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하여

Writer. 홍경구(단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도시변화 : 1961년 87위에서 2018년 현재 27위로

우리나라를 반만 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고 한다. 그에 비해 도시 형태를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산업화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도 시계획을 전공한 학자마다 견해는 다르겠지만, 국내의 산업화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도시화도 이와 함께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도시화의 과정을 볼 때, 우리나라의 도시화는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양상을 보인다. 대 표적으로 인구 변화만 보더라도 그 단면을 짐작할 수 있다.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 인구는 약 2,500만 명으로 도시에 사 는 인구비율은 37%였다. 약 1,00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전국 의 각 도시에 살고 있었고 평균수명은 53세였다. 그런데 2010년 에 이르러 우리나라 인구는 약 5,000만 명에 육박한다. 게다가 도 시에 사는 인구비율은 약 91%로 약 4,500만 명이 도시에 살고 있 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도 같은 기간 53세에서 거의 80 세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1인당 GDP196193달러였지 만, 2013년에는 24,000달러, 2018년에는 현재 32,700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그야말로 50년 동안 우리는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였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한 도시화의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반만 년 동안 지켜온 우리의 자산을 너무나 많 이 잃어버렸다. 반 세기도 되지 않아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도시화 의 소용돌이 속에서 공동체와 환경의 훼손, 유무형의 자산 손실 등 을 겪었다. 천혜의 아름다운 산과 구릉지는 무허가 정착촌이 되거 나 저소득층 주거지가 되었다가 재개발로 단조로운 아파트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강과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경관들은 삭 막한 빌딩과 단조로운 아파트로 아름다운 산과 언덕, 하천과 강을 막아버렸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적인 주택들은 다가구·다세대 주택으로 변모하면서 주거환경의 질을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1970년대 본격적으로 등장한 아파트단지는 이제 한국인의 대표 적인 주거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물리적 변화는 지가 상승이나 주거시장 불안, 지역특성 소 멸, 지역 공동체의식의 훼손 등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제는 아 파트 거주자들과 다가구·다세대 거주자들과의 공동체 분리가 도 시재생사업에서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을 정도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10년 간의 노력 :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부터 도시재생사업까지

불가사의한 도시 확장 속에서 신시가지와 기성 시가지의 격차, 지 방도시의 경쟁력 저하, 공동체의식의 소멸, 주차환경 등 기반시설 의 부족 등 많은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시민 과 행정이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부터 국책사업이 시작되었다. 바로 ‘살고 싶은 도시 만들 기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정주환경개선, 도시공동체 회복, 시민 과 주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도시재생의 개념이 만들어지기 시 작하였다. 이 사업은 일정구역을 대상으로 마을의 공동체를 살리 거나 도시 단위에서 환경개선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업으로 진행되었는데, ‘도시닥터’라는 전문가들이 계획을 자문하고 행정 이 사업을 집행했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형적인 도시재생 방식이다. 이 사업은 대구의 근대골목사 업과 삼덕동 담장허물기사업을 비롯하여 부산과 광주, 전주 등에 서 가로와 공공공간을 중심으로 역사적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도시 공간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보다 많은 예산과 재정적 지원을 통해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을 지원 하였다. 2010년에는 도시활력재생, 마을활력재생, 기반시설 정비 로 구분하여 지원되던 것이 2011년부터는 주거지재생, 중심시가 지재생, 기초생활기반확충, 지역역량강화사업으로 구분하여 지원 하였다. 현재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세부사업과도 그 내용과 형식 이 매우 유사하다. 청주 중앙동, 부산 광복로, 대구 근대골목과 앞 산맛둘레길 등 다양한 가로활성화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지역 경제 활성화 및 특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업을 진 행한 주민들은 스스로 장소를 개선하고 축제도 하였으며, 지역의 가치를 외부인에게 홍보하면서 장소 애착의 과정까지 나타나게 되 었다. 그야말로 서구에서 전혀 볼 수 없는 한국적 특성을 나타내며 그 성과를 만들어갔다.
이러한 성과들은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 법’ 제정에 근거가 되었으며, 그 동안 신시가지 개발이나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만 관심을 두었던 도시설계 및 도시계획전문가들이 보다 많은 관심과 함께 참여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특별법의 제 정과 함께 근린재생형(2015년부터는 근린재생일반형과 중심시가 지형으로 분화됨)과 경제기반형을 구분하여 전국에 선도지역 13 개소와 일반지역 33개소를 지정하고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 해 전북 군산, 충남 공주, 경북 영주, 충남 천안 등 많은 지역에서 도 시재생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었다. 이 시기에는 도시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서 주민참여에 기반한 계획수립에 초 점을 맞추었다. 완벽한 계획수립이 중요해진 결과, 계획수립 기간 만 평균 2년 이상 소요되었다. 이 시기에는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 되지 않은 계획안은 심의에 통과될 수도 없었고 예산을 받을 수도 없었다. 주민 의견수렴 과정, 주민활동가 양성, 마을공동체 형성, 주민역량 강화, 거버넌스적 운영 등 철저히 주민과 함께 사업을 진 행하도록 유도하였다. 하지만 사업의 진행과 성과는 예상과는 달 리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거버넌스’라는 틀도 생소하였으며, 일 부 경험이 부족한 국책연구원들이 참여하면서 사업의 속성 이해도 없이 형식적 틀만 강조하며 모니터링을 하면서 진행에 어려움을 겪 었다. 정부 지원 기간도 4년 내외로 한정되었기 때문에 재생사업을 차분히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시행 된 도시활력증진지역사업에 비해서 사업의 진행속도와 성과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도시재생사업을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채택함으로써 대규모의 정부지원이 이루어지고 있 다. 201768개소, 2018년에는 99개소가 선정이 되었고 매년 1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상 황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부산, 광복로

