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트윈과 인공지능으로

만드는 건축설계의 뉴 패러다임

텐일레븐(TENELEVEN)

글.김영은 사진제공. 텐일레븐.

바야흐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전성시대다.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 걸쳐 상용화되고 있는 오늘날, 건축 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다. 반복적인 캐드(CAD) 작업을 통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아부어야 했던 건축설계를 인공지능으로 30분 만에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떨까. 미래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인공지능 건축설계 솔루션인 빌드잇의 이야기다. 빌드잇 시리즈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건축현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스마트건축 테크기업 텐일레븐을 만나봤다.

텐일레븐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건축물을 설계하고 실제 건물을 짓는 행위는 땅의 모양을 아는 것부터 시작해 대지의 고저차, 건축 법규, 규제, 사업적 관점, 시공성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이렇듯 건축이란 수많은 조건들의 최적화 값을 찾는 문제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로 꼽힌다. 그중 건축설계는 건축의 꽃이라 불리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건축설계는 이제까지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만 만들 수 있는 데다 오랜 시간 동안 복잡하고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런데 만약, 이 복잡한 조건의 최적화를 찾는 건축설계의 과정을 인공지능이 단 30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시간과 비용 절감은 물론 설계의 오차 범위를 줄이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사할 것이다.
IT 기술과 건축설계 및 시공 기술을 융합해 보다 효율적인 건축 과정을 제시하는 콘테크(Contech, Construction Technology) 기업 텐일레븐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지난 2014년에 설립된 텐일레븐은 예측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 건축설계 서비스인 ‘빌드잇(BUILDIT)’을 만들었다. 빌드잇은 인공지능 건축설계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만든 시스템으로 원하는 필지의 건축법규를 만족하면서 용적률과 세대 수, 일조량 등을 최적화해 많게는 수백 개의 시뮬레이션을 제공한다. 빌드잇의 시뮬레이션은 비전문가라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인터스페이스를 통해 모델링 한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특히 탁월하다.
“실제로 텐일레븐이 참여한 첫 번째 프로젝트인 불광 5구역 재개발 사업은 본래 1년 정도 걸리는 프로젝트였지만 빌드잇을 활용해 3개월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약 700여 개의 시뮬레이션 중 도출된 최적화된 결과물은 재개발 조합원 총회에서 활용하기도 했는데요. 평면도나 렌더 이미지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을 결과물을 3D로 가시화했더니 조합원들이 쉽게 사업을 이해했습니다. 한 세대당 5억 원으로 가정한다면 총 500억 원의 수익을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텐일레븐 이호영 대표는 조합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치며 만족했던 당시를 회상해 본다. 불광 5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시의 요구사항이었던 공공성을 갖춘 디자인에 부합한 것은 물론, 조합원이 희망하는 사업성까지 모두 만족하는 건축 계획안이었다는 평을 받았으며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빌드잇 솔루션은 세 가지 차별점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반복적인 수정·검토 작업을 인공지능으로 수십분 내에 할 수 있게 했다는 점입니다.
둘째, 국내 2차원 필지 정보와 3차원 지형 정보, 3차원 건물 모델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디지털트윈을 구축함으로써, 건축법규에 따라 정확히 검토할 수 있게 했습니다.
셋째로는 인공지능으로 설계된 공간을 3D로 볼 수 있게 해 건물 내부를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편집할 수 있게 했습니다.”

