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

사고 나면 누구

책임일까?

글.김희성 법무법인 코리아 변호사(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위원, 교통신문 객원 논설위원)

자율주행 시대가 가까운 미래로 다가오고 있지만 완전 아직 완전 자율주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단계별 상용화가 필요하고, 안전성에 대한 담보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사고 시 법적 책임의 소재 및 규명에 관한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율주행은 고도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보험이 위험성을 분산하고 사고 피해를 담보해야 상용화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보험은 사고 시 법적 책임의 소재와 규명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으로 선행된다. 결국 자율주행의 상용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자율주행 사고 시 법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

법적 책임과 적용 법률

법적 책임은 민사상 손해배상, 형사 처벌, 개인정보·위치정보보호 위반, 행정 책임 등 여러 가지 책임이 있으나, 지면의 한계상 민사 책임(손해배상)에 한정하여 살펴보겠다. 손해배상에 관하여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생명·신체·재산 손해에 대해서는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다.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민법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이 적용된다.

1. 제조물책임

제조물책임법에 의하면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가 발생하면 제조업자는 고의·과실이 없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무과실 책임). 다만 개발 위험 항변, 법령 준수 항변 등 일정한 경우 면책될 수 있다. 제조물이란 제조 또는 가공된 동산을 말한다(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1호).
센서 등 부품의 결함은 제조물책임을 지는 것은 분명하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제조물인지는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다양한 견해가 있고 입법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 법문언상 소프트웨어는 무형물이고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 아니므로 동산으로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서 소프트웨어 중 임베디드 소프트웨어(Embedded Software, 설계·제작 단계부터 특정 기기의 특정한 기능 수행을 위해서 탑재된 소프트웨어)는 부품의 성질을 가지므로 제조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라 할지라도 소프트웨어 자체를 제조물로 볼 수는 없으며, 소프트웨어의 결함을 유형물인 자동차 자체의 결함으로 보아 제조물책임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 소프트웨어 제작자가 아닌 자동차 제작자가 책임을 부담한다. 만약 소프트웨어를 모듈과 같은 부품으로 공급한다면 소프트웨어 제작자는 부품 제조업자로서 책임을 질 여지는 있다. 자율주행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그럼에도 위와 같이 논의가 복잡하므로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책임을 면하는 사유(면책 항변)를 규정한다. 당시 기술 수준으로 결함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개발 위험의 항변), 당시 법령의 기준을 준수한 경우(법령 준수 항변)이 있다. 그런데 위 항변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자율주행 결함으로 인한 피해자 보호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최첨단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발 위험 항변의 기술을 평균적 수준이 아닌 당시 최고 수준 기술로 보아 면책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에 법령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자율주행에서는 법령 준수의 항변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2.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자배법)

자율주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인적 손해에 대해서는 자배법이 특별법으로 적용되어 피해자를 보호한다. 자배법상 운행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며, 보유자는 책임보험 가입 의무를 부담한다. 운행자는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가지는 자이다. 운행지배는 현실적 지배뿐만 아니라 간접 지배, 지배 가능성까지 포함하며, 운행이익은 운행으로 인한 유·무형 이익을 의미한다.
보유자는 소유자나 사용할 권리가 있는 자로서, 자기 이익을 위해서 운행하는 자이다. 통상적으로 보유자가 운행자성을 상실하지 않는 한 운행자가 된다. 운전자는 다른 사람을 위하여 현실적으로 운전을 하는 자로, 자배법상 운행자책임을 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회장님을 모시고 운전하는 운전기사가 있다면 회장님은 운행자이자 보유자이며, 운전기사는 운전자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회장님이 자배법상 운행자책임으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레벨 3에서는 자배법상 운행자 책임을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사람의 개입 없이 시스템이 주도하는 레벨 4에서도 사람이 운행자 책임을 부담하는지 문제가 된다. 이에 관하여 독일은 레벨 4에서도 기존의 보유자 책임을 유지하고, 일본도 기존의 운행공용자 책임을 여전히 유지한다.
레벨 4에서 운전은 시스템이 주관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운행의 시작과 종료, 경로 설정 등 간접적인 운행지배를 하고 그로 인한 운행이익은 사람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자율주행 시스템 결함이더라도 운행자인 보유자가 자배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다만 운행자성을 상실하는 경우 자배법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데, 해킹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하여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운행자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자배법에 자율주행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 시 보유자가 가입한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법률상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자에게 구상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되었다(자배법 제29조의 2). 운행자 책임을 부담하는 보유자의 보험회사가 일단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자율주행자동차의 결함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하여 종국적으로 결함 원인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결함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 사고조사위원회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였다(자배법 제39조의 14 이하). 제작자 등은 자율주행정보 기록 장치를 부착해야하고 사고 시 사고조사위원회에서 이를 분석하여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
결함의 원인에 따라서 제작자 외에도 데이터 오류, 통신 오류,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s)의 결함의 경우 데이터 제공자, 통신업자, 자율협력주행 관리자, 도로관리자등 각 관련자들이 구상책임(손해배상)을 부담할 수 있다.

공간데이터 제공으로 자율주행 고도화에 일조하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

자율주행의 고도화 및 안전성 향상을 위해서는 자율주행에서는 사물 위치정보, 공간정보, 도로정보 등 데이터의 양과 질이 중요하다. 카메라, 레이저, 라이다 등 센서를 통한 인지 데이터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LX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공사)는 공간정보 데이터, 도로안전맵 구축하여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일조하고 있다. 주요 도로뿐 아니라 소로 1류, 2류, 3류 도로까지 정보를 구축하여 정밀도를 높인 도로맵도 구축 중이다. 또한 실시간으로 공사, 긴급보수, 자연재난 등 돌발정보, 도로안전정보 등 다양한 도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여 제공한다. 정밀도가 높은 데이터이고 실시간 변동이 있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오류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만약 공간정보 데이터, 도로맵 데이터가 자율주행 사고의 결함의 원인이 되면 데이터 제공자는 위에서 언급한 자배법상 구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으므로 데이터의 완전 무결성과 관리에 주의를 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보 수집 과정에서 개인정보·위치정보 보호에 관한 법적 책임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내용만 간략하게 언급하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자율주행동차, 드론 등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운영에 대한 규정이 신설되어 2023. 9. 15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LX공사의 공간정보, 도로맵 데이터를 수집하는 MMS 역시 이동식 정보처리 기기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상 운영 제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자율주행 보험

시범운행지구에서 자율주행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와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운행하는 자는 책임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책임보험을 의무보험으로 정하고 종합보험은 임의보험이다. 현재 자율주행자동차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 개인 소유가 아닌 업무용 자율주행자동차 보험이 있다. 이마저도 자율주행자동차 전용 보험이 아닌 업무용 자동차 보험의 특별약관의 형태이다. 자율주행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사고로 인한 손해담보를 두텁게 해야 한다. 따라서 자율주행 관련 의무보험은 종합보험 수준으로 보장 수준을 높이고, 자율주행자동차의 특성에 맞는 전용 보험을 만들어야 한다. 가입 의무자도 운행자뿐만 아니라 제조업자 등 구상 의무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를 중심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에 대해 살폈지만 자율주행모빌리티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모빌리티의 특성을 고려한 세부적인 논의는달라질 수 있다. 자율주행 사고 시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아직 입법적으로 정비되지 않아논의가 방대한다. 이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 국한하였다. 그 외에도 형사 책임, 행정 책임,개인정보·위치정보 보호책임 등 다양한 법적 책임이 있다. 또한 윤리적 책임은 법적 책임의근간이 될 수 있으므로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