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이

나를 알아본다?

스마트 신호등과

미래모빌리티

글.김아람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책임연구원

우리가 알고 있는 신호등은 일정한 주기로 작동하면서 교통을 통제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한계를 넘어선 ‘똑똑한 신호등’이 등장하고 있다. 교통 상황을 파악하고 유연하게 작동하는 걸로 모자라, 나를 알아보고 신호를 바꾸기도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요소인 교통 시스템 중 하나, 스마트 신호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마트 신호등은 자동차나 보행자의 통행량과 관계없이, 해진 주간, 야간 등 특정 시간에 맞춰 신호가 바뀌는 현재의 고정형 신호등 체계를 개선한 신호등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을 인식해서 통행 차량과 횡단보도의 보행자 수를 실시간으로 파악 및 분석하고, 상황에 따른 최적의 신호체계를 구현한다.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도로, 그 특별한 세계

인공지능은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형태로 스며들고 있다. 최근 등장해 화제가 된 챗 GPT는 사람이 인공지능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다채로운 글을 작성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음성인식 비서를 사용할 수 있기도 하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자율주행 차량을 중심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각종 센서를 통해 주변의 환경을 인식하고 다양한 교통 상황을 예측해 사람의 도움 없이도 도로에서 움직일 수 있다. 완벽한 자율주행을 5단계로 나눌 때, 현재의 자율주행 차량은 3단계 수준이지만 곧 우리나라에서도 4단계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차량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움직이는 자동차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인공지능은 도로교통 인프라 전반에서 활약하고 있고, 최근 그 범위를 착실하게 넓혀가는 중이다. 그 중 스마트 신호등, 혹은 인공지능(AI) 신호등을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 신호등은 자동차나 보행자의 통행량과 관계없이, 해진 주간, 야간 등 특정 시간에 맞춰 신호가 바뀌는 현재의 고정형 신호등 체계를 개선한 신호등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을 인식해서 통행 차량과 횡단보도의 보행자 수를 실시간으로 파악 및 분석하고, 상황에 따른 최적의 신호체계를 구현한다.

[그림 1] 자율주행차 단계 구분

출처:국토교통부

교통체증 해소부터 사고 예방, 탄소 절감까지! 스마트 신호등의 가능성

스마트 신호등의 가장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바로 교통 흐름을 예측해 혼잡을 줄이는 것이다. 스마트 신호등은 주변 도로의 통행량과 기존에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교통 상황을 예측해 최적의 신호 패턴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교통 체증을 줄이고 차량들을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게 돕는데, 혼잡한 도로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유용하다.
스마트 신호등은 안전 신호등이기도 하다. 스마트 신호등은 객체 분석을 통해 차량뿐 아니라 사람, 자전거 등 도로 위의 여러 사물들을 구분해서 인식할 수 있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은 도로 교통에서 자동차에 비해 취약한 이들인데, 상황이나 미리 지정된 우선순위에 따라 보행자 신호를 우선적으로 제어하거나 자전거 전용 신호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길을 건너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노약자나 교통약자가 있다면, 횡단보도를 다 건널 때까지 신호를 유연하게 조정해 주는 식이다. 이처럼 스마트 신호등은 보행자들의 교통사고 위험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환경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교통 흐름 예측으로 차량의 원활한 이동을 돕고 차량들의 거리를 최적화하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교통 체증 해소로 인해 불필요한 배출가스를 줄이고 탄소 절감에도 기여하게 된다. 사고 예방과 긴급 대응에 있어서도 스마트 신호등의 역할은 크다. 예를 들어 스마트 신호등은 교통 데이터의 실시간 파악으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점과 시점을 파악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신속하게 신호 패턴을 변경한다. 또 사고가 발생하면 긴급 구조와 대응을 위해 사고 현장의 신호를 신속하게 수집하고 교통을 통제한다. 사고 현장까지 구급차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변경해 녹색 불 신호를 연결하는 것도 스마트 신호등의 역할이다.