대구, 김광석 거리

한국형 도시재생사업 :
어디에서 도시재생의 해답을 찾아야 할까?

앞서 본 대로 우리는 약 10여 년의 경험을 통해 도시재생이 정부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채택되도록 노력하였고, 그에 따라 예산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학문적으로는 제1차 도시재생 R&D 연 구를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수많은 해외사례를 분석하고 실 증테스트 베드를 운영하였고, 제2차 도시재생 R&D 실증연구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적 정 착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참조할 만 한 사업 아이템은 있지만, 제도와 문화가 다른 체제 속에서 선진국 의 도시재생사례를 국내에 이식하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것도 인식 하였다. 이제 국내 도시재생에 대한 해답은 지금 이 시대의 현장에 서 찾아야 한다.
10여 년간의 경험을 반추해서 보면,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개념은 확립하였지만, 세부적인 각론과 결과에서는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가령 주거지재생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면 도시 재생사업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를 위해서 주민공동체와 마을역량, 주거환경개선정도 등은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의 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즉, 국내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깊은 고민 없 이 서구의 도시재생사업을 간단한 이미지와 현장 설명으로 해석하 고 적용하다 보니 국내의 다이나믹한 도시재생과정에 시사점을 주 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우리나라 도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사업시행을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도시재생 사업에 깊숙이 참여해 함께 고민하며 한국적 도시재생사업의 청 사진을 도출해야 한다. 시민, 전문가, 주민, 활동가, 공무원, 중간 지원조직, NGO 등이 포괄적으로 협력하여 거버넌스의 틀 속에 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마을 재생과 지구재생, 도시재생이 이루어 져야 한다. 이에 보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몇 가지 제안 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현재 도시재생사업을 이끄는 관계법령과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도시재생전략 계획을 수립하고 전략계획에서 지정된 활성화계획 수립과 함께 정부의 예산지원을 통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전략계획은 활성화계획 구역 지정을 위한 계획으 로 전락하였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경제기반형, 중심시가지형, 근린재생일반형, 주거지지원형, 우리동네살리기형 등 그 세부사 업내용과 성과가 모호하게 표현되어있다. 이제는 적어도 대도시 에서 적용될 수 있는 유형과 지방도시에서 적용될 수 있는 유형 등으로 구분하고 전략계획은 전략계획에 걸맞게 수립지침이 수 정되어야 한다.

