 기업들이 앞으로도 유망할지는 일반 기업들의 IT 예산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글로벌 정보분석업체 IDC는 기업들의 매출 타격으로 인해 IT 전반에 쏟는 지출액은 줄이지만, 그중에서도 IT 인프라 구축과 유지를 위한 비용은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기준 올해 기업들의 전체 IT 기술 지출 예상 금액은 5.1% 하락한 2조 2,500억 달러(2,757조 원)였다. 반면 IT 인프라 지출은 전년 대비 4% 오른 2,370억 달러(290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을 결정하면서, 관련 설비 투자도 증가한다. 그에 따라 IT 인프라 지출은 기존 설치된 클라우드 설비의 유지·관리 등으로 인해 향후에도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IDC는 예상했다. 기존에 온프레미스(기업 내에 직접 설치하는 방식) 데이터센터를 운영해온 기업들의 경우 온프레미스 시설 유지 및 애플리케이션 업그레이드에 대한 지출을 클라우드 설비 도입에 서둘러 쓰기도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어진 과제는
사람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보다 더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를 얼마나 신속하고
튼튼하게 마련하느냐다.

오프라인 산업에도
빅데이터의 손길이 닿아야

그런 한편 반드시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뤄져야 하는 일도 분명히 있다. 눈을 맞추고 음성으로 대화 나누기, 함께 밥 먹기는 어떤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데 필요한 ‘인간적인’ 일일 것이다. 또한 각 가정에 보급하지 못하는 고급 장비가 있는 장소의 경우에 온라인이 이를 대신할 수 없기도 하다.
그래서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혁신의 방향은 반복되는 일을 자동화해 인간 노동의 피로도를 줄이면서 생산량은 늘리는 쪽으로 흘러간다. 사람의 운전을 대신해주는 자율주행자동차, 집밖에서 가스불을 끌 수 있는 기능으로 대변되는 사물인터넷 등의 개발이 요즘 한창인 이유다. 고도의 자동화 즉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축하기 위해선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많은 회사들이 소비자의 구매이력, 관심사, 이동경로 등 오프라인에서의 정보를 온라인 빅데이터로서 거래하는 이유다.
빅데이터 처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프라인 산업을 블루오션으로 취급받기까지 한다. 농작물을 대량 생산하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농업을 자동화한 스마트팜 산업이 크게 발전했으나, 상황이 정 반대인 우리나라의 경우 스마트팜 스타트업들이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고 있는 수준이다. 한국의 헬스케어 회사들은 아직까지 의사가 직접 진료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법상 원격진료가 불가하지만, 향후 장벽이 허물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렇듯 AI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AI+X’의 형태로 어디든 심어질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열다

세상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옮겨다 놓는 것은 아직까지 불가능해보이지만, 먼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 장담하기란 어렵다. 일례로 미국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협업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스페이셜’은 3차원 아바타 화상회의 솔루션을 만들어 기업과 개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스페이셜의 솔루션을 이용하는 기업에서는 차세대 자율주행자동차의 디자인 구상 또는 분기 사업 논의 등 전 세계 각지의 직원들이 가상으로 한 방에 모여 회의를 할 수 있다.
비디오, 3D 모델, 문서, 이미지, 웹사이트 등 각종 자료들을 공간 또는 화면 제약 없이 공유하고 함께 작업이 가능하다. 스페이셜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솔루션 사용량이 10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둬 사용성을 인정받았다. 업무적인 스킨십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오프라인 미팅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사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4차 산업혁명의 궁극의 지향점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시기가 앞당겨진 것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과거에 이미 정부는 정책 제반을 마련했다. 현 정부는 2018년 8월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작년 12월 AI 국가 전략을 수립했다. 올해 2월 통과된 데이터 3법은 8월 적용을 앞두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국면에서 상당수 IT 기업들이 갑작스레 수혜를 입으면서, 디지털 경제의 방향성이 보다 명확해진 효과도 있다. 그래서 그동안 누구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코로나19가 해냈다고 IT 업계 사람들은 말한다.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손으로 만져질 듯 또 다른 우리를 만나게 될 날이 보다 성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