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플랫폼의

진화 및 향후 과제

글.이재용 국토연구원 공간정보사회연구본부 연구위원

스마트시티와 플랫폼

2010년 이후 세계 각국 정부 및 도시들은 스마트시티를 도시의 새로운 방향으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개념, 구성요소 등을 포함하는 프레임워크 개발과 이를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테스트 베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프레임워크에서는 정보통신기술 활용, 정량적 목표 설정, 시민 참여 리빙랩, 민관 거버넌스 체계 확립, 규제 샌드박스 등 최근 5년 동안 도시 공간 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을 넘어서는 구성 요소들에 대하여 국내외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초기 기술적 부문에만 집중하였던 스마트시티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정보통신기술은 스마트시티에 대한 정체성을 구성하는 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이전의 기술 한계에서 일부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마트시티와 관련한 기술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그림1].
첫째 즉각 감지 및 즉시 대응을 위한 기술로 초기에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현재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로 대표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스마트시티 초기에 가장 중요시되었으며 현재 스마트시티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범죄 예방을 위한 방범 CCTV에 대한 통합관제 또는 수위 센서 등을 활용하는 홍수 경보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기술 활용이라 생각된다.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통합센터에서 즉각 감지하고 경찰에 이를 알려주는 즉시 대응적 기술은 스마트시티의 가장 보편적 기술이다.
둘째, 십시일반 데이터를 활용하는 클라우드 소싱 기반의 기술이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모든 차량에 내비게이션 및 블랙박스가 들어서면서 개별 사람 및 차량들이 자신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데이터를 생산하게 되고 이러한 데이터가 집합적으로 모여 유의미한 서비스로 진화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최근 정보통신회사의 대표적 데이터로 논의되는 유동 인구 데이터 또는 카드회사의 결제 데이터 등은 다른 데이터들과 결합하여 다양한 서비스로 발전되고 있다. 또한 차량 내비게이션에 진동 센서를 부착하여 도로 파손 등을 감지하는 서비스 등은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일상적인 운전을 하는 도중 자기도 모르게 도로 상태를 모니터링해 주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공공 서비스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개개인이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스마트시티에서는 과도한 노력 없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을 이전보다 더 촘촘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셋째,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의 활용이다. 기존 석탄 및 석유 중심의 에너지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과 에너지 사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스마트 그리드 관련 기술들, 도시 내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공유 경제 관련 기술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넷째,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AI 기술이다. AI는 도시 공간 자원 배분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이며 동시에 디지털트윈 등과 결합하여 실시간 시뮬레이션 등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은 가장 도전적인 기술 분야이기는 하지만 AI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한다면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스마트시티가 구현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스마트시티에서 사용되는 기술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야 서비스로 활용이 가능하다. 데이터의 연계 및 통합, 그리고 활용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기술은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시티 기술의 중심에는 항상 플랫폼이 존재하고 있다.

[그림 1] 스마트시티의 기술

출처: 국회 스마트라이프도시포럼 국제심포지엄 발표자료(2023.03.21)

스마트시티 플랫폼의 진화

국내에서 스마트시티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9년 「U-Eco City R&D」의 주요 과제로 통합플랫폼 연구를 추진하면서부터다. 「U-Eco City R&D」의 통합플랫폼 연구 성과물은 국내 최초 스마트시티 플랫폼이었으며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운용하던 개별 시스템을 경찰, 소방 등의 외부 기관과 연계하여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2014년 비극적인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과 관련하여 지자체 및 유관 기관들 간 협력 체계 중요성이 국가적으로 부각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인 통합플랫폼 보급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짧은 시간 동안 110개 이상의 지자체들에 통합플랫폼이 보급되면서 국내 스마트시티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그림2]. 하지만, 통합플랫폼은 CCTV 영상을 유관기관들과 연계하는 수준에 그쳐 현재 논의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플랫폼에 비하여 제한적인 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활용 데이터 역시 CCTV 영상정보라는 특성상 30일 이후 자동 삭제되는 휘발성 성격을 가진 데이터이며 이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으며 사용자 측면에서도 지자체, 경찰, 소방이라는 공공기관들로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림 2] 통합플랫폼 보급 사업

