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아마존은 ‘결제예측배송(Anticipatory Shipping)’이라는 특허를 등록했다. 기본적인 개념은 고객이 주문 버튼을 누르기 전에 배송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고객의 주문을 미리 예측해서 가장 가까운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접수되는 순간 바로 배송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본다.

주문한 상품이 고객의 두 손에 전달되기까지

고객으로부터 주문이 접수되는 순간 판매자가 상품을 준비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주문이 접수되기 전에 이미 상품 배송이 시작된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이 특허가 접수된 지 이미 5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상용화는 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연회비 119달러를 지불하는 ‘프리미엄 나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 한해 주문 접수 후 1~2시간 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유통의 적용 범위에서 가장 후순위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육류, 해산물, 채소류 등과 같은 신선식품에 대한 당일 혹은 익일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쉬’를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타 유통업체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예측 배송과 신선식품의 당일 혹은 익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할까?

택배 서비스 프로세스 개요

일반적으로 택배는 위의 그림과 같은 프로세스를 거친다. 고객으로부터의 주문이 접수되면, 판매자인 송하인이 상품을 준비하고, 이를 택배사가 방문해 집화한다. 택배사 내부의 운송 과정을 거쳐 상품을 주문한 고객에게 배송하는 구조이다. 택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최소 3일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초창기에 비해 최근에는 익일 배송을 넘어 당일 배송까지도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같은 택배 서비스의 발달은 전자상거래의 발달에 따른 수요 증가와 택배 서비스의 공급 확대, 택배 서비스 기업 간 경쟁과 같은 시장 구조의 변화뿐만 아니라 로봇 및 휠 소터(Wheel Sorter: 상자의 바코드를 인식해 배송지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기기)와 같은 자동화 장비의 도입, 공간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에 의해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전산화와 자동화에 따른
배송 시간의 단축

택배의 집화에서부터 배송까지 소요되는 전체 시간을 단축함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전자상거래 서비스와 택배 서비스 정보 시스템의 연계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의 주문이 자동으로 판매자에게 전송되고, 다시 판매자가 송장정보를 입력하면 택배사가 가진 시스템에서 배송을 위한 최적의 계획이 수립되는 일련의 상황을 말한다. 상품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택배회사 내부 운영 구조의 혁신 역시 배송 시간의 단축을 가능하게 했다. 우선 택배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차량의 대형화, 물류창고와 터미널의 대형화 및 자동화가 가능해졌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배송 물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동화 장비의 도입이나 배송 서비스 지역 확대, 배송 트럭 및 기사의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물류센터에 도입된 휠 소터와 아마존의 키바와 같은 로봇의 활용은 물류센터 내 업무처리 시간을 줄인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풀필먼트(Fulfillment)센터의
등장과 확대

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 서비스 범위의 확대, 내부 운영 프로세스와 네트워크 최적화는 택배 서비스의 급격한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왔지만, 물리적인 시간 단축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주문이 접수된 후에 상품 배송을 준비하면 그만큼의 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결제예측배송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결제예측배송을 위해서는 어느 지역의 고객에게서 어느 시점에 어떤 상품이 주문될 것인지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만 한다. 아마존은 방대한 고객의 주문 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당 수준의 정확도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배송 위치, 상품 내역 등 기존에 저장된 고객의 고유 데이터와 함께 사회적 이슈나 트렌드, 날씨 등의 빅데이터를 결합해서 주문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다. 더 이상 경험과 추측에 의한 운영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예측과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대임에는 틀림없다.

다품종 소량화 되는 고객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과거에 비해 물류센터에서는 이렇게 다품종 소량 상품의 출고가 빈번해져 내부적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쿠팡의 경우, 그 종류만 400만 개가 넘는 로켓배송 상품의 관리를 위해 직접 매입을 통한 상품의 사전 확보뿐만 아니라 아마존과 같이 제품의 입고와 출고 위치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는 랜덤스토우(Random Stow) 방식을 도입했다. 제품의 저장 위치는 작업자의 편의에 따라 결정되며 출고 시에는 작업자에게 정확한 위치와 집하 순서를 알려주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런데 대형 물류기업이나 유통업체의 경우, 이러한 창고 내 입고, 저장, 출고 기능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겠지만, 무점포 소규모 이커머스 업체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마이창고’와 같은 기업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전문 솔루션을 제공한다. 쇼핑몰로부터 상품 결제 및 접수 정보가 마이창고로 전달되면 주문 후 배송까지의 전 과정이 마이창고에 의해 처리된다. 상품이 입고되면 검수를 거쳐 재고로 보관되고, 주문 접수 후 피킹, 포장 및 출고 과정을 거쳐 택배사로 인계하는 원스톱 서비스인 것이다.

배송의 미래는 활짝 열려 있다

전체 물류 서비스를 구성하는 여러 단계 중 고객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는 바로 맨 처음 집화와 맨 마지막 배송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과의 접점에 위치해서이기도 하지만 단일 상품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전체 이동 시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렇게 배송의 맨 처음과 마지막을 라스트마일(Last Mile)이라고 부른다. 라스트마일 운송의 수익성은 트럭과 배송 기사로 대표되는 자원 활용의 효율성에 의해 결정된다. 한 번에 많은 상품을 처리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익성과 배송 시간의 단축을 통한 서비스 수준의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유통 및 물류기업들이 이 라스트마일의 혁신을 위해 경쟁하고 또 협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메쉬코리아와 대형 물류기업과의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교보문고는 메쉬코리아의 부릉을 활용해 3시간 배송 서비스를 출시했다. CJ대한통운 역시 메쉬코리아와의 복화운송엔진 개발을 통해 서울 전 지역 3시간 배송을 목표로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점점 진화하는 배송과 공간정보의 활용

배송 서비스 혁신을 위해 다양한 운송수단을 가진 업체들 사이의 협업은 물론, 배송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자원인 차량과 기사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형태도 등장했다.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가 대표적이다. 차량을 가진 일반인을 아마존 프라임, 아마존 나우, 아마존 프레쉬 및 아마존 레스토랑 서비스의 배송 기사로 활용하고 일정 수준의 배송 대금을 지급한다. 국내에서는 쿠팡 플렉스가 시도하고 있다. 두 사례 모두 급증하는 물동량에 대응하고 배송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이렇게 일반인을 배송 서비스에 활용하는 방법 외에도 드론을 활용하는 시도도 시험 단계에 접어들었다. 로봇이 배송 서비스를 대신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렇게 배송의 처음과 마지막 단계에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하고,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확보되는 교통 및 날씨 데이터와 함께 공간정보가 결합되어야만 한다.
상품의 배송을 위해서는 정확한 공간정보뿐만 아니라 배송의 최종 목적지인 건물의 내부 공간정보까지의 확대가 필요하며, 빅데이터와의 결합을 통해 최적의 경로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배송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고려를 비롯해, 고객의 요구사항 변화 및 배송 상품의 상태를 확인해 실시간으로 배송 경로를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