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재난을 알려주는 Pre-Disaster, 디지털트윈이 주도!

글.김성삼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조사기술팀장

미래 범죄를 예방하는 Pre-crime 시스템을 다룬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주인공 존 앤더튼은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 미래를 바꿀 수 있다”라고 말한다. 매일 크고 작은 재난 사고가 끊이질 않는 위험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래의 재난을 예지하는 Pre-Disaster 시스템은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실 세계의 쌍둥이 디지털트윈 공간에서 미래 재난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함으로써 재난 사고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1. 디지털 트윈국토 사례

디지털트윈 서울 S-Map(출처: 서울시)

아산시 하천재난관리시스템(출처: LX)

위험 커지는 현대사회, 미래 기술로 재난 사고를 예측하라!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재난 사고들과 마주하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산업화된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한 그대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쉬운 위험사회일수록 위험 인지와 평가, 대응에 필요한 지식과 과학기술의 전문성이 중요함을 벡은 역설했다. 이 위험천만한 시대에 미래의 재난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기술의 화두는 무엇일까? 재난 사고를 사전에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학기술은 미래 어느 시점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또, 어떤 과학기술이 미래 사회에 재난 사고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답은 아니더라도 무려 21년(2002년 4월) 전에 제작된 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작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언젠가 일어날 범죄를 예측하여 미리 예방하는 프리크라임(Pre-Crime) 시스템을 다룬 영화다.
예비 범죄자로 몰려 쫓기는 주인공 역을 맡은 톰 크루즈의 액션 장면 못지않게 영화 내내 생생하게 묘사되는 미래 유비쿼터스 사회의 단상들도 주요 볼거리다. 컴퓨터나 장소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현란한 손동작으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디스플레이 화면을 조절하며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거나, 안구의 홍채를 인식해 개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출입을 통제하기도 한다. 마천루 빌딩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며 달리는 무인 자율차량과 그 안에서 운전 대신 다른 여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미래사회를 그려낸다.

그림2. 조사로봇과 SLAM 기술을 활용한 실내 3D 모델링

출처: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안전한 대한민국’ 실현을 위한 디지털트윈 핵심기술!

디지털트윈은 5G 통신, IoT, 가상 시뮬레이션, 3차원 모델링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동시켜 현실 세계와 동일한 디지털 환경으로 구현한 가상공간이다. 즉, 지형·건물·도로 등 현실 세계의 물리적인 객체들이 복제된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서 5G 통신과 사물인터넷으로 맞물려 있는 방대한 데이터와 3차원 모델링,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용하여 산재한 국토와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디지털트윈 기술을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로 진행되는 재난관리 업무와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와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트윈국토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시범사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업을 통해 지자체는 3차원 공간정보 기반의 디지털트윈을 시범 구축하고 스마트 재난관리 등 직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행정서비스 모델을 개발, 활용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트윈 기반의 스마트 재난관리는 디지털트윈 현실세계의 그대로 구현한 방대한 공간정보와 사물인터넷으로 수집되는 빅데이터 정보로부터 실시간 모니터링과 원격제어, 시뮬레이션 기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상시 재난 사고 사전 예측과 대비 체계를 마련하고, 유사시 재난 상황관리와 신속한 의사결정 지원을 통해 재난 사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3. 드론·LiDAR 자료융합기반 재난 현장 3D 모델링/ 재난 사고 원인분석

출처: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디지털트윈은 재난 사고 과학조사의 기반 기술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상의 법정 업무인 재난 사고 원인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주로 풍수해,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해 재난 현장이나 건축물 붕괴나 화재·화학 사고와 같은 사회재난 사고현장을 드론·조사로봇·LiDAR와 같은 첨단장비를 기반으로 재난 사고의 발생 원인을 신속하고 과학적으로 조사·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재난 사고 책임 부처나 기관에 법·제도적 개선 사항들을 권고하고 있다. 이 때, 현장에서 수집한 고해상 영상과 LiDAR 점군 데이터 간의 지오레퍼런싱(Geo-referencing)과 데이터 융합(Data integration)을 통해 재난 현장을 그대로 디지털로 재현(Reconstruction)하고 이를 활용하여 정량·정성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구축된 디지털트윈의 초기 형태인 3차원 디지털 지형환경에서 재난 피해 원인 분석(사고 지점 지형 분석, 붕괴 단면과 토사유출 거리, 절토량, 체적 등 붕괴 양상 분석), 문제점 및 제도 개선 사항 도출 등의 예방 대책 마련과 항구적인 복구 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그림4. 대형재난의 발생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하인리히 법칙과 Anomaly Zero 개념

더 안전한 미래를 그리다

“하나의 대형 재난 사고는 그와 관련된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사소한 징후들의 산물이다”라는 하인리히 법칙은 어떤 상황에서의 소소한 문제나 오류를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무시할 경우 엄청난 재앙으로 되돌아 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래에 닥칠 재난 사고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체계를 공고히 하는 일은 재난 안전 종사자들이 반드시 챙겨야 하는 책무이면서 어려운 도전 과제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울리히 벡의 역설처럼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 그 위험성으로 인해 불안할 수 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특성 때문이다. 이러한 재난 사고 위험을 줄이고 사전에 불식시킬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디지털트윈이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는 “무언가를 정밀하게 관찰하다 보면 시작점인 제로변칙(Anomaly Zero)이 존재하며, 이 시작점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추적하면 그 근원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IoT, 현장 센싱 데이터, 디지털트윈 기술을 사용해서 재난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추적하면 허리케인, 해일의 변화 시기를 알 수 있고, 재난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게 되면 쉽게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제로변칙은 이런 재난 사고의 진앙을 추적하는 개념이다.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하여 제로변칙의 근원을 추적하여 재난 사고를 예측하고 조기에 감지하면 미래에 닥칠 위험들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