출처: 국회 스마트라이프도시포럼 국제심포지엄 발표자료(2023.03.21)

통합플랫폼 보급과 동시에 정부에서는 「스마트시티 국가전략 R&D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이중 대표적인 연구 성과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시티를 지원하는 ‘데이터 허브’이다. 데이터 허브는 통합플랫폼의 즉각 감지 및 즉각 대응을 통한 도시 내 상황 관리적 성격에서 벗어나 다양한 데이터들의 수집 및 외부 연계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 하는 단계까지 고려하였다.
통합플랫폼이 실시간 이벤트들을 처리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이라면 데이터 허브는 보다 다양한 데이터들을 저장하고 분석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표].
데이터 허브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에 전 세계적인 코로나19(COVID-19)가 유행하였다. 한국 정부는 통신사의 ‘유동인구 데이터’ 및 카드사의 ‘결제 데이터’ 등과 같은 외부 민간 데이터를 데이터 허브와 연계하여 확진자 동선 파악과 주요 감염지역 분석을 하였으며 이는 코로나19의 초기 대응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 통합플랫폼과 데이터 허브의 가장 큰 차이는 통합플랫폼이 실시간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데이터 허브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분석에 강점을 두고 있으며 활용 데이터 역시 통합플랫폼이 실시간 영상정보를 주로 다룬다면 데이터 허브는 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데이터 허브 역시 아직 한계가 존재하는데 AI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기 수집되고 연계된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활용하여 분석하는 기능은 여전히 부족하다.

[표] 통합플랫폼과 데이터 허브 모델 비교

스마트시티 플랫폼과 디지털트윈

스마트시티 플랫폼과 디지털트윈 기술은 플랫폼 개념에 대한 초기 논의부터 상호 연동되어 사용돼야 하는 기술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스마트시티와 디지털트윈 플랫폼이 개별적으로 발전을 이루게 되면서 아직까지 두 가지 기술이 연동되어 사용되는 플랫폼 활용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통합플랫폼은 CCTV 영상 정보 등을 기반으로 실시간 대응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 디지털트윈의 강점인 시뮬레이션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지 못하였다. 반면, 디지털트윈은 이미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의 주요 역할인 실시간 대응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통합플랫폼과 같이 지자체에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 허브에 대한 보급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데이터 허브는 실시간성 데이터와 외부 연계 데이터, 분석을 위한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들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들을 갖추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 디지털트윈과 서로 연계되면서 더 큰 시너지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스마트시티 플랫폼의 최종 단계에서 AI와 디지털 트윈을 접목하여 실시간 대응성과 분석을 동시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 가능하다[그림 3]. 현재는 부산 및 세종에서 추진되고 있는 국가시범도시에서 사용될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AI 및 디지털트윈을 포함하는 형태의 개방형 플랫폼으로 구축할 계획이 있기 때문에 최종 단계의 스마트시티 플랫폼이 보편적으로 활용될 시기도 금방 도래할 것이다.

[그림 3] 스마트시티 플랫폼 진화

출처: 국회 스마트라이프도시포럼 국제심포지엄 발표자료(2023.03.21)

스마트시티 플랫폼의 향후 과제

스마트시티 플랫폼은 도시 공간 내 효율적 관리 및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와 도시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현재는 외부 공공기관과 영상정보를 상호 연계하는 통합플랫폼이 스마트시티의 중심 플랫폼이지만 향후 외부 데이터를 다양하게 연계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 및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허브 보급을 구체화하고 이를 지자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통합플랫폼과 결합한다면 데이터 중심 스마트시티의 기반이 빠른 시일 안에 마련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동시에 충분한 데이터의 확보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스마트시티 초기부터 상상해 왔던 실시간으로 도시 내 상황들을 분석하고 이에 대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의 AI 및 디지털 트윈을 포괄하는 스마트시티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다만, 스마트시티 플랫폼과 연계되는 기관의 참여를 독려하고 데이터에 대한 분석 및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학 등의 연구 조직이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등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체계와 도시 데이터 생태계를 확립하는 것이 성공적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완성하는데 가장 시급하고 어려운 숙제라 판단된다.