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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7월,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대한민국 대전환’을 선언했다. 교량, 항만,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서 추출한 데이터로 위험 요소를 파악하는 등 도시 계획이나 운영 시 데이터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공간정보 분야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살펴보았다. "

세종시 사례를 통해 본 데이터의 중요성

인구 35만 명을 향해 달려가는 세종특별자치시는 전국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몇 안 되는 곳으로, 국회 이전까지 거론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도시다.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와 산업단지 등 혁신적인 시설과 인프라도 줄이어 들어설 예정이다. 이런 세종시의 실상은 어떨까. 35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는 중심지 도로는 왕복 4차선에 불과하다. 갓 지은 새 아파트조차 주차장이 충분하지 않아 주차난에 허덕인다.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은 심각한데 대중교통은 충분하지 않다. 인구가 적고 도시가 환상형 구조여서 대중교통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충분한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차로 5분 거리가 버스로는 30분이 걸리고 그마저도 한번 갈아타거나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니 자가용 의존도는 높아지고 주차난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국가주도 계획도시임에도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국은 ‘차 없는 도시’를 지향해 설계한 것이 주요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차 없는 도시를 구상해 도로와 주차장을 좁게 만든 것이다. 세종시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계획도시가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의아해한다. 정치적 입장과 정책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도 했으나 도시 성장 단계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을 데이터 기반으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면 시행착오는 줄어들었을 것이다. 중소도시 규모에서는 최대한 효율적인 도로 인프라를 구성하고 도시가 차츰 커나가면서 대중교통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설계해 그 결과물을 데이터로 점쳐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판 뉴딜은 이러한 가정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대전환’ 프로젝트다.

한국판 뉴딜과 도시 건설

한국판 뉴딜은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을 꾀하는 내용의 ‘디지털 뉴딜’과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그린 뉴딜’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2025년까지 국비 114조 1,000억 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160조 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 개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로서,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측면에서 불황을 이겨낸 미국 뉴딜 프로젝트에 견줄 만하다. 디지털 뉴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활용해 산업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 댐 △지능형(AI)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트윈 △국민안전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가 10대 과제다. 의료, 교육, 교통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디지털 · 그린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를 한 단계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도시 건설로 다시 돌아가 보자.
  10대 과제 중 지능형 정부, 디지털트윈, SOC 디지털화 과제는 도시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0여 년 전 세종시를 구상할 때와 달리 디지털트윈이 구현된다면 도시 발전상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맞춰 도로, 교통 등의 인프라 운영 계획을 적절하게 수립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이란?

디지털트윈은 물리적 자산, 가상 세계에 구현되는 쌍둥이(트윈) 3D 모델, 자산에 부착된 센서, 센서로부터 생산된 데이터, 데이터 분석을 위한 모델과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건물의 공기질 관리를 위한 디지털트윈을 예로 든다면, 건물 자체와, 가상 세계에 그대로 구현된 3D 건물 모델, 건물에 부착된 공기질 측정 센서, 공기 질 데이터, 데이터 분석 모델, 그에따라 필요한 행동 지시를 내릴 플랫폼이 구성 요소가 된다.
  건축물 소프트웨어나 데이터, 분석 툴과 같은 다양한 신산업이 활기를 띄게 된다. 시장 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세계 디지털트윈 시장이 2020년 31억 달러 규모에서 2026년 482억 달러까지 연평균 58%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떤 서비스나 정책을 디지털트윈을 통해 구현할 것인지,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디지털트윈을 만들것인지 결정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가상실험과 정책적 의사결정에 활용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버추얼 싱가포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건물 비상 시 대피계획 수립을 위한 군중 분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나 교통 흐름과 보행자 이동 패턴 분석, 이동통신 네트워크 커버리지 취약지역 분석 등에 활용 중이다.

국내 디지털트윈 동향

전주시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함께 ‘디지털트윈 인(in) 전주’를 추진했다. LX는 전주시 효자동 일대 약 16㎢ 지상 · 지하의 고정밀 3차원 지도를 구축하고, 8대 도시행정서비스에 접목했다. 나무심기 입지를 선정하고 폭염취약지 분석, 음식물 수거 체계, 불법주정차 단속 등에 활용했다. 전주시와 LX는 연말에 이 8대 서비스를 전주시 실제 행정에 적용하고 실증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디지털트윈 구현을 위해 올해 정밀도로지도 등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공간정보부터 갖춘다.
  자율차, 드론 등 신산업의 기반 마련 및 안전한 국토 · 시설 관리를 위해 전국 3차원(3D)지도, 정밀도로지도(1만 1,670km)를 구축한다.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의 디지털트윈 사업은 ‘디지털트윈’의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과 지자체 시범사업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나뉜다. 예산의 대부분은 ① 전국 3차원 지도 ② 지하공간통합지도 · 지하공동구 지능형 관리시스템 ③ 정밀도로지도 구축을 조기에 완료하는데 투입된다.
  3D 지도는 도심지 등 주요 지역의 지형을 3차원으로 구축하고, 12cm급 고해상도 영상지도를 작성할 예정이다. 상 · 하수도, 공동구 등 지하공간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하공간 3차원 통합지도와 노후 지하공동구(120km)에 계측기 설치 등 지능형 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 지하공간통합지도는 상 · 하수도, 통신, 전력, 가스, 열수송, 지하공동구, 지반정보 등 15종의 지하정보를 반영한 3차원 지도를 말한다.

" 공간정보는 한국판 뉴딜 사업 중 하나인 디지털트윈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디지털트윈은 물론 데이터댐, 지능형정부, SOC디지털화, 미래 모빌리티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공간정보 고도화는 필수다.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민간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데이터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 "

디지털트윈 성공 위해서는
공간정보 산업 육성과 데이터 표준화 시급

공간정보는 디지털트윈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디지털트윈은 물론 데이터댐, 지능형정부, SOC디지털화, 미래 모빌리티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공간정보 고도화는 필수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국내 공간정보 산업은 취약하다. 2019년 말 기준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매출액은 9조 3,390억 원, 종사자 수는 6만 5,356명, 사업체 수는 5,589개다. 기업당 평균 매출은 1억 7,000만 원, 종사자 수는 11.7명에 불과하다. 이렇다할 만큼 규모가 있거나 혁신적인 기업도 없다. 정부가 아무리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도 이를 혁신적으로 키워갈 산업이 없다면 1회성 프로젝트로 끝나고 만다.
  디지털트윈 성공을 위한 또 다른 과제는 데이터 표준화다. LX는 전주시와 디지털트윈을 구축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작업이 데이터 수집이라고 지적했다.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어렵지만 시가 갖고 있는 데이터 체계와 다른 기관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 체계가 각기 달라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조정해야 했다고 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조대연 사업단장은 ‘디지털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토교통부와 LX가 지난 해 11월 마련한 ‘2020 공간정보포럼’ 전문가 토론에서도 공공 · 민간 전문가들은 데이터 표준화 체계와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소아 인공지능 · 빅데이터 전문기업 바이브컴퍼니 센터장은 “최근에 정부가 추진하는 지하공동구 연구사업에 참여하면서 첫 질문이 ‘데이터 표준을 무엇으로 할까’였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데이터 표준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
  서기환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정부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정부, 지자체, 민간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성과 중장기 로드맵 등의 전략 및 제도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디지털트윈사업을 국무조정실이나 대통령 위원회 수준에서 총괄적으로 관리 지원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