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이며 데이터 경제에 있어서 새로운 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는 우리가 책을 읽듯이 사람을 읽을 수 있는 기술로서 활용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빅데이터가 공간정보와 만나 도시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공간을 읽어나아갈 수 있는 혜안을 제공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도시의 다양한 구성요소 중에서 사람들의 활동 기록을 토대로 인간의 삶을 이해하며, 공간정보는 빅데이터에 도시 인프라 상태와 흐름에 대한 정보 등을 더하여 도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사람을 읽어가는 빅데이터

컴퓨터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화혁명인 3차 산업혁명은 정보의 홍수 또는 폭발로 이어졌다. 이러한 정보화혁명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였고 우리 사회의 모습을 4차 산업혁명 중심의 기술과 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데이터 생산과 소비는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왔던 규모와 속도를 초월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 시장조사 기관인 IDC는 2025년에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디지털 데이터가 연 163조 기가바이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우리나라도 유튜브, 카카오톡, 네이버, 페이스북 등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많은 디지털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 및 소비되는 데이터는 사람을 읽기 위한 중요한 소스가 되고 있으며, 빅데이터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패’처럼 우리는 나를 둘러싼 주변 현상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오늘날 사람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처럼 전쟁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정부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국민 또는 시민의 생각을 읽으려 한다. 일례로 정부는 국민이 제기한 민원을 토대로 민원 빅데이터를 만들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통계정보(지역별, 기관별, 민원인 등)와 분석정보(민원 키워드, 분야별 현황, 민원예보, 민원신호 등)를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 또한 시민이 제기한 민원정보를 토대로 민원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담당공무원이 제기된 민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시정 전반에 대한 시민의 생각을 듣고 읽으려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람(소비자)을 읽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으며, 이는 상품을 잘 만들 수 있는 기술만으로는 사업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사람을 읽을 수 있는 데이터와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조직, 그리고 인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의 사업 분야가 상이하기 때문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의 종류는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의료산업 분야에서는 사람들의 건강 관련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이다. 그리고 물건을 만들어내고 판매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사람들의 경제 생활과 관련한 소비 활동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을 것이다.

일상은 곧 데이터로 축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0월 한 달 동안 물품 및 용역 구매에 사용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거래 건수는 약 20억 8,000만 건이었다. 또한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22개 신용카드사가 1억 개가 넘는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체크카드를 포함하여 무려 2억 2,000개의 카드를 발행하고 있으며 카드 이용정보를 토대로 우리나라 거의 모든 소비 활동의 추적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이러한 소비 활동 데이터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는 개인의 특성과 소비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고객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인구통계데이터(인구, 소득, 가입정보 등), 소비성향데이터(이용업종 패턴, 건수 및 금액, 빈도수 등), 시공간데이터(시간, 요일, 시즌, 지역, 상권, 거리, 가맹점, 멤버십 등)에 대한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는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처리, 분석, 해석에서 사람의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빅데이터를 읽어내는 분석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렇듯 빅데이터는 정보통신기술로서 거의 모든 분야의 데이터를 생산하고 수집하여 필요한 정보로 가공 및 분석해서 마케팅, 상품홍보, 제품추천 등 기업 목적에 맞게 활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러한 빅데이터 기술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함으로써 사람을 읽어가는 능력을 점점 더 높여가고 있다.

