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및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트윈은 국가공간정보 정책 및 스마트시티 정책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힘들다. 그런데 초기에는 비슷하게 출발했던 국가공간정보 정책과 스마트시티 정책은 2000년을 전후하여 서로 다른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 둘을 어떻게 연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모색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국토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가상 공간과 물리적 공간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CPS(Cyber Physical System, 가상물리시스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트윈의 활용 형태: 시뮬레이션과 원격제어

지난 7월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으며 10대 대표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트윈을 제시하였다. 디지 털트윈은 가상공간과 사물을 쌍둥이(트윈)로 구현해, 시뮬 레이션을 통해 현실 분석과 예측을 한다는 개념이다. 정부 는 이 사업의 추진을 위하여 2025년까지 1조 8천억 원을 투 입할 계획이다. 디지털트윈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가장 중 요한 기반 인프라 중 하나로 이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바람 직한 일이라 판단된다.
그런데 국내 디지털트윈 정책은 국가공간정보 정책과 분리 하여 생각하기 힘들다. 디지털트윈 정책의 내용 역시 기존 의 국가공간정보 정책에 대한 후속 과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국내 국가공간정보 정책은 1994년 및 1995년 아현동 및 대구 지하철 공사 중 도시 폭발사고를 계기로 시작되었다. 도시 내 시설물들을 정확히 데이터베이스화해 향후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 서였다. 이러한 추진 배경으로 인하여 국내 국가공간정보 정책은 보다 정확하고 오차가 없는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에 집중하였고, 상세하고 정확하게 구축된 데이터들을 국가에서 통합적으로 관 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방향은 디지털트윈 정책에서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디지털트윈의 활용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구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물리적 세계를 구축하기 전 가상 세계를 통해 다양한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파악한 후 이를 물리적 세계 구축에 반영하는 시뮬레이션 형태다. 둘째는 실제 도시공간을 운영하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상세계를 통해 원격으로 해결하는 원격제어 형태다. 이 두 가지 활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데이터가 정확할수록 시뮬레이션과 원격제어도 정확하게 할 수 있지만, 이러한 데이터 를 확보하려면 비용적 측면은 물론 데이터 용량으로 인한 활용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트윈과 관련한 정책들은 여전히 데이터의 정밀성을 추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 내 3D 공간정보와 구글 3D 맵을 비교해보자. 구글 3D 맵에서는 건물의 창문들을 파악하기 어려운 반 면, 국내 3D 공간정보는 건물의 창문 개수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정밀했다. 정밀도 측면에서는 국내 기술이 우월했지만, 그러한 정밀도를 바탕으로 구글이 따라오지 못할 신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후속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정확한 데이터 구축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정책이 강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밀 데이터 구축에만 집중하느라 그 활용 범위를 더 넓히지 못했다는 점은 약점인 셈이다.

디지털트윈 정책 성공을 위한 4가지 방향성

향후 국내 디지털트윈 정책 추진에 있어, 활용성을 중심에 둘 필요가 있다. 기존 데이터들의 정확성 정도를 파악해 개선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확성만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디지털트윈 정책의 성공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디지털트윈의 목적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트윈 관련 사업들은 범위가 다양한 만큼, 최종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 또한 조금씩 다를 것이다. 따라서 각각의 목표를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 즉, 시뮬레이션을 위한 것인지 혹은 도시 운영을 위한 원격제어를 위한 것인지를 먼저 구분해야만, 각 각에 최적화된 디지털트윈을 설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둘째, 명확한 목표 설정 후에는 디지털트윈 모델 수준에 대한 기준점을 잡아야 한다. 디지털트윈과 관 련된 모든 사업이 ‘초정밀’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업의 성격에 맞게 해상도를 설정 해, 보다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원격제어를 위한 디지털트윈에서는 초고해 상도보다는 실시간성이 중요한 경우가 있다. 이때, 초고해상도를 추구하느라 실시간성을 놓친다면 사 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즉각적인 분석이 필요한 사업 분야에서 초고해상도 데이터로 인해 분석 타이밍을 놓친다면, 사업 방향 전체가 흔들리고 말 것이다.
셋째, 기술 발전만이 아닌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모든 기술적 방향은 사회문제 해결형으로 전환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보다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 를 들어, GPS 오차를 10cm 줄이는 것보다 GPS기술을 통해 범죄가 얼마나 해소되었는가를 사업의 목 표로 삼는 방식이다. 이렇듯 활용 사업의 추진에 있어서 정확한 사회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러한 사회 적 목표가 얼마나 달성되었는지를 계속 점검하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에 기반한 사업 추진이 중요하다.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은 정책 추진의 필수적 요소로 인식되고 있기 때 문에 디지털트윈 정책에 있어서도 성과 측정을 중요한 정책도구로 활용하여야 한다.
넷째, 활용 성과의 통합 및 확산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국가공간정보 또는 디지털트 윈 정책은 활용에 대한 검증을 통해 성과들을 확보한 후, 이를 통합하는 Bottom-Up 방식이다. 이 방 식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판단하려면 가상세계에 기반하는 다양한 실증 사업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트윈의 활용 형태는 크게
가상세계를 통해 다양한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물리적 세계
구축에 반영하는 시뮬레이션 형태와
실제 도시공간을 운영하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상세계를 통해
원격으로 해결하는 원격제어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국가공간정보와 스마트시트의 장점 더해 진정한 의미의 CPS 구현해야

국가공간정보 정책은 공간정보를 구축해 디지털 세계의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왔다. 공 간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특히 돋보였다. 반면 스마트시티 정책은 도시공간에 각종 센 서를 설치한 후 수집된 정보를 통합하는 물리적 기반 시설 구축에 집중해왔다. 특히, 센서들을 통해 범죄나 화재, 자연재해 발생 등의 특정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방식 으로 추진되어 왔다.
따라서 국가공간정보 정책은 정확한 데이터를 구축해 저장한다는 장점과 정보의 활용성 측면에서는 제한적이라는 단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반면 스마트시티 정책은 특정 상황을 즉각적으로 파악해 문제 를 해결하는 실증 및 활용 측면의 강점에 비해, 정보를 저장하고 통합하는 데이터베이스화 부문에서 약점을 나타냈다. 다행히 국가공간정보와 스마트시티 정책이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정책 추진에 있어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다. 특히 양쪽의 시너지를 통해 진정한 CPS(Cyber Physical System, 가상물리시스템)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은 CPS를 통해 가상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 는 것은 물론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가상세계를 대표하는 디지털트윈과 물 리적 세계에서 연결성을 강조하는 스마트시티 정책이 분리된 채 추진되어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 둘을 연계해 진정한 의미의 CPS 국토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