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레저

글.김대종 국토연구원 공간정보사회연구본부장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10여 년 전에 유명했던 광고카피이다. 그때 사람들은 어디로 떠났을까? 산과 바다, 도시 등 현실 속 장소가 대부분이었을 터다. 한편, 현실세계 속 레저활동과는 달리 컴퓨터 게임이나 현실세계를 그대로 복사해 놓은 듯한 메타버스는 호모 루덴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어 이동시간과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보니 디지털에 친숙한 세대들은 현실세계보다도 디지털 세계속에서 더 많은 레저를 즐기는 듯하다.

그림 1. 구글의 ARVR 서비스 사례

시뮬레이션으로 미래의 모습 예측

건축예정인 건물을 AR로 서비스

메타버스는 현실 속 레저의 한계를 무한하게 넓혀주는 디지털 평행우주

‘∼넘어’(Beyond)라는 뜻의 메타(Meta)와 우주(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의 우주 너머의 세계, 즉 디지털 세계를 뜻한다.
「Snow Crash」라는 공상과학소설에서 처음 만들어진 용어이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에 정보를 나타나게 하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일상을 기록하는 SNS 등의 같은 라이프로깅(Lifelogging), 디지털트윈이라고 할 수 있는 거울세계(Mirror World) 및 상상의 세계를 디지털로 구현한 가상세계(Virtual World)로 구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융복합 서비스가 가능하니 구분하는 게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거울세계인 디지털트윈은 AR과 라이프로깅 서비스의 기반이고, 이를 기반으로 가상세계를 창출할 수 있어 메타버스의 핵심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정보 기반 또는 디지털트윈 기반의 메타버스를 디지털 평행우주로 부르는 이유는 시간, 공간, 인간 등 우주를 구성하는 세 요소가 디지털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로 공간을 3차원 디지털 공간으로 구축하고, 그 속에서 아바타로 불리는 디지털 인간이 디지털 공간에서 다른 아바타와 상호작용한다. 메타버스에서 구현된 멋진 모습의 건축물을 현실세계에 건축할 수도 있고, 현실세계에 새로 들어선 건축물과 도시는 메타버스에도 동시에 올라올 수 있다. 현실세계와 디지털 세계는 평행하게 상호작용하며 진화해 가는 관계인 것이다.
디지털 세계인 메타버스에서는 현실 속의 물리법칙이 작용하지 않는다. 현실의 공간은 크기가 제한되어 있지만 메타버스라는 공간은 무한정 확장할 수 있다. BTS, 블랙핑크 등이 메타버스에서 공연할 때 전 세계에서 현실세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이 메타버스에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유이다. 현실의 시간은 단방향으로 흐르지만 메타버스의 시간은 과거로도 돌아갈 수 있다. 인간의 모습도 다양한 모습의 아바타로 표현할 수 있다.

메타버스 접근방식

메타버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접속할 수 있는 수단(connection interface)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도 접속할 수 있으나 VR 헤드셋, AR 안경, MR 헤드셋, 헵틱디바이스, 음성인식장치, 생체신호감지센서, 웨어러블 장치, 뇌와 가상공간 연결장치(BCI, Brain-Computer Interface) 등의 접속기기는 보다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사용하는 접속장치에 따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또는 혼합현실(MR)이 되기도 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등장했던 BCI와 같은 기술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하여 논란 중이며, 중독성과 신체적, 정신적 건강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에서 보다 편하게 움직이고, 소통하는 방향으로 접속기기들은 발전할 것이다.

그림 2. 엔비디아의 지구2 서비스 사례

지구를 디지털로 복제한 지구2

지형을 따라 구르는 공들

서울의 토지분양현황

지구2에 개발된 가상의 도시

레저에 활용되는 공간정보 기반 메타버스 사례

구글이 제공하는 AR/VR 서비스는 컴퓨터 화면으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VR 헤드셋이나 AR 안경을 이용하면 훨씬 더 몰입감이 커진다. 세계의 명소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고, 해가 지는 시간, 밤 등 시간을 조정하여 다른 경관을 즐길 수도 있다. 거리로 내려오면 스트리트뷰로 바뀌면서 거리를 횡보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Geospatial Creator를 도입하여 누구나 쉽게 뭔가를 설계하고 공유할 수 있는 AR 서비스를 제공하여 호모 루덴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AR기반의 쇼핑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지구2(Earth 2)는 지구를 1:1의 디지털 세계로 구축하여 토지를 분양하고 도시 등으로 개발하는 게임 형태의 메타버스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토지를 등록하고 각종 디지털 자산을 만들고 거래할 수 있다. 물리적 지구와 매우 유사하여 세계 곳곳을 탐험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의 세계로 연결되는 통로도 있다.
한편, 국내 기업이 서비스 준비 중인 도깨비(DokeV)라는 게임은 도시 단위 규모의 현실세계를 디지털로 구축하고 게임콘텐츠로 제작한 사례이다. 현실세계와 매우 유사한 고정밀의 3차원 공간정보는 라이다(Lidar) 기술을 이용하여 구축했다고 한다. 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등 구축한 3차원의 디지털 공간을 보다 현실감있게 표현하기 위하여 다중물리성(multi-physics)과 속성 등을 추가하는 작업이 많았겠지만, 고정밀의 3차원 공간정보가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다 쉽게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3차원 공간정보가 데이터 산업 활성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데이터가 4차산업혁명의 원유라고 한다면, 공간정보는 원유 자체이면서 다른 데이터를 연결, 융합하여 보다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2023년부터 2027까지 추진하고 있는 제7차 국가공간정보정책 기본계획의 비전이 ‘모든 데이터가 연결된 디지털트윈 Korea’로 설정한 것은 메타버스 시대을 견인하기 위함이다.

그림 3. 국내기업이 서비스 준비중인 디지털트윈 기반 게임의 홍보영상

다중물리성이 표현된 바람에 흔들리는 풀

현실세계와 유사한 게임세계

호모 루벤스를 위한 공간정보 기반 메타버스 발전방향

공간정보는 현실세계를 3차원의 형태로 표현해 주기 때문에 디지털트윈과 메타버스의 핵심 기반이다. 공간정보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디지털화하여 위치검색, 길 찾기, 입지 분석, 시공간 패턴분석, 사실적인 시뮬레이션 등을 가능하게 해준다. 모든 활동은 시공간에서 이루어지므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의 80% 이상은 위치와 관련 있다고도 한다. 공간정보는 모든 정보를 연결하고 융합하기 위한 핵심기반인 것이다.
데이터가 4차산업혁명의 원유라고 한다면, 공간정보는 원유 자체이면서 다른 데이터를 연결, 융합하여 보다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 유통 및 활용되는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 정책이며, 공간정보는 모든 데이터의 연결과 융합기반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2023년부터 2027까지 추진하고 있는 제7차 국가공간정보정책 기본계획의 비전이 ‘모든 데이터가 연결된 디지털트윈 Korea’로 설정한 것은 메타버스 시대를 견인하기 위함이다.
공간정보 기반 또는 디지털트윈 기반의 메타버스는 일(work)과 놀이(play) 플랫폼으로서 현실세계의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인 모델링과 사실적인 시뮬레이션으로 원활하게 소통하며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현실 공간과 메타버스 양쪽을 오가며 더 많은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탐험하고 즐기게 될 호모 루덴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빠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