세계가 만난 놀라운 스마트 신호등 사례

이런 여러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도시에 스마트 신호등이 도입되고 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시내에는 AI 센서 카메라를 탑재한 신호등이 설치되어 시간별로 변화하는 교통에 대응해 작동한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도 AI 기반 스마트 신호등을 도입했는데,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도로 정체를 방지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노트래픽(No Traffic)’이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미국의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100위에서 언급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곳이다. 노트래픽은 AI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자전거, 보행자 등 같은 다양한 이동 주체를 인식하고, 상황에 따라 신호등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노트래픽이 개발한 신호등은 기존의 정해진 시간에 따른 타이머식 신호 전환 시스템과는 다르게, DSRC(근거리 전용 통신, Dedicated Short Range Communication) 또는 LTE를 기반으로 AI 센서에서 기록된 실시간 교통 정보를 활용한다. 노트래픽이 AI를 통해 분석한 도로 데이터는 교통 신호 제어 캐비닛에 설치된 최적화 엔진으로 전송된다. 이 시스템이 일반적인 신호제어 시스템과 연계해, 상황별로 효율적인 신호 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스템은 엔비디아 젯슨 플랫폼과 GPU 가속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구축되었는데, 머신비전과 레이더를 융합해 초당 약 15회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대기시간을 줄여 빠른 계산을 수행할 수 있다. 그야말로 상황에 맞게 빠르게 판단하고 교통신호를 제어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에서 노트래픽의 스마트 신호등 솔루션이 사용되고 있으며, 향후 시장을 확대해 더 많은 국가에서 관련 솔루션을 활용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스마트 신호등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19년 서울시 성동구에서 전국 최초로 집중조명, 차량번호 자동인식, 보행신호 음성안내, 바닥신호 표시 등의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설치 전과 후에 발생한 교통사고를 비교한 결과, 교통사고로 인한 중상자 수는 46.4% 감소했고, 사망자 수는 100%나 감소하는 등 큰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세종시에서 실증한 ‘AI 교통 신호등’ 사업에서는 국내기업 ‘오트비전’이 개발한 AI 교통 신호등의 도입으로 차량 및 보행자의 신호 대기 시간이 평균 30~50%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무단횡단과 신호위반이 줄어들었으며 교통사고 예방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자율주행 차량은 센서와 알고리즘을 통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교통 상황을 분석한다.
스마트 신호등은 교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자율주행차량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자율주행과 스마트 신호등의 협력은 교통 체증 해소, 안전 운전, 에너지 효율화 등 다양한 이점을 가져올 것이다.

미래 스마트 신호등의 모습

아직은 도입 단계이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발전에 힘입어 스마트 신호등의 미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더 정확한 교통 예측, 자율주행과의 연계, 효율적인 교통 제어로 앞으로 도로 교통은 더욱 효율적이고 안전해질 것이고, 미래에는 스마트 신호등이 도로 교통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여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과 스마트 신호등의 만남은 더욱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행 차량은 센서와 알고리즘을 통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교통 상황을 분석한다. 이와 함께 스마트 신호등은 교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자율주행차량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자율주행과 스마트 신호등의 협력은 교통 체증 해소, 안전 운전, 에너지 효율화 등 다양한 이점을 가져올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말, 마차, 자동차, 배, 비행기 등 이동 수단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며 끊임없는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의 다양성과 편의성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사람의 안전 확보와 관련된 기술의 발전은 조금 더딘 것도 사실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명이기에, 안전한 교통체계 구축에 힘을 쏟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스마트 신호등 기술은 혁신적이고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동은 빨라지는데 사고는 감소하는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스마트 신호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교통 인프라 기술이 발전되어, 실제로 거리를 이동하는 자동차와 이동을 용이하게 하는 인프라의 균형 있는 발전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스마트한 미래 모빌리티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