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기술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스마트시티가 완성되지 않는다. 스마트시티에서는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로 구성된 서비스들이 적재적소에 적용되어 시민들의 만족감을 이끌어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시민 참여의 중요성은 다시 한번 대두된다. 시민 참여의 모범 사례 핀란드 헬싱키 칼라사타마를 주목한다.

스마트시티에서 다시 생각하는 시민의 역할

사회 전 분야에서 거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목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5G 통신기술 기반의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에 운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물건 배송에서 사람의 운송수단으로까지 드론의 기능과 성능이 향상되고 있다. 또한 방송, 방재, 방범, 교통, 군사 등으로 드론의 적용 분야가 점차 확장 중이다. 한편, 도시에서는 지능화된 시설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으며 도시민들이 이전보다 더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스마트한 서비스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 바로 도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총망라된 스마트시티다. 그런데 스마트시티가 기술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시티에서는 지능정보기술을 비롯한 4차산업 혁명의 핵심기술로 구성된 서비스들이 적용되어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지속가능성 추구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목표들이 제대로 구현되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시민들의 체감도가 좌우한다. 스마트시티에서 시민 참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이전 유비쿼터스시티 사업은 인프라 구축 중심의 신도시 건설 방식으로 진행되어 시민들의 체감도가 높지 않았다. 스마트시티는 이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주체적인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자 한다

살아있는 실험실, 우리 동네 실험실로 불리는 리빙랩은 시민 참여와 기술 혁신, 서비스에 대한 실증이 모두 가능해 최근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는 여러 도시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우리 동네 실험실, 리빙랩의 개념

스마트시티에서는 시민 참여의 방식으로 리빙랩 개념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리빙랩은 살아있는 실험실, 다시 말해 우리 동네 실험실로 불린다. 주민들이 실제 살고 있는 생활 현장에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적용하는 것인데, 주민들이 서비스를 체험하고 개선점을 찾아내면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보다 적극적인 개념으로는 스마트시티 서비스 자체를 시민들이 제안하고 구현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 같은 리빙랩은 시민 참여와 기술 혁신, 서비스에 대한 실증이 모두 가능해 최근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는 여러 도시에서 도입하고 있다. 리빙랩은 실제 생활 현장에서 사용자와 생산자가 공동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실험실이자 테스트베드라고 할 수 있다. 리빙랩은 2004년 MIT의 윌리엄 미첼 교수가 한 아파트에 센서를 설치하고 사용자들을 관찰하는 플레이스랩(Placelab)을 구현한 것에서부터 유래되었다. 윌리엄 미첼 교수는 여기서 생활 실험실, 살아있는 실험실이라는 의미로 리빙랩이란 개념을 제시하였는데, 당시 이 플레이스랩은 사람들을 단순 관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수동적인 측면이 강했다. 유럽에서는 윌리엄 미첼 교수의 이러한 리빙랩 개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실행하는 주체가 되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발전된 것이다. 이러한 리빙랩은 스마트시티의 서비스를 창출하고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쇠락한 공장들이 들어선 헬싱키 북부의 항구였던 칼라사타마는 헬싱키 도심의 증가하는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신도시로 새롭게 개발되었다. 특히 시민 참여에 의한 리빙랩이 추진되면서 칼라사타마는 모범적인 스마트시티의 사례로 평가된다.

스마트시티에서 빛나는 리빙랩의 가치

전 세계가 스마트시티를 추진함에 있어 시민이 참여하는 리빙랩 방식을 주목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스마트시티 구축 과정에 시민의 직접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 서비스의 수혜자이자 소비자인 시민들이 스스로의 아이디어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도시 계획과 같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제한적이었던 시민 참여가 리빙랩을 통해 직접적인 방법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 둘째, 스마트시티 서비스의 체감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의 문제와 개선 방향을 평소부터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직접 제안하는 방안의 체감도는 당연히 높게 나올 것이다. 셋째, 시민-지역기업-공공기관이 협력하는 지역경제 모델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시민들이 제시하지만, 이를 서비스로 구현하는 것은 스타트업을 비롯한 지역기업의 몫이 된다. 또한 서비스 구현 주체를 지원하는 것은 도시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담당한다. 시민과 지역기업, 공공기관이 협력해 서비스 편익 개선,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넷째, 지역에서 스마트시티 리빙랩 모델이 구축되면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실시간으로 피드백하고 개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민들이 체험하고 개선점을 제안하면 지역기업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지원 하에 이를 보완하는 혁신의 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칼라사타마의 시민 참여 스마트시티 사례