둘째, 사업유형별 사업목적과 성격, 성과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미 2007년부터 재생사업의 취지와 목적 등은 기술되었으나, 사 업의 성과에 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가령 경제기반형 은 누가 시행주체이고 어떻게 시행하고 얼마큼의 결과가 나오면 성과로 인정할 수 있는지 등 각 유형별로 명확히 사업의 목적과 성 격·과정·성과가 제시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도시재생사업 선정결 과를 보면, 예산확보를 위해서 지방 중소도시에서 경제기반형으로 하거나 읍 정도의 규모에서 중심시가지형으로 선정되어 사업을 시 행하고 있다. 진정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를 위해서는 사업지의 선 정이 보다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사업주체의 다양화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도시재생사업 은 관이 주도해 왔다. 적어도 10년간의 도시재생 경험에서 대기업 의 참여나 지방기업의 참여는 들어보지 못했다. 주로 공기업이 참 여해서 민간을 끌어오는 전형적인 도시개발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데, 이제는 민간과 함께 파트너십을 이루어서 진행되어야 한다. 특 혜시비를 해결하고 보다 많은 민간자본 유입을 통해 국비에 한정된 도시재생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참여과정의 다양화를 유도해야 한다. 지금까지 도시재생사 업은 전문가의 영역에서 활동가의 영역으로 변화되고 있다. 그러 나 최근 활동가들은 도시재생사업을 그들의 직업 영역으로 고착화 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마을을 가꾸고 우리의 도시를 형성해 나가는 것은 다양한 시민과 주민들이 참여해야 하고 이들 사업을 누군가가 독점해서는 사업을 성공하기 어렵다. 2007년부터 도시 재생사업의 정신은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와 봉사이다. 이러한 정 신 속에서 다양한 참여를 통해 다양한 공간과 사회를 만들어내고 누구에게나 개방된 참여플랫폼을 제공하여야 한다.
다섯째, 우리는 지금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받고 많 은 도시재생사업을 시행하였다. 이 과정 속에서 일부 모범사례를 만들었지만, 보다 많은 유형과 지역적 특성에 기반한 모범사례 유 형을 더 만들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 지정된 사 업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지난 정부와 현 정부에서 올해까지 전국 에 약 200여 개소의 도시재생사업지가 지정되었거나 지정될 것이 고 사업도 시작될 것이다. 이 중에서 적어도 지역의 경제성장과 활 성화, 공동체 강화 등 많은 부문에서 다양한 유형의 성공사례를 만 들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잃어버렸던 공동체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 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의 목표 중 하나인 공동체는 아직도 정의가 모호하다. 우리가 만들려는 공동체가 무엇인지 도시재생사업을 통 해서 규명해야 한다. 적어도 마을협동조합을 만들고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을 설립하기 위한 목적성 공동체가 아니라 우 리 후속 세대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도시공동체 형성에 최선의 노 력을 다해야 한다.

——–
우리나라 도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사업시행을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변화 : 1961년 87위에서 2018년 현재 27위로

우리나라를 반만 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고 한다. 그에 비해 도시 형태를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산업화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도 시계획을 전공한 학자마다 견해는 다르겠지만, 국내의 산업화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도시화도 이와 함께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도시화의 과정을 볼 때, 우리나라의 도시화는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양상을 보인다. 대 표적으로 인구 변화만 보더라도 그 단면을 짐작할 수 있다.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 인구는 약 2,500만 명으로 도시에 사 는 인구비율은 37%였다. 약 1,00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전국 의 각 도시에 살고 있었고 평균수명은 53세였다. 그런데 2010년 에 이르러 우리나라 인구는 약 5,000만 명에 육박한다. 게다가 도 시에 사는 인구비율은 약 91%로 약 4,500만 명이 도시에 살고 있 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도 같은 기간 53세에서 거의 80 세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1인당 GDP196193달러였지 만, 2013년에는 24,000달러, 2018년에는 현재 32,700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그야말로 50년 동안 우리는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였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한 도시화의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반만 년 동안 지켜온 우리의 자산을 너무나 많 이 잃어버렸다. 반 세기도 되지 않아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도시화 의 소용돌이 속에서 공동체와 환경의 훼손, 유무형의 자산 손실 등 을 겪었다. 천혜의 아름다운 산과 구릉지는 무허가 정착촌이 되거 나 저소득층 주거지가 되었다가 재개발로 단조로운 아파트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강과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경관들은 삭 막한 빌딩과 단조로운 아파트로 아름다운 산과 언덕, 하천과 강을 막아버렸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적인 주택들은 다가구·다세대 주택으로 변모하면서 주거환경의 질을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1970년대 본격적으로 등장한 아파트단지는 이제 한국인의 대표 적인 주거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물리적 변화는 지가 상승이나 주거시장 불안, 지역특성 소 멸, 지역 공동체의식의 훼손 등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제는 아 파트 거주자들과 다가구·다세대 거주자들과의 공동체 분리가 도 시재생사업에서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을 정도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10년 간의 노력 :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부터 도시재생사업까지