디지털트윈에 기반해 더 간편하고 명확하게

텐일레븐이 처음부터 건축설계 시스템 개발에 주력했던 것은 아니다. 모바일 게임을 제작하는 기업으로 시작해 게임의 배경이 되는 건물들을 자동 생성 모델로 만들던 중, 관련 요소 기술을 조합해 실제 건축 법규에 반영하면 유용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다는 구상을 하게 됐다. 마침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가 발주한 도시기상정보 3차원 가시화 시스템에 참여해 개발에 착수하면서 지금의 빌드잇을 발굴하게 되었다.
“빌드잇은 빌드잇 AI와 빌드잇 디자이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빌드잇 AI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업 대상지의 건축 법규를 준수하면서 용적률, 세대 수, 일조량 등을 고려해 최적화된 건축물 배치 안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솔루션입니다. 빌드잇 디자이너는 국내 유일의 디지털트윈 기반의 편집 소프트웨어인데요. 빌드잇이 설계한 결과를 3차원 디지털트윈 공간에 주변 건물 및 지형과 함께 가시화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가시화된 시뮬레이션을 사업자의 니즈에 맞춰 편집하며 건축법규를 검토해 설계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죠. 편집과 동시에 계절별, 세대별 일조 환경과 조망 등도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
이와 같은 텐일레븐의 독보적인 기술력은 불광 5구역 재개발 사업을 시작으로 서울시 공공재건축 1호에 해당하는 망우 1구역, 호반건설과 함께한 울산시 모바일테크 공동주택단지 등 다양한 현장에 적용되었다. 이어 텐일레븐 이호영 대표는 “전 세계의 누구든지 빌드잇 사이트에 접속해 인공지능으로 건축물을 설계하고, 시스템과 연결된 스마트 팩토리에서 모듈러 주택을 제조해 배송을 받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텐일레븐이 만든 것이 바로 ‘빌드잇 M’이다. 빌드잇 M은 텐일레븐의 모듈러 건축 사업을 일컫는 것으로, 표준화된 건축 모듈을 공장에서 제작해 건축현장으로 배달해 설치하는 형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량생산이 가능해 건축비를 한층 절감할 수 있다. 더불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건축 폐기물도 줄일 수 있어 미래형 건축설계를 선도하는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꼽힌다. 이렇듯 빌드잇 AI부터 빌드잇 디자이너, 빌드잇M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 설계에서 시작해 완전한 공정에 이르는 건축의 모든 과정을 개척하며 텐일레븐은 기술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기에 이른다.

미래 건축을 이끄는 주체가 될 것

실제로 텐일레븐의 인공지능 기술은 밸류맵(www.valueupmap.com) 사이트에서 누구든지 간단한 조작으로 AI 건축설계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화된 결과물은 캐드(CAD) 파일로도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이렇게 보다 손쉽게, 명확하게 결과물을 도출하며 건축계에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수 있게 된 텐일레븐이지만, 이호영 대표의 목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건축 업계에는 인건비의 상승과 노령화, 중대재해 등 다양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건축물 설계 및 시공 과정에 디지털트윈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고도의 실사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트윈을 활용하면 직접 현장에 가지 않고도 현장의 공간감을 실제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느낄 수 있고 뜻밖의 상황을 예측할 수도 있죠. 저희의 빌드잇 솔루션은 바로 이런 디지털트윈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건설 산업의 비효율을 해결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툴입니다. 향후에는는 나아가 인공지능 건축설계부터 모듈러 생산까지 자동화해 K-건축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2022년, 텐일레븐의 빌드잇 디자이너는 유니티 엔진 기반의 우수한 국내 콘텐츠를 발굴하는 행사인 ‘MWU 코리아 어워즈’에서 인더스트리 부문 최고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역대 최다 작품이 참여했던 한 해였지만 쟁쟁한 기업들 사이에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은 것이다. 건축 업계는 다소 보수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 새로운 기술의 솔루션을 받아들이거나 적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IT와 손을 잡고 모듈러 건축사업에 뛰어드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텐일레븐 역시 건축과 IT 기술을 결합해 건축의 모든 과정을 최적화하는 기업으로 건축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렇기에 MWU 코리아 어워즈에서의 수상은 여러 가지로 유의미한 결과로 손꼽힌다.
“기존 건축설계 사무소와 건설사들은 앞으로 IT기업들과 경쟁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업계 환경에서 텐일레븐이 산업의 혁신을 유인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텐일레븐의 AI 건축설계 솔루션은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 건축을 넘어 도시를 설계할 수 있을 만큼의 확장성을 가진다. 이와 같은 사례가 바로 LX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함께하는 1기 신도시 재정비 작업이다. 이외에도 텐일레븐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건물을 세우고 도시를 리빌딩하며 건축계의 새로운 역사를 세울 이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