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아 그 가치를 잊고 살지만, 사실 지하공간에는 무한한 잠재성이 숨겨져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물과 가스, 전기와 통신뿐 아니라 지하철과 자동차가 분주히 지하공간을 오가고 있으며, 새로운 지하공간 개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감춰진 땅을 더욱 잘 활용하기 위한 기술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AR 기술과 접목해 더욱 정확하게
GPR 탐사 기술

지하시설물은 상수도와 하수도를 비롯해 전기선, 가스배관 등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지하시설물의 체계적인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토양층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접근과 파악이 어려운 것이 사실. GPR(Ground Penetrating Radar)은 전자기파를 이용해 지하의 불균질면, 지하동공 등 지질구조를 파악하는 물리탐사 방법이다. 10MHz~수 GHz 주파수 대역의 전자기 펄스(전자 충격파)를 이용하여 지하구조를 파악하고 지하시설물을 측량하는데, 다른 탐사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를 사용함으로써 미세한 신호까지 파악한다는 장점이 있다.
GPR 탐사 기술은 비교적 최근의 지하공간 탐사방법으로 환경오염대와 지반 조사, 구조물의 비파괴 검사, 지하시설물 측량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을 증명해왔다. 그런데 최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의 발달과 함께 GPR 분야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해 더욱 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 지난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 R&D 과제로 진행하고 있는 ‘고정밀 위치기반 AR 기술개발과 관로 탐사 데이터 처리 기술 고도화를 통한 관로 작업 지원 시스템 개발’ 내용에 따르면, GPR 기술에 AR를 접목해 정확도와 안전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AR 기술을 지하시설물에 적용하면 해당 시설물의 위치를 신속하고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어 지하관로 작업 현장에서 효율적인 작업 지원과 안전사고 방지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빅데이터나 3D 기술과 만나면서 GPR 탐사 기술 발전에 더욱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감춰진 지하공간을 한눈에
지하공간 통합지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지도가 길을 안내해준다면,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을 비추는 일, 바로 지하공간 통합지도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제작 중인 지하공간 통합지도는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
지하철, 지하상가, 지하주차장 등의 ‘지하구조물’과 상수도, 하수도, 가스, 전기, 통신 데이터를 칭하는 ‘지하시설물’, 시추, 관정, 지질을 뜻하는 ‘지반’까지. 이렇게 총 15종의 정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만든 3차원 지도를 ‘지하공간 통합지도’라고 부른다.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는 지하구조물과 지하시설물은 측량을 통해 취득된 위치정보를 데이터화해 기록하고, 지반정보는 각 관리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파일 형태의 자료를 받아 3차원으로 구축해왔다.
지하구조물 파악에는 토털 스테이션과 라이더 장비를 사용하며, 지하시설물 측량에는 MPL 장비를 이용한 전자유도 탐사법과 GPR 장비를 활용한 지중 레이더 탐사법이 활용된다. 그리고 이렇게 제작된 지도는 지하의 위험도를 분석하거나 도로 굴착 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상수도와 하수도, 가스, 난방, 교통 등 각 기관에서 따로 관리해왔던 시설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앞으로도 원시 속성정보 표현의 적정성 및 구조물의 인접성, 위치 적정성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해 더욱 정확도 높은 지하정보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