불가사의한 도시 확장 속에서 신시가지와 기성 시가지의 격차, 지 방도시의 경쟁력 저하, 공동체의식의 소멸, 주차환경 등 기반시설 의 부족 등 많은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시민 과 행정이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부터 국책사업이 시작되었다. 바로 ‘살고 싶은 도시 만들 기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정주환경개선, 도시공동체 회복, 시민 과 주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도시재생의 개념이 만들어지기 시 작하였다. 이 사업은 일정구역을 대상으로 마을의 공동체를 살리 거나 도시 단위에서 환경개선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업으로 진행되었는데, ‘도시닥터’라는 전문가들이 계획을 자문하고 행정 이 사업을 집행했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형적인 도시재생 방식이다. 이 사업은 대구의 근대골목사 업과 삼덕동 담장허물기사업을 비롯하여 부산과 광주, 전주 등에 서 가로와 공공공간을 중심으로 역사적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도시 공간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보다 많은 예산과 재정적 지원을 통해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을 지원 하였다. 2010년에는 도시활력재생, 마을활력재생, 기반시설 정비 로 구분하여 지원되던 것이 2011년부터는 주거지재생, 중심시가 지재생, 기초생활기반확충, 지역역량강화사업으로 구분하여 지원 하였다. 현재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세부사업과도 그 내용과 형식 이 매우 유사하다. 청주 중앙동, 부산 광복로, 대구 근대골목과 앞 산맛둘레길 등 다양한 가로활성화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지역 경제 활성화 및 특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업을 진 행한 주민들은 스스로 장소를 개선하고 축제도 하였으며, 지역의 가치를 외부인에게 홍보하면서 장소 애착의 과정까지 나타나게 되 었다. 그야말로 서구에서 전혀 볼 수 없는 한국적 특성을 나타내며 그 성과를 만들어갔다.
이러한 성과들은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 법’ 제정에 근거가 되었으며, 그 동안 신시가지 개발이나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만 관심을 두었던 도시설계 및 도시계획전문가들이 보다 많은 관심과 함께 참여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특별법의 제 정과 함께 근린재생형(2015년부터는 근린재생일반형과 중심시가 지형으로 분화됨)과 경제기반형을 구분하여 전국에 선도지역 13 개소와 일반지역 33개소를 지정하고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 해 전북 군산, 충남 공주, 경북 영주, 충남 천안 등 많은 지역에서 도 시재생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었다. 이 시기에는 도시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서 주민참여에 기반한 계획수립에 초 점을 맞추었다. 완벽한 계획수립이 중요해진 결과, 계획수립 기간 만 평균 2년 이상 소요되었다. 이 시기에는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 되지 않은 계획안은 심의에 통과될 수도 없었고 예산을 받을 수도 없었다. 주민 의견수렴 과정, 주민활동가 양성, 마을공동체 형성, 주민역량 강화, 거버넌스적 운영 등 철저히 주민과 함께 사업을 진 행하도록 유도하였다. 하지만 사업의 진행과 성과는 예상과는 달 리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거버넌스’라는 틀도 생소하였으며, 일 부 경험이 부족한 국책연구원들이 참여하면서 사업의 속성 이해도 없이 형식적 틀만 강조하며 모니터링을 하면서 진행에 어려움을 겪 었다. 정부 지원 기간도 4년 내외로 한정되었기 때문에 재생사업을 차분히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시행 된 도시활력증진지역사업에 비해서 사업의 진행속도와 성과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도시재생사업을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채택함으로써 대규모의 정부지원이 이루어지고 있 다. 201768개소, 2018년에는 99개소가 선정이 되었고 매년 1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상 황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부산, 광복로

대구, 김광석 거리

한국형 도시재생사업 :
어디에서 도시재생의 해답을 찾아야 할까?