공간정보, 빅데이터를 만나다

과거부터 사람들은 마을, 도시, 지역, 국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지도를 만들고 활용해 왔다. 이러한 지도는 우리의 주변 환경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위치를 기준으로 지형과 지물을 추상화하고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축소해서 제작했다. 지도는 측량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위치를 기반으로 공간을 다룰 수 있는 정보라는 의미로서 지형공간정보 또는 공간정보로 의미를 확대했으며 지도 구축에 있어서도 단순하게 지형지물을 표현하던 지도에서 현실세계를 그대로 담을 수 있도록 확대되고 있다.
종이지도가 전자지도로 바뀌면서 지도의 활용은 우리가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로 넓어지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지도 서비스 및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현실세계를 시각화함으로써 분석 결과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가 사람들의 활동에 기반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사람을 읽기 위한 기술이라면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한 공간빅데이터는 국토, 다시 말해 도시라는 공간을 읽기 위한 기술이다. 우리는 그동안 도시라는 공간을 보다 쉽게 읽기 위해서 지도를 기반으로 현실세계를 추상화하거나 상징화하는 방법으로 공간정보를 활용했다. 그러나 공간정보가 추상화 또는 상징화라는 특징을 뛰어넘어 현실세계를 그대로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게 되자 그 활용은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빅데이터는 분석 결과의 공간적 특성을 찾아내는 방안으로, 지도 위에 분석 결과를 시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정부 및 지자체, 그리고 기업 등에서 빅데이터 분석 결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공간정보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GIS 활용 민원분석 정책지도 구축 계획’이나 ‘서울 골목상권 창업 지도’처럼 공간정보를 단순하게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시각화하기 위한 배경 지도로서 활용한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 공간정보 기술의 발전을 목표로 국토교통부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토공간정보연구사업으로 ‘국토공간정보의 빅데이터 관리, 분석 및 서비스 플랫폼 기술개발(이하 공간빅데이터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이는 빅데이터가 공간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정보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동안 빅데이터 분석에서 공간정보의 활용은 빅데이터 분석이 끝난 후 분석 결과를 지도상에 가시화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공간빅데이터 기술은 수많은 빅데이터를 먼저 공간정보화하고 관련 기술을 이용해서 분석함으로써 그동안 빅데이터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과 GIS를 이용해 시각화하는 시간을 줄이고 분석의 신뢰도를 높였다.

공간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분석 사례

먼저 토지건물정보 기반 서비스는 국토공간정보의 최소이자 기본이 되는 단위인 필지 및 건물정보를 활용하고, 비정형 텍스트정보 기반 서비스는 SNS, 뉴스, 블로그, 민원 게시판 등을 활용한다. 그리고 네트워크정보 기반 서비스는 지하철, 버스, 택시, 화물차 등 각종 교통수단 및 도로정보를 활용하여 빅데이터 분석 및 결과를 ‘공간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다. 이러한 공간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원시데이터(빅데이터)를 공간빅데이터 ETL(Extract, Transform, Load)을 통해 공간빅데이터로 저장하며, 공간빅데이터 질의·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가 요구하는 분석 데이터로 활용한다. 또한 이러한 공간빅데이터는 일괄 분석, 소셜 분석, 인터랙티브 분석 등을 통해서 다양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빅데이터 기술은 도시라는 공간을 읽어감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며, 사람들의 소비생활정보, 교통정보, 환경정보, 시설물상태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공간정보에 더해서 활용한다면 스마트시티 등 첨단화 되어가는 미래 도시를 관리함에 있어서 필수적인 기술 분야가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도시라는 공간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 지도라는 공간정보를 사용했다. 초기 지도는 일상에서 약도를 그리거나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한 경로 파악과 주요 도시의 관광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최근 공간정보는 도시의 다양한 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복잡한 도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토지정보시스템(LIS), 도시정보시스템(UIS), 시설물관리시스템(FMS), 교통정보시스템(TIS), 환경정보시스템(EIS), 재해정보시스템(DIS), 도시계획정보시스템(UPIS), 국토공간의사결정지원시스템(KOPSS) 등 모든 시스템들이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읽고 이해하며 효율적인 관리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최근 공간빅데이터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보 활용 측면에 있어서도 커다란 역할을 했으며 국제 사회에도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KCDC)에서 제공한 환자정보를 환자의 위치정보와 통합하여 웹·앱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감염병 관리에 효과적임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공간정보가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앞으로의 공간빅데이터는?

공간정보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으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희미해질 것이다. 현재의 속도로 디지털 트윈이 만들어지고 데이터 플랫폼 중심의 스마트시티로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공간빅데이터 기술이 매개 중심이 될 것이다. 따라서 공간빅데이터 기술도 기존 2차원 중심의 분석에서 3차원 중심의 분석으로 보다 발전해나가야 할 것이며, 3차원의 공간빅데이터 기술은 초연결, 초지능, 초현실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의 핵심기술의 하나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