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FinTech)에 이어, IT와 부동산을 접붙인 ‘21세기형 부동산 서비스’ 프롭테크(PropTech)가 주목받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 중개 업무를 대신하는 정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다각적으로 제공하고 고품질의 개별 맞춤형 종합 부동산 관리 서비스를 저렴하게 선보이는 것. 이것이 바로 프롭테크의 진정한 미덕이다.

부동산 서비스를 뒤흔드는
혁신적 키워드

IT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일상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다. 부동산 시장 및 관련 서비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 와중에 ‘프롭테크’라는 낯선 단어가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걱정은 금물이다. 낯선 듯 해도 이미 접해본 적이 있다. ‘직방’, ‘다방’, ‘한방’ 등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방’자 돌림으로 끝나는 부동산 중개 어플리케이션 광고를 누구나 한 번쯤은 보지 않았는가. 어렴풋한 짐작대로다. 프롭테크의 출발은 ‘중개’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사실을.
공인중개사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전국 각 지역의 전·월세 및 매매 시세, 매물 현황, 직간접 중개까지 두루 아우르는 공인중개사 대리 시스템. 이것이 프롭테크의 초창기 모델이다. 공인중개사와 해야 할 일들을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할 수 있기에 편리성 측면에서는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공인중개사의 기본 업무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에서는 사실 딱히 새로울 게 없었다. 결국 문제는 ‘서비스의 혁신’이었다.
이제 프롭테크는 단순한 부동산 중개의 범주를 넘어 기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드는 혁신적 서비스로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임대 및 부동산의 효율적 관리를 돕는가 하면, 감정 평가·임대 수익 관리·금융사와의 연동·부동산 프로젝트 기획 지원 등 부동산과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를 보다 새롭고 한층 편리한 접근법으로 풀어낸다.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술을 바탕으로 3D 인테리어를 형상화하고, 건물의 공정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드론을 띄운다.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서비스의 투명성과 보안성을 비약적으로 높이기도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서비스가 불과 몇 년 사이에 탄생했으며 그 이상의 부동산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바다 밖에서
날개 펼친 프롭테크

프롭테크는 해외에서 더욱더 빛을 발하고 있다. 영국 런던 북부에는 영국토지등기소와 국립지리원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공유 사무실 ‘지오베이션 허브(Geovation Hub)’가 있다. 영국은 이곳을 통해 프롭테크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스타트업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성과도 남다른데, ‘퀄리스 플로(Qualis Flow)’라는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빅데이터·사물인터넷·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개발 공사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환경적 영향을 예측·관리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주변 피해와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런던의 또 다른 스타트업 ‘스카이룸(Skyroom)’은 공간정보 데이터를 분석해 런던 시내 건물의 개발 가능한 옥상에 조립식 주택을 짓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 중이다. 스카이룸에 따르면, 이러한 방법으로 최대 63만 채의 새집을 지을 수 있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스카이룸은 런던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도심의 심각한 주택난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미국에 있는 ‘버디그리스(Verdigris)’라는 회사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건물 에너지 관리 체계에 접목, 산업 시설이나 사무용 빌딩의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줄이는 시스템을 서비스하고 있다. 또 다른 미국 프롭테크 스타트업 ‘오픈도어(Opendoor)’는 주택 가격 평가 플랫폼을 바탕으로, 주택 매입 고객에게 대출·보험 등의 제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지난해 9월, 일본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설립 4년 차에 불과한 이 기업에 무려 4억 달러(4,5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오픈도어의 기업 가치는 20억 달러(2조 3,000억 원)에 육박한다. 프롭테크의 밝은 내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IT 강국’의 프롭테크는
이제 시작

우리나라는 자타공인 IT 선진국이지만, 프롭테크를 포함한 IT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는 불행히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 많은 청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롭테크 서비스가 하나둘 세상에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토지 개발 솔루션 ‘랜드북(Landbook)’은 현업 건축가들이 만들었다. 개인이 특정 토지를 개발하려 할 때 모든 제반사항을 일일이 알아봐야 하는 불편함을 줄여주는 서비스다.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엘비스(Lbis)’가 해당 토지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필지를 찾아 다양한 개발 정보와 예상 비용 및 수익을 알려준다. 한편 ‘밸류맵(Valuemap)’은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토지·단독·다가구·다세대·상가·공장 등의 가치 평가 정보를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땅과 건물은 아파트와 달리 시세와 지역 규제가 제각각이다. 밸류맵은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도 위에 표시함으로써 일반인들이 인근 매매 사례, 시세 변화 등을 손쉽게 알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정보통신기술 스타트업 링크하우스(Linkhouse)는 임대 관리 어플리케이션 ‘홈버튼(Homebutton)’을 서비스하고 있다. 세입자의 월세 입금 여부를 자동 확인하고, 미납한 경우 세입자에게 입금 요청 메시지를 보낸다. 월세에 대한 세금계산서 발급을 대행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세무·법률 등 관련 행정업무 처리와 청소·세탁·인테리어 등의 생활 서비스도 두루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시대를 선도하려 노력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프롭테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 이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더 열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프롭테크의 약진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