앞서 본 대로 우리는 약 10여 년의 경험을 통해 도시재생이 정부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채택되도록 노력하였고, 그에 따라 예산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학문적으로는 제1차 도시재생 R&D 연 구를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수많은 해외사례를 분석하고 실 증테스트 베드를 운영하였고, 제2차 도시재생 R&D 실증연구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적 정 착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참조할 만 한 사업 아이템은 있지만, 제도와 문화가 다른 체제 속에서 선진국 의 도시재생사례를 국내에 이식하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것도 인식 하였다. 이제 국내 도시재생에 대한 해답은 지금 이 시대의 현장에 서 찾아야 한다.
10여 년간의 경험을 반추해서 보면,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개념은 확립하였지만, 세부적인 각론과 결과에서는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가령 주거지재생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면 도시 재생사업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를 위해서 주민공동체와 마을역량, 주거환경개선정도 등은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의 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즉, 국내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깊은 고민 없 이 서구의 도시재생사업을 간단한 이미지와 현장 설명으로 해석하 고 적용하다 보니 국내의 다이나믹한 도시재생과정에 시사점을 주 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우리나라 도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사업시행을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도시재생 사업에 깊숙이 참여해 함께 고민하며 한국적 도시재생사업의 청 사진을 도출해야 한다. 시민, 전문가, 주민, 활동가, 공무원, 중간 지원조직, NGO 등이 포괄적으로 협력하여 거버넌스의 틀 속에 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마을 재생과 지구재생, 도시재생이 이루어 져야 한다. 이에 보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몇 가지 제안 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현재 도시재생사업을 이끄는 관계법령과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도시재생전략 계획을 수립하고 전략계획에서 지정된 활성화계획 수립과 함께 정부의 예산지원을 통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전략계획은 활성화계획 구역 지정을 위한 계획으 로 전락하였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경제기반형, 중심시가지형, 근린재생일반형, 주거지지원형, 우리동네살리기형 등 그 세부사 업내용과 성과가 모호하게 표현되어있다. 이제는 적어도 대도시 에서 적용될 수 있는 유형과 지방도시에서 적용될 수 있는 유형 등으로 구분하고 전략계획은 전략계획에 걸맞게 수립지침이 수 정되어야 한다.

둘째, 사업유형별 사업목적과 성격, 성과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미 2007년부터 재생사업의 취지와 목적 등은 기술되었으나, 사 업의 성과에 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가령 경제기반형 은 누가 시행주체이고 어떻게 시행하고 얼마큼의 결과가 나오면 성과로 인정할 수 있는지 등 각 유형별로 명확히 사업의 목적과 성 격·과정·성과가 제시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도시재생사업 선정결 과를 보면, 예산확보를 위해서 지방 중소도시에서 경제기반형으로 하거나 읍 정도의 규모에서 중심시가지형으로 선정되어 사업을 시 행하고 있다. 진정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를 위해서는 사업지의 선 정이 보다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사업주체의 다양화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도시재생사업 은 관이 주도해 왔다. 적어도 10년간의 도시재생 경험에서 대기업 의 참여나 지방기업의 참여는 들어보지 못했다. 주로 공기업이 참 여해서 민간을 끌어오는 전형적인 도시개발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데, 이제는 민간과 함께 파트너십을 이루어서 진행되어야 한다. 특 혜시비를 해결하고 보다 많은 민간자본 유입을 통해 국비에 한정된 도시재생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참여과정의 다양화를 유도해야 한다. 지금까지 도시재생사 업은 전문가의 영역에서 활동가의 영역으로 변화되고 있다. 그러 나 최근 활동가들은 도시재생사업을 그들의 직업 영역으로 고착화 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마을을 가꾸고 우리의 도시를 형성해 나가는 것은 다양한 시민과 주민들이 참여해야 하고 이들 사업을 누군가가 독점해서는 사업을 성공하기 어렵다. 2007년부터 도시 재생사업의 정신은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와 봉사이다. 이러한 정 신 속에서 다양한 참여를 통해 다양한 공간과 사회를 만들어내고 누구에게나 개방된 참여플랫폼을 제공하여야 한다.
다섯째, 우리는 지금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받고 많 은 도시재생사업을 시행하였다. 이 과정 속에서 일부 모범사례를 만들었지만, 보다 많은 유형과 지역적 특성에 기반한 모범사례 유 형을 더 만들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 지정된 사 업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지난 정부와 현 정부에서 올해까지 전국 에 약 200여 개소의 도시재생사업지가 지정되었거나 지정될 것이 고 사업도 시작될 것이다. 이 중에서 적어도 지역의 경제성장과 활 성화, 공동체 강화 등 많은 부문에서 다양한 유형의 성공사례를 만 들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잃어버렸던 공동체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 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의 목표 중 하나인 공동체는 아직도 정의가 모호하다. 우리가 만들려는 공동체가 무엇인지 도시재생사업을 통 해서 규명해야 한다. 적어도 마을협동조합을 만들고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을 설립하기 위한 목적성 공동체가 아니라 우 리 후속 세대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도시공동체 형성에 최선의 노 력을 다해야 한다.

——–
우리나라 도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사업시행을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