유럽의 대표적인 스마트시티로 핀란드 헬싱키의 칼라사타마 지구를 들 수 있다. 핀란드어로 ‘고깃배 항구’라는 뜻의 이 지역은 스마트시티로 개발하기 이전에는 쇠락한 공장들이 들어선 헬싱키 북부의 항구였다. 하지만 수도 헬싱키 도심의 증가하는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우리나라 분당 신도시의 10분의 1 수준인 1.8km2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큰 변화를 맞이했다. 이곳에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시설물의 설치, 자율주행자동차 도입,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이용한 에너지 운용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이 곳곳에 적용되면서 스마트시티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칼라사타마가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유명해진 계기는 시민 참여에 의한 리빙랩 추진 방식 때문이다. 칼라사타마의 시민들은 리빙랩을 통해 기업들이 개발 중인 기술과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사무실, 학교 등 모든 공간을 대여 가능한 공유공간으로 만드는 플렉시 스페이스(Flexi Space), 무인자율주행버스 소흐요아(Sohjoa)와 센서블4(Sensible 4) 등의 리빙랩 프로그램이 시행되었으며 거주민 3,000명 중 1,200명이 실험에 참여했다. 이러한 리빙랩은 시민으로부터 도시문제 해결의 아이디어를 받아 사업화를 시행하고 성과를 피드백하는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유럽의 스마트시티 리빙랩 추진 방식과 유사하지만 칼라사타마의 리빙랩은 조금 더 적극적인 시민 참여와 의사결정 과정이 돋보인다. 칼라사타마에는 시민 참여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구축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혁신가클럽(Innovators’ club)’이다. 혁신가클럽은 주민, 공무원, 학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되며 언제든 수시로 모여 칼라사타마의 스마트시티 사업 진행에 대해서 논의한다. 주로 논의되는 주제들은 지역에 적용하고자 하는 기술이나 서비스의 도입 여부로 사전에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갖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 전시장이 되지 않고 실제로 시민들이 필요로 하고 체감도가 높은 서비스를 혁신가클럽이라는 시민협의체를 통해 결정짓는 구조다. 실제로 혁신가클럽에 제기된 제안이 회의에서 받아들여지면 정부나 시에서 바로 지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스마트시티 리빙랩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민의 적극적인 문제인식과 해결의지, 기업의 혁신적인 노력,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분야에서의 지원과 정보 공유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추어야 한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스마트시티1번가’ 사례

우리나라 공공분야에서 시행한 시민 참여 스마트시티 정책으로 부산 에코델타시티(이하 EDC)의 ‘스마트시티1번가’ 사례를 들 수 있다. 부산시에서는 시민 참여 플랫폼 구축을 통해 스마트시티 사업추진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다. 스마트시티1번가로 불리는 시민 참여 플랫폼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인 부산 EDC 조성 전 과정에서 시민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소통창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스마트시티1번가는 3단계로 진행되고 있는데, 1단계에서는 온-오프라인 기반 조성을 위해 민간 의견 수렴을 위한 홈페이지(www.smartcity1st.com)를 구축하고 부산 해운대 일대에 홍보 부스를 설치해 대시민 참여를 유도했다. 2단계에서는 본격적인 아이디어를 접수하는 단계로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부스 운영을 통해 민간기업의 사업 제안은 물론 R&D 테스트베드 제안 및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했다. 이렇게 수집된 방안과 아이디어들은 3단계인 EDC 개발 과정에 반영해 시민 참여형 도시 조성 마스터플랜과 사업화에 적용될 예정이다. 스마트시티1번가 모델은 국내에서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할 때 시민과 기업, 연구기관 등 각계의 의견을 반영해 소통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제안된 아이디어가 개발 계획에 반영되고 사업화로 직접 연계되는 점은 국외에서 진행되는 리빙랩 프로젝트와 유사한 점이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진행 중인 스마트시티1번가는 개발 사업 이전의 도시 조성과 서비스 적용 아이디어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향후 도시 조성 이후에도 서비스 개선과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구조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쇠락한 공장들이 들어선 헬싱키 북부의 항구였던 칼라사타 마는 헬싱키 도심의 증가하는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신도 시로 새롭게 개발되었다. 특히 시민 참여에 의한 리빙랩이 추진되면서 칼라사타마는 모범적인 스마트시티의 사례로 평가된다.

시민 참여 스마트시티의 방향과 과제

시민 참여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첫째,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소통창구의 마련이 필요하다.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포털(www.amsterdamsmartcity.com)에서는 시민, 스타트업, 기업, 정책가들이 참여해 스마트시티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 제안, 사업 모니터링, 피드백 의견 제출 등이 가능하다. 이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시티 사업 추진에 시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둘째,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구현되고, 피드백 의견이 사업에 반영될 수 있는 연결고리인 기업 육성 프로그램이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체감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육성 프로그램과 함께 시행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형 시민 참여 스마트시티 모델의 구축과 확산이 필요하다. 스마트시티에서 체감도 높은 서비스와 기술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스마트시티1번가와 같은 시민 참여 모델을 확립해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에 반영하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도시 계획과 개발 프로젝트들에서 시민들의 참여는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주민공람이라든지 공청회 등의 절차가 있지만 계획 수립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웹이라는 소통공간의 마련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확산은 모든 분야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더욱 편리하고 빠르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스마트시티 리빙랩의 성공을 위해서는 참여 주체들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 사용자인 시민의 적극적인 문제인식과 해결의지, 생산자인 기업의 혁신적인 노력,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분야에서의 지원과 정보 공유, 그리고 리빙랩 참여자 간의 협력이 전반적으로 진행되어야 스마트시티의 새로운 혁신 모델은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시민참여형 지속가능 스마트시티 구축 사례

한국국토정보공사(LX) – 전주시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지난해 8월 전주시와 함께 시민참여형 지속가능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협약(MOU)를 체결했다. 양 기관의 데이터와 기술을 공유하고 전주시 행정 데이터를 활용해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주민과 함께 스마트시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협의체와 디지털 트윈 구축을 위한 협의체를 지역 관·산·학·연 및 시민단체와 함께 운영해, 도시·주택, 교통·차량 등 지역의 현안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 마련을 위한 서비스모델 개발과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 데이터 담당자를 대상으로 공간정보 교육을 실시해 공간정보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 방안과 분산된 데이